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튼 교수님께서 이쁜 동상들에게 하여 주시는 교양 강의가 이어집니다.
불교의 청정(淸淨)사상과 차의 만남은 적절한 것이어서, 중국에서 사찰은 차 재배의 중심지이자
새로운 차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이 되었는데, 유명한 사찰에서 명차(名茶)가 난다는 말이 나오게
될 정도로 사원을 중심으로 명차들이 생겨나서 세간에 널리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쓰촨성은 양쯔강, 민장강, 자링강, 튀강 등 네개의 강이 흐르고 있어서, 사천(四川)으로 불리우며
중국에서 가장 사람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게 된 원천이 되었고,
제갈공명 역시 이곳의 중요성을 깨닫고 20여년간이나 경영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풍부한 물산과 온화한 기후로 문화예술을 꽃피우게 되었는데, 중국의 시성(詩聖)으로 불리우는
"두보"가 전쟁과 기근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왔고, "이태백", "소동파" 등은 쓰촨성 출신이다.
쓰촨성의 청두는 다관(茶館)의 도시라고 불리우는데, 청두 사람들은 하루에 약 4, 5리터의 차를
마신다고 하며, "차 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다관은 서민들이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는 곳이며, 상인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차 박사는 주둥이가 길게 빠진 주전자를 이용하여 어깨너머로 조그마한 찻잔에 단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귀신처럼 차를 따른다.
쓰촨성에서는 오리진 대사가 심은 일곱그루의 차나무에서 나는 멍산차(몽정차, 김로)가 유명하다.
한편, 윈난성은 차의 고장으로서 보이차(푸얼차)가 생산되는 곳이며, 차나무 또한 다른 지역의
차나무가 대부분 관목인 것과는 달리,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은 교목이다.
관목은 여러 개의 줄기가 있으나, 어느 것 하나가 특별히 크지 않고, 나무의 키가 3m보다 작은
나무를 말하며, 원래 교목이었던 차나무가, 재배하고 수확하기 좋게 자연적으로 변종된 것이다.
윈난성에는 세계 모든 차나무의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높이 26미터에 직경 20미터가 넘는
고차왕수(古茶王樹)가 있는데, 이 나무의 나이는 약 2,700살 정도라고 한다.
보이차는 생찻잎이 잘 끊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긴 찻잎을 압착하여 만드는데, 부피가 줄어들어
운반하기에도 편리하며, 압착된 찻잎은 자연 상태에서 발효하여 독특한 맛을 내게 된다고 한다.
보이차(푸얼차)는, 이른 봄에 딴 찻잎을 뜨거운 가마솥에 넣고 덖어서 멍석에 펼치고 손으로 비빈
것을 잘 말린 후에 수증기를 이용해 숨을 죽인다.
숨이 죽은 찻잎을 천으로 된 자루에 담아 둥근 모양을 잡은 후 맷돌 아래 놓고, 웃옷을 벗어부친
젊은이들이 나란히 맷돌 위에 올라서서 자근 자근 30분 정도 밟은 후에 자루에서 꺼내 그늘에 말려서
만든다.
보이차는 보통 생차와 숙차 두 종류로 나눈다.
생차는 갓 만든 차를 말하고, 숙차는 생차가 발효된 것을 말하는데, 생차를 3, 4년 정도 묵혀두면
검은 빛을 띠는 갈색의 숙차가 된다고 한다.
숙차는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은 차로 쳐주는데, "만수용단(萬壽龍團)"이라고 불리우는 황제가 마시던
차는 중국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숙차이며, 150년이 지났으나 색과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살아있는 골동품이요,마실 수 있는 유물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이 만수용단의 가격이 최소한 5억원 정도 나간다고 말하며, 2002년에 거래된 푸얼차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은 차(1937년산)의 가격도 500g에 10만불이었다고 한다.
말은 60kg의 짐을 싣고 하루에 약 60km를 갈 수 있기 때문에, 보이차를 둥근 원차로 압축한 무게를
약 357g 정도로 맞춘다고 한다.
즉, 7개의 원차를 한묶음으로 하면 2.5kg이 되고, 2.5kg 묶음 12개씩을 광주리에 담으면 30kg이 되기
때문에, 말의 양쪽에 광주리 2개를 실으면, 60kg의 무게를 균형있게 맞추어 싣고 운반할 수 있다.
윈난의 보이차는 이렇게 말에 실려 운반되는 도중에 비를 맞거나 말 잔등에 배인 땀에 발효됨으로써
특유의 향과 맛이 나는 숙성된 맛을 지니고 티베트에 도착하여 티베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밭과 가축 남겨주면 얼마 못가 없어지고
많은 재물 남겨줘도 도적놈 가져가면 그만
탈없이 자라는 차 남겨주노니
나보듯 섬겨 자자손손 남겨주면
어느 도적도 빼앗아 가지 못하리라.
이들은 찻잎을 불에 구워서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마시며, 약이나 음식으로도 먹는다.
이들에게 있어서 차는 생명의 원천 그 자체라고 한다.
하니족은 빽빽한 원시의 밀림 속에서 천년 넘게 야생으로 자란 고차수를 찾아간다.
올해도 풍성한 차 수확을 기원하기 위하여 그네들의 차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고차수는 수천년 동안 하니족의 생계를 이어준 차신이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파가 제사를 주관하는데, 해마다 첫차를 딴 다음에 제를 지내며,
고차수 앞에서 향을 피우고 산닭을 잡아 피를 뿌리는 것으로 제사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렇게 중국의 쓰촨성과 윈난성에서 시작된 차 문화는, 오늘날 세계 약 50여 개 나라에서 차를
재배하고, 160여개 나라와 지역에서 약 20억의 인구가 차를 마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극적인 음식 맛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네에게 차는 밍밍하게 느껴져서 잘 마시지 않게 되지만,.
무심으로 돌아가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를 배워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암튼 숫튼 차에 대한 강의는 밑천이 똑 떨어졌기 땜시롱 이것으로 끝맺고, 다음 회 강의부터는
말(馬)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무심으로 차 한 잔 하시지요
여기
순수를 따다 만든 차 있는데
무심으로 차 한잔 하시지요.
문밖 인기척에도 얽매이지 말고
방안 물 끓는 소리에도 얽매이지 말고
눈에 보이는 차 색깔에도 얽매이지 말고
코에 느껴지는 차 향기에도 얽매이지 말고
혀에 닿는 차 맛에도 얽매이지 말고
누구의 찻그릇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 내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차 마시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기쁜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슬픈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오고 가는 세상사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의 그 순수만 마시면 되지요.
그래도 그냥 차 한잔 하는 마음 허전하시면
산사의 노승은 찻잔에 차 꽃이나 띄워 마시지요
풍경소리에는 귀 씻어주는 순수가 숨어 있고
차 꽃에는 찻잎 틔우는 순수가 숨어 있을 테니까.
황청원의 산문집 <새벽여행> 중에서
18회 강좌는 여기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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