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장 배신자(背信者)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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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전(群雄殿).
커다란 대전에는 수백명의 군웅들이 운집해 있었다. 무서우리만치
무겁고 조용한 침묵이 벌써 한 시진이나 흘러갔다. 침중하고 살벌
한 분위기였다.
수라궁의 개파대전은 내일이었다. 그런데 왜 군웅들이 이곳에 운
집한 것일까? 그것도 한 명도 빠짐없이.
군웅들은 한결같이 의혹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날의 모임은 완전히 전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날
아침에 비밀리에 통첩이 모든 군웅들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정파군웅들에게는 소림(少林)의 현광대사(玄光大師), 천산파(天山
派)의 천산비검옹이 첩지의 발부자였다. 또한 사파군웅들의 첩지
발부자는 천군맹(天群盟)의 대표인 조천명이 발부자로 되어 있었
다. 결국 몇몇의 영수급 인물들로 인해 이 모임이 긴급 소집된 것
이었다.
군웅전에는 근 삼백 명이 넘는 군웅들이 운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늘 한 개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한편 무영종(無影宗)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선기묘인 사도유가 술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대고
있었는데 처음 볼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사도유는 소매로 입가를 슥 문지르더니 입을 열었다.
"흐흐흐... 무형, 오늘 왜 군웅들이 소집됐는지 아시오?"
무영종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올시다."
사도유는 괴소를 흘렸다.
"훗훗훗... 좀더 빨리 소집했어야 했소. 그러나 그렇게 늦은 것만
도 아니오."
그는 술병을 흔들며 혀꼬부라진 소리로 외쳤다.
"그 동안 두 다리 걸친 놈들은 모두 죽여야지! 암, 죽여야 하고
말고!"
그의 음성은 컸다. 모든 군웅들이 그의 말을 들었다. 그들 중 몇
명의 안색이 변하고 있었다.
이윽고 소림의 선좌원 원주인 현광대사가 몸을 일으키며 침중하게
불호를 외었다.
"아미타불......."
현광대사는 고요한 눈에 은은한 신광을 담고 군웅들을 둘러보았
다.
"여러분께서는 오늘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히 소집됐는지 의문을
느끼실 것이오."
군웅들은 숨마져 죽였다. 그들은 모두 그 점에 대해 한결같은 의
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광대사는 합장을 하고 다시 나직히 불호를 외운 뒤 장엄한 음성
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수라궁의 개파대전이 하루 남았소이다. 개파대전이 열흘 연
기된 그 날로부터 여러분은 어떠한 경험을 겪었소이까?"
현광대사의 인자한 얼굴에 비감이 스쳤다.
"그동안 실로 엄청난 음모에 의해 일백육십 명의 동도들이 억울하
게 숨져 갔소이다."
군웅들의 안색에도 비통이 떠올랐다. 그 숨진 사람들은 모두가 직
접 간접으로 그들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광대사의 말이
계속되었다.
"더욱 무서운 일은 그 일들은 수라궁에서 손을 쓴 것이 아니오.
슬프게도 이번 일의 원흉은 바로... 우리 자체 내에 있다는 것이
오."
군웅들은 일제히 술렁거렸다. 비록 모두 그 점을 짐작은 하고 있
었지만 현광대사가 명백히 단정짓자 새삼 의론이 분분해졌다.
악가의 가주인 섬마검 악진원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대사! 그것은 너무 빠른 속단이 아니겠소이까?"
악진원은 눈썹을 기이하게 꿈틀거리며 군웅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에 모이신 군웅들은 모두 수라궁을 공동의 적으로 여기고 있
소이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있는데 대사의 그런 말씀은 오히
려 우리들의 일체감에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소이다. 노부는 오
히려 그 점이 두렵소이다."
그의 말은 비록 공손한 듯 했지만 뼈가 있었다. 은근히 현광대사
를 자체 내의 분열 주동자로 모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광은 수
양이 깊은 불승이었다.
그는 지그시 악진원을 응시하며 탄식해 마지않았다.
