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미륵도 기행의 후편입니다)
12월 26일 일요일
6시 무렵 모닝콜 소리에 잠을 깼다. 어제밤 늦게 집에 들어와 오늘 아침 8시까지 귀대해야 하는 큰놈이 혹시 늦잠이라도 자서 늦은 귀대로 기합이나 받을세라 걱정이 되어 부산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미 일어나 집을 나설려고 한다니 ...역시 부모가 없으면 알아서 제 갈길은 찾아 가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아침 식사는 어찌 해결하려나...그것도 알아서 하겠지..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7시가 되니 주인장 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려는 듯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급히 전령을 보내어 아침 식사를 취소시키고 나설 준비를 하였다. 그래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손수 갈아 준 원두커피 한 잔과 미싯가루, 토마토 주스로 간단히 요기하고 길을 나섰다. 다음에 또 자주 보자는 인정어린 배웅을 받으며 어제 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달아공원으로 향하였다.
달아공원은 미륵도 최남단에 위치한 곳이다. 동, 서, 남으로 탁 트인 약간 높은 지형이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침 일출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며 일망무제의 탁트인 바다에 떠 있는 이름 모를 수 많은 섬들을 바라 보노라니 점점이 그려진 아름다운 모습이 정녕 비단결보다 곱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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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돌아서 도남 관광 단지를 지났다. 지난 여름에 하루밤 묵었던 금호리조트가 보인다. 다시 해저터널 위의 운하교를 건너 통영을 떠나 고성을 지나간다. 마음 같아서는 공룡의 발자국이 있는 상족암을 거치고 싶으나 작은놈의 친구들이 무주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장 사천 IC로 올라가 대전-통영 간의 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비교적 교통량이 적은 탓인지 평균110K로 달리는 내 차를 마구 추월해 간다. 누구는 못빼서 못 가나 싶어도 나 혼자만의 목숨이 아니기에 젊잖게 달리고 말았다.
덕유산 IC에서 빠져 무주 리조트로 향했다. 역시 눈의 고장 답게 리조트에 이르자 눈발이 가늘게 날린다. 체인도 안 가져 왔는데 이를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속도 모르는 아내는 야! 눈이다를 외치며 15세 소녀인 양 즐거워 한다. 이래서 여자와 아이는 동격인가 보다. 하기야 50 이 넘은 나도 가끔 마누라 앞에서는 큰 아들이 되기도 하지만....
웰컴센터에서 작은놈에게 과일 한 보따리를 쥐어서 친구들에게 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간단히 둘러 보고 발길을 돌렸다. 지난 봄에 다녀 왔던 무주 리조트가 제 철을 만난 듯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 곳은 불경기를 안타는지 리조트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차량이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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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가는 길은 거창으로, 함양으로 국도를 이용했다. 간밤에 눈이 내렸는지 고개길 양쪽에 눈이 쌓여 있고 길에는 모래, 흙 등이 뿌려져 있다. 덕유산 휴게소 부근에서 잠시 쉬며 쌓인 눈을 밟으며 눈싸움하듯 뭉쳐도 본다.
우리 신혼 여행때도 제주도에서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한라산 중턱의 눈이 이렇게 쌓인 곳에서 다함께 눈을 뭉쳤던 생각이 떠 오른다. 그 때에는 같이 눈을 만지며 즐겁게 사진을 찍었던 아내는 이제 그런 낭만은 어디에 저당 잡혔는지 춥다고 차에서 내릴 생각조차 않는다. 어제밤의 분위기가 첫날밤과 달라서 일까.
나이가 들면서 육신의 젊음만이 아니고 낭만마저 빼앗기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은 우리리가 머잖아 한 줄기 검은 물이 되어 흐른다 생각하니 밖에서 바라보는 지아비의 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거창을 지나면서 수승대를 돌아 보았다. 20년 전에 직원 단체로 야유회를 다녀 갔던 기억이 오래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근처에 다다르니 안내판이 보이고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입장료와 주차비조차 징수하고 있다. 20년 전에는 그저 시골 도로변에 위천을 낀 경치 좋은 곳일 뿐이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20년이니 2번이나 바뀔만 하겠지.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이름이다.
거북바위를 건너면 저 쪽에 정자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 정자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물을 가두는 보를 만들어 여름철엔 수영장으로 이용하고 차량이 지날 수 있고, 위쪽으로 광안대교를 닮은 현수교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반석 위에 옥같은 계류를 건너 뛰고 징검다리로 건느던 추억은 사라지고 가볍게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느니 아쉬움 반, 즐거움 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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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 저편에는 눈 썰매장이 있다. 개장 기념으로 크게 휘날리는 깃발에 순수한 자연 모습의 수승대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밀려 온다. 아름다운 자연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법인데 개발되고 상업성있는 모습이 주는 쓸쓸함을 지울 수 없다.
수승대를 뒤로 하고 함양으로 달린다. 읍내에 와서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었던 아내의 옛집을 찾았다. 어린 시절 10년을 살았던 집이지만 떠난지 35년이 된지라 처음에는 어느쪽에 있는지도 모르더니 상림을 다녀오고 함양여중을 찾으니 옛기억이 새로워지는가 보다.
여중 뒷길에서 대나무숲 등진 옛집을 찾았다. 옛날 그대로의 집모습이라고 즐거워 한다. 그 당시에는 크고 넓었던 집이 왜 이리 작게 보이는지 모르겠단다. 입구쪽 탱자나무담이 지금은 보기 흉한 블록담이 되고 왼쪽 골목은 허물고 새로 지은 집이라 옆 주변은 많이 바뀌었단다. 함양읍이라서 많은 집들이 들어서고 도로가 새로 났으나 학교 바로 뒤라서 찾을 수 있었나 보다.
그냥 오기가 아쉽던지 인근의 나이드신 분을 붙잡고 한참을 얘기하더니 결국 함께 그 집을 찾아 들어가 주인에게 인사하고 집구경도 하고 온다. 근방에서 50 년 이상을 사신 그분도 반가운지 자세하고 인정있게 말씀을 들려 준다. 이번 여행에서 아내는 자기의 옛집을 찾아 본 것을 아주 즐거워 한다. 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놀던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수구초심이라더니 여자도 여우라 닮은 바가 많은가 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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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여중과 함양초등의 운동장도 거닐고 교정에 서 있는 기린상도 보았다. 건물의 위치는 바뀌어도 동물상은 그때 그대로란다. 초등학교 앞의 학사루 건물이 일두 정여창의 배출지답게 문사의 고향임을 알게 한다.
함양을 떠나 산청 유림면의 지리산 초입에 있는 덕양전을 가 보았다. 차가운 날씨가 살을 에어 급히 외양만 보고 왔다. 옛 가락국의 구형왕을 봉사하는 건물인데 빨리 가자고 볶는 등쌀에 자세히 읽을 여가가 없었다. 이럴 때는 안내문을 한 컽 하는건데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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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IC에서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주말을 이용해서 먼 길을 다려온 차들이 제법 밀리더니 함안에서 마산까지는 거북이 걸음이다. 다행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달려 먼 여행을 무사히 끝내고 부산으로 올 수 있었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오는 중간에 드문드문 보이는 밭에 버려 놓은 배추를 보며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추위 속에 버려진 농심을 알리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두고 두고 쌓인다. 내년에는 농부의 근심을 시원하게 뚫어 줄 소식을 기원해 본다.
첫댓글 고향여행에 경치좋은 명승지 둘러보고...즐거움 가득한날 되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