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맛집을 찾아서 鼎談情論> 죽순문학회 윤장근회장과 일식집 | |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단골 맛집 한 두 곳을 정해 자주 찾는지도 모릅니다. 편하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내는 맛깔스런 공짜음식도 단골에겐 후합니다. 이번 주부터 ‘단골 맛집을 찾아서! 정담정론’을 게재합니다. 첫 회로 죽순문학회 윤장근(74) 회장과 자리를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유쾌한 기분으로 술 한 잔 곁들여 먹을 때 식도락(食道樂)의 정수를 느낄 수 있지요.” 올해로 10년째 죽순문학회를 이끌고 있는 윤 회장이 자주 들르는 음식점은 대어초밥집이다. 5년 전 한 언론인과의 모임을 위해 우연히 들렀던 곳이지만 음식이 정직하고 종업원이 친절하고 분위기가 안온한, 일식집 특유의 3박자가 마음에 들어 단골이 됐다. 집과 가까이 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화식(和食`전통 일식요리)을 즐기려면 미식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안됩니다. 회를 한 점 먹고 바로 선도를 짐작할 수 있는 미각이 필요한 거죠.” 그의 단골집은 주로 우리나라 근해에서 나는 자연산 토종 어종으로 고객의 구미에 맞추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도 없지 않다. 음식 값이 만만찮을 뿐 아니라 방을 차지하면 그 값도 해야 하므로 술꾼으로서 주머니 사정에 따른 제약도 많다. 이에 대해 “따라 나오는 메뉴의 종류가 많고 소식(小食)을 하기 때문에 여느 한정식이나 고깃집보다 의외로 싸게 먹는다”는 게 윤 회장의 일식집 예찬론이다. 그의 화식론에 따르면 회는 꼭 고추냉이장과 먹어야 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은 싱싱한 회 맛을 제대로 맛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덧붙여 여유와 느긋함을 갖고 요리사가 내는 회의 미학적 상차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뭐든지 빨리 빨리 음식을 내놓을 것을 독촉하는 것은 일종의 조급증인 셈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화식체계를 갖추고 난 뒤 풋고추, 마늘, 된장 등과 함께 회를 먹을 때 한국적인 고유의 회 맛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1950년대 초 문단에 데뷔, 반세기 넘게 문인으로 살아 온 윤 회장이 회 이외 즐기는 음식은 게와 어묵, 갈비이다. 대신 개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한창 향촌동 술집을 돌며 술과 문학 이야기로 밤을 새우던 시절, 지인이 꼬드겨 개장국을 먹은 일이 있는데 그것이 개고기국임을 알고 며칠동안 속이 불편했어요.” 이 때의 기억을 살려 1968년에 발표한 작품이 ‘신박사와 개’. 주인의 총애를 받던 진돗개가 노회해지면서 집에 든 도둑을 잡지 못하자 결국 주인의 버림을 받는 견공의 이야기로 개고기를 즐기는 친구에 대한 반감이 낳은 단편소설이다. 젊었을 땐 두주불사했고 고희를 훌쩍 넘긴 지금도 컨디션이 좋을 땐 청주 10잔을 거뜬히 마시는 윤 회장은 막걸리와 청주를 특히 좋아한다. 막걸리는 민족정서가 녹아나는 술이요, 청주는 맛이 깔끔한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향촌동 술집은 내 문학의 산실이며 술은 내 문학의 자양분인데 갈수록 술에 약해지는 것이 슬프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구 최초의 일식집은 일본인이 운영하던 ‘해광(海光)’과 ‘향미(香味)’였던 사실도 윤 회장을 통해 알게 됐다. 폭넓은 기억력과 대구 야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 덕분이다. 1904년 팔조령을 통해 일본인 상인들이 대구로 들어와 지금의 북성로 일대에 상가가 형성됐고 이어 향촌동에 고급 일식집들이 생겨나면서 화식이 대구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다. ◇대어초밥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대어초밥은 제철에 나는 자연산 활어를 확보해 제공하는 180석 규모의 일식집. 오랜 외식업 노하우를 갖춘 주인이 청도 농장에서 일궈낸 채소로 직접 김치를 담글 정도로 고객의 웰빙에 신경을 쓴다. 횟집이면서도 단골들이 된장찌개를 원하면 언제든 끓여낼 만큼 친절하고 또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특히 초밥의 경우 연어 등 선어를 쓰기보다 활어만을 고집하고 있어 그 맛이 신선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회 1인분 3만~6만원, 초밥 1만~2만원, 회와 초밥에 우동을 곁들인 점심특선 2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