"아미타불... 악시주의 말도 일리는 있소이다. 그러나 이미 분열
은 시작되었소이다. 이제까지의 희생자가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사례이오. 다만 남은 것은 앞으로 어떻게 그 배신자를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오."
그의 말에 이번엔 곤륜파(崑崙派)의 대표자로 파견된 구환비객(九
環飛客) 환도(桓陶)가 일어섰다.
"대사, 소생이 한 마디 하겠소이다."
환도는 날카로운 두 눈을 번뜩이며 추궁했다.
"숨져간 동도들은 수라궁 놈들에 의해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소?"
그 말에 이번에는 현 개방( )의 젊은 영걸이자 장문인인 만리
추풍수사(萬里追風秀士) 모용랑이 일어섰다.
그는 삼십 세 정도의 청수하게 생긴 위인이었다. 전신에는 낡았으
나 깨끗한 마의수사복을 입었으며 진한 눈썹과 서글서글한 눈은
초인적인 비범함과 지혜를 보여주었다.
모용랑은 수중에 들고 있는 죽선(竹扇)을 짧게 쥐고는 자신의 손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구환비객 환도를 지그시 응시하며 물었
다.
"환대협, 한 가지 묻겠소. 백독마군 음무위의 무공은 어느 정도
요?"
마치 자신의 내부를 꿰뚫는 것같은 모용랑의 날카로운 눈길에 환
도는 움찔했다. 그는 마지못한 듯 대답했다.
"그는... 최절정 고수요."
만리추풍수사 모용랑은 죽선을 쫙 펼쳤다.
"그렇소이다. 그는 최절정 고수요. 거기에 더욱 함부로 볼 수 없
는 것은 그가 무서운 독공을 익혔다는 것이오. 당금 천하에서 그
를 꺾을 사람은 실로 손가락을 꼽을 정도요."
모용랑의 말은 조리가 분명하면서 은연중 만인을 압도하는 기풍이
있었다. 과연 젊은 나이에 중원에서 가장 인원이 많은 개방을 영
도하는 방주로써 추호도 손색이 없었다.
모용랑은 군웅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런 그가 심장과 등 뒤에 치명상을 입고 죽었소이다."
구환비객 환도는 눈썹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수라궁 고수들의 합공(合攻)을 받은 것이 아니겠소?"
모용랑은 두 눈에 이채를 발산하며 확신하듯 말했다.
"아니오. 그가 있던 방 안에는 전혀 싸운 흔적이 없었소이다. 더
군다나 그의 수하로써 역시 절정인물인 천황십독(天皇十毒)도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살해되었소이다."
모용랑은 죽선을 다시 접었다. 그의 눈에서 칼끝같이 예리한 혜광
이 번쩍였다.
"이로 미루어 분명 그들을 죽인 자는 그들과 친분이 두터운 자였
을 것이오."
환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이상 반박할 말이 없었던 것이
었다.
쾅!
팽가의 가주인 패천참인도 팽천후가 탁자를 치며 일어서더니 좌중
을 향해 분노성을 터뜨렸다.
"노부도 모용방주의 말에 동감이오. 노부의 아우 역시 도법(刀法)
으로 강호일절이오. 그런데 아우 역시 칼 한 번 뽑아보지 못하고
죽었단 말이오!"
팽천후의 눈에서는 무서운 분광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나의 아우를 죽인 자는 아우가 너무도 잘
아는 자요. 아우는 그 자를 믿었기 때문에 방심하다가 어처구니
없이 당한 것이오."
팽천후는 살기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군웅들을 차례로 노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원흉(元兇)을 가려내 죽이지 못하면 노부는 칼
을 꺾은 후 영원히 강호에서 사라지겠소!"
그 말에 한 거한이 벌떡 일어났는데 그는 사도의 거마인 철탑유신
(鐵塔幽神) 구유명(仇有命)이란 자였다. 그는 운남(雲南)일대의
마왕(魔王)으로써 무서운 외가무공(外家武功)인 철탑파황공(鐵塔
破荒功)을 익히고 있었다.
