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셋째 날,
오늘은 고흥 거금도에서 완도 금당도로 이동하는 날이라 짐도 싸야하고 텐트도 접어야하니 아침을 간단히 하고 서두릅니다. 순례를 여러번 해본 준성이는 알아서 척척! 벌써 팩킹완료.
우리 희원이는 처음 해보는 텐트접기, 침낭 팩킹하기, 배낭에 짐 싸기 등등.. 힘들게만 보이네요.
맘처럼 되지 않자, “이거(순례) 도대체 왜 하는거예요~?”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집에 가고싶다…”
“이제 집에 가고싶다는 말 그만하기~! 지금 네 몸은 어디에 있어? 여기, 거금도에서 순례하고 있잖아. 여기 집중해봐. 내일모레 나랑 같이 나가는 월요일까지 있을거라면, 그 말은 이제 하지말자. 지금부터 집에 가고싶다는 말 하면 진짜로 보내줄께.”
그리고, 우리가 있던 학교교실에 교훈처럼 씌여져 있던 < No pains, No gains>를 가리키며 이야기해줬어요. “저거야. 순례하는 이유…“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배를 타러 우두항으로 가는데, 늘 여유있는 희원이 덕(?)에 아슬아슬.. 그래도 다행히 늦지않게 도착. 참 신기합니다. 애간장은 나의 몫, 이러나저러나 하늘이 도우나봐요. ㅎㅎ 몇번을 그랬네요.
(예를들면 늦어서 종종 거리며 가는데, 마침 버스나 도움주는 차가 탁 나타나는…)
배를 처음 타본다는 준성이, 조금은 배멀미가 난다고.. 다행히 금당도까지는 15분밖에 안걸려 금새 왔지요.
금당도 울포항 도착해서 오늘은 계획과 달리 민박집에서 묵으려고 했는데, 이런.. 5~6군데 전화해봐도 빈 방이 없네요.
하는 수 없이, 마당있는 집에 요청을 드려 텐트펴고 하루 신세 질 수 있을지 여쭤봤어요. 감사하게도 흔쾌히 그러라 하시며 예쁜 꽃들과 나무, 온실이 있는 정원으로 저희를 데려다주시네요.
오는길에 미역줄기 꾸러미 실은 트럭에 배낭과 함께 탑승한 동무들.. 교통법 상으로는 불법이지만, 재밌다며 좋아하는 모습보니 웃음이 나네요. ^^
마당에 텐트를 펴고, 잠시 쉰 후 오후 걷기하러 나섭니다. 금당도와 거금도, 다도해 장관을 볼수 있는 공산으로 올라가려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결국 마을길 걷기가 되었네요. 그래도 그 또한 좋았어요. 잠시 쉬는 곳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말동무도 좀 해드리고, 걸어오는 길에 저 멀리, 어떤 감성 아버님께서 트럭 몰고 가시다 말고 내리셔서는 만개한 벚꽃을 핸드폰으로 찍으시며 나무아래 계시네요. “아버님, 사진 찍어드릴까요?” 하니 쑥스러워하시며 포즈를 잡으십니다.
정겨운 논과 밭이 이어지는 마을길에, 저물어가는 해가 마지막 따사로운 햇볕을 내리쬐는… 평온한 오후의 햇살이 참 좋네요.
동백나무의 빠알간 겹동백꽃을 보며 예쁘다고 감탄하는 희원이가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희원이 아버님이 예쁜 꽃과 나무 등, 식물들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네요.
어제는 어느 식당에서 좋은 약초물이라며, 사장님께서 동무들 마시라고 주셨는데 조금 마신 후, 아버지 가져다 드린다고 제 물병에 담아갔어요. 집 떠나오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나봅니다.
어제까지 힘들다며 투덜대던 동무가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어놉니다. 운동했던 이야기, 포기했던 이야기, 후회되는 이야기, 철없이 아버지에게 한 이야기 등등…
준성이와 함께 듣고, 공감하고, 내 이야기도 하고… 어느새 그러다보니 숙박지에 다다릅니다.
그리고는, “어제까지 진짜 집에 가고싶었는데 할만한 것 같아요. 걷는것 좋아하는 사람들은 순례하면 좋을것 같아요.“ 하네요^^
돌아와서 마당 한 귀퉁이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해가 지니 할일이 없어 각자 텐트로 들어가 일찍이 하루정리 하고, 잠모심을 청합니다.(저녁 8시 반)
매일매일이 소중한 날들이네요.
당신이 계셔 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기도가 절로...지은,희원,준성이의 발걸음에 빛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