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 제3부 맛에 취하고, 지혜에 반하고

[김수영]

경상도에 언양불고기가 있다면, 전라도엔 광양숯불고기가 있다.
또한, 섬진강변을 건너 집 앞 냇가에서 모습을 보이는 참게가 맛의 향연을 이룬다.

‘천하일미 마로화적’
그 옛날, 광양에 귀양 온 선비들이 천민의 아이들을 가르치다 그 부모가 대접한 고기를 맛보고 한양에 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했다는 설이 전해지는 광양숯불고기.

지금이나 예나, 광양을 대표하는 산, 백운산에선 곳곳에서 참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참숯을 굽던 가마터도 많이 있었다.
또한 지금은 없지만, 광양엔 큰 우시장이 있어 집집마다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바로 참숯과 우시장. 이 두 가지가 광양숯불고기의 탄생 근원이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서민들이 우시장에서 질이 낮은 소고기를 얻어 최대한 얇게 썬 불고기를 참숯에 구워 먹었던게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내에서 숯불고기를 맛보고 돌아오면, 집 앞 시냇가엔 알을 품은 참게가 기다리고 있다.
예부터, 겨울철 잃었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봄 참게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바로 참게가리장.
쌀보다 밀가루가 흔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정순갑 이장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참게를 잡는다.
어른 손바닥만 한 참게를 잡아,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먹는 참게가리장은 참게가 살고 있는 섬진강인근에서만 먹던 음식이었다.

그때 그 시절의 삶을 닮아있는 광양숯불고기와 참게가리장은 가난한 서민들의 지혜가 탄생시킨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