그는 버럭 분노성을 질렀다.
"팽가주! 그대의 말은 너무 지나치다. 나는 더이상 이곳의 일따위
는 참견하고 싶지 않으니 이 자리에서 나가겠다!"
구유명은 정말로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나 혈영
곡의 곡주인 혈의마검 공손패가 일어서더니 음산하게 외쳤다.
"혈의삼십육궁!"
"넷!"
사방에서 일제히 대답이 들림과 동시에 삼십육 명의 혈의궁수들이
나타났다. 공손패는 차디차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이곳을 빠져 나가려는 자가 있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가
차없이 쏴 죽여라!"
"넷!"
혈의삼십육궁은 지체없이 대전의 사방으로 물러가더니 혈궁(血弓)
을 들고 화살을 매겼다. 그들은 모두 차가운 표정으로 전 군웅들
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막 밖으로 나가려던 철탑유신 구유명은 흠칫하더니 걸음을 멈추었
다. 그는 즉시 살기 어린 눈으로 공손패를 노려보았다.
"공손패! 너의 이 행동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누구든지 이곳을 나가려는 자가 있다면 배신자로 단정하고 죽일
것이다."
"뭣이?"
철탑유신은 물론 몇몇 군웅들의 안색이 돌변했다.
현광대사 또한 탄식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정혜(丁慧)."
"네, 사숙님."
정혜가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대는 십팔나한과 함께 대전 밖으로 나가라. 그 누구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며 또 외부의 누구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사숙님."
정혜는 합장을 한 뒤 물러났다. 소림사의 십팔나한도 모두 대전
밖으로 사라졌다.
군웅들은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꼈다. 일백 년 만에 출현한 소림사
십팔나한, 그들이 소나한진(小羅漢陣)을 펼친다면 그 누가 군웅전
을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인가?
천군맹의 구주진천도 조천명도 무시무시하게 외쳤다.
"천군십마(天群十魔)!"
"넷!"
열 명의 음침한 노인이 벌떡 일어섰다.
"너희들도 나가 소림 십팔나한을 도와라!"
"알겠습니다, 맹주님!"
천군십마. 그들은 천군맹의 일류고수들로 한결같이 끔찍한 사도의
거물들이었다. 그들 역시 군웅전 밖으로 나갔다.
일이 이렇게 되자 군웅들은 숨을 죽였다. 철탑유신도 터질 듯한
분위기를 느끼고 마지못해 제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는 가일층 살
벌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섬마검 악진원이 다시 일어서며 침중하게 말했다.
"배반자들을 어떤 식으로 가리겠소?"
그의 물음은 어느 특정인을 향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 말에 대답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껏 구석진 곳에서 말없이 앉아 있던 무영종이 일어났다. 그는
군웅들을 둘러보며 담담히 말했다.
"본인에게 방법이 있소이다."
군웅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되었다. 무영종은 그들을 둘
러보며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이 구 일 동안 수라궁에서는 우리들의 몸에 한 가지 기이한 약을
은밀하게 주입시켰소이다. 그 약은 무색무미무취한 것으로 독이
아닌 기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전혀 방비할 수 없는 것이오. 수
라궁에서는 그 약을 우리들이 마시는 물과 술, 그리고 모든 음식
에 조금씩 탔으니 그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약성분이 배어 있소이
다."
"그... 그럴 수가!"
군웅들의 안색이 모두 돌변했다. 무영종은 경악하는 그들을 둘러
보며 말을 이었다.
"본인은 며칠 전 백독마군에게 그 약을 주고 검토시킨 적이 있소
이다. 마침내 그는 죽기 직전 해약을 얻어냈소이다."
무영종의 담담한 말은 군웅들의 마음 속을 부드럽게 파고 들었다.
무영종은 기이한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그 해약은 백독마군이 전력을 기울인 것으로 두 가지 효능이 있
는 것이오."
군웅들의 얼굴에 의혹이 어리는 가운데 천안통수 마운로는 벌써부
터 무영종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가 마침내 물었다.
