2006,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즈음하여
2006년 4월 현재, 부산시의 장애인 인구는 약 125,000여 명입니다. 이 중, 자립 보행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이동약자’는 약 30,000여명이다. 이들이 외출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교통 수단은 며칠 전 예약해야 겨우 탈 수 있는 차량 몇 대가 전부입니다. 다른 교통 수단이 있기는 해도 중증 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한다 해도 매우 위험한 것들입니다.
가령 부산시민의 발로 일컬어지는 지하철을 보겠습니다. 2006년 2월 현재, 1, 2호선 전체 73개 역사 중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10개(13.7%)에 불과합니다. 훨체어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해 장애인 리프트가 있기는 하나, 얼마 전 일어난 부산역 추락사고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장애인의 이동을 안전하게 지원하지 못합니다.
훨체어 장애인의 경우, 시민들의 대표적인 대중 교통 수단인 대중 버스는 접근조차 불가능합니다. 이들을 위해 부산시는 저상 버스를 도입한다 하나, 부산시 전체 2700여대 ‘대중 버스’ 중, 중증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올해까지 하더라도 8대, 약 0.3%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부산시는 장애인 콜택시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한다고 하나, 겨우 10대에 지나지 않아 30,000여명의 장애인이 타기에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한편,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은 통합 보육을 시킬 수 있는 제도적 미비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05년 12월 현재 민간 일반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고 있는 장애 아동의 숫자는 약 400여명입니다. 이 아동들은 257곳의 민간 어린이집에 약 1-2명씩 흩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 아동의 숫자가 원의 규모에 따라 약 40-200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이 장애 아동들은 그 자신에게 특히 필요한 보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거의 방치된 채로 어린이집 시설을 다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정이 이처럼 열악함에도, 부산시는 별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교육권도 심각합니다. 작년 조사에 따르면 257개 초등학교에 1994명의 장애 학생이 특수학급을 다니고 있습니다. 반면, 중학교는 51개 학교/학급에 356명, 고등학교는 23개 학교/학급에 231명으로서 상위 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급수가 매우 부족합니다. 게다가 강서구의 경우, 일반 초등학교 내 특수학급은 14개이지만, 거주지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특수학급이 없어, 인근 사상구의 중/고등학교에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애인 학생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급이 없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집 안에서만 틀어박힌 채,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던 지난날보다 우리 사회 장애인들의 삶은 그나마 나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 장애인은 제도적 미비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4월 20일 하루만이라도 장애인을 생각합시다’ 라는 좋은 말로 넘어가기에는 우리 사회 장애인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작년 12월 추운 겨울 날, 경남 함양에서 사지를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혼자 살다가 방 안에서 얼어 죽은 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420 부산공동실천단은 4월 20일 하루 동안 장애인을 생각하자는 취지도 좋지만, 이 사회에서 장애인이 어떤 차별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해야 할 것을, 이러한 제도적 미비에서 기인하는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4월 20일은 무늬만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진정 우리 사회 장애인을 위한 그런 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부산지역의 시민/사회/학생 단체들과 아울러 부산시민들과 함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해 나가는 날로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420 장애인차별철폐 부산공동실천단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부경지부,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민주노총 부산본부, 발달장애아부모회,
부산뇌병변장애아부모회,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부산대학교 특수교육과, 부산장애인교육권연대(준),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야학 참배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회 부산지부, 한울장애인자활센터, 행동하는 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