"무슨 효능이오?"
무영종은 군웅들을 둘러보며 담담히 말했다.
"한 가지 효능은 물론 여러분의 몸에 잠재된 약성분을 해소시키는
것이오. 그러나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우리 자체 내의 배신자를 가
려내는 것이오."
군웅들의 안면에 재차 의혹이 서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악진원이 번뜩이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반문했다.
"한낱 해약이 어찌 배신자를 가려낼 수 있단 말이오?"
무영종은 담담히 웃었다.
"그 이유는 수라궁이 복용시킨 약을 먹은 자는 해약의 효능을 나
타내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곧 죽음의 독약이 되기 때문이
오."
군웅들의 얼굴에 경악과 아울러 감탄이 실렸다. 반면에 악진원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냉소하며 물었다.
"흥!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누구요? 첫날부터 노부는 당신을 의심
했었소. 당신이 수라궁의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오. 해약이라
고 준 그 약이 우리 모두를 독살시킬지 어떻게 믿겠소?"
그 말에 군웅들이 웅성거렸으나 무영종의 안색은 여전히 담담했
다.
"어쨌든 이 해약을 거부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가 바로 첩자일 가
능성이 있소. 왜냐하면 백독마군이 만든 약은 틀림없기 때문이
오."
악진원이 다시 차갑게 물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그대는 대체 누구요?"
무영종은 담담히 말했다.
"본인은 자부신군 무영종이라 하오."
"자부신군 무영종? 노부는 강호에서 수십 년 동안 그같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악진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언성을 높였다.
"여러분, 한 번 생각해 보시오! 만약 이 자가 주는 해약이 극약이
라면 여러분은 완전히 수라궁의 계락에 넘어가고 마는 것이오."
그 말에 군웅들은 이내 소란을 일으켰다. 구환비객 환도가 나서며
적극적으로 찬동했다.
"노부도 악대협의 말에 동감이오."
그는 두 눈에 살기를 띄며 나섰다.
"노부는 저 정체모를 자를 잡아서 심문하겠소. 저 자는 필시 수라
궁의 첩자일 것이오!"
그가 앞으로 나서자 군웅들 속에서 몇몇이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살기등등한 채 무영종에게 다가갔다.
"아미타불!"
갑자기 천 개의 쇠종이 치듯 웅후한 불호성이 터졌다. 현광대사가
보다 못해 일어선 것이었다.
"노납이 한 마디 하겠소이다."
그 말에 곧 장내는 숙연해졌다. 소림의 현광대사라면 믿을 수 있
는 인물임은 물론 은연중에 군웅의 영수 역할을 해내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현광대사는 신광이 감도는 눈으로 좌중을 쓸어보며 웅후한 음성으
로 말했다.
"노납이 저 분 무시주의 말을 보장하겠소이다. 만약 여러분이 노
납을 믿어준다면 무시주의 말을 따라주시오."
군웅들의 안색은 대변했다. 자부신군 무영종, 그 자가 대체 누구
이길래 소림의 고승이 신의를 보장하고 나서는 것인가?
악진원이 쾅! 하고 탁자를 치며 격하게 외쳤다.
"대사! 어찌 전 군웅의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을 정체도 모르는 한
사람에게 맡길 수 있겠소?"
그것은 사실 군웅 대부분의 의문이기도 했으나 현광대사는 담담한
신색에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미타불... 노납이 이 일에 생명을 걸겠소이다."
군웅들의 안색은 다시 동요했다. 그러나 구환비검 환도가 노성을
터뜨렸다.
"대사! 대체 저 자의 무엇을 믿고 그러시는 것이오? 노부는 죽어
도 믿지 못하겠소이다."
현광대사는 두 눈을 스르르 감고 불호를 외었다.
"아미타불... 여러분! 무시주가 누군지 아시오?"
군웅들의 얼굴에 삽시지간 온통 의혹이 어렸다. 뜻밖의 말에 무영
종조차도 흠칫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귓전에 현광대사의 전음이 들려왔다.
(아미타불... 사제,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 자네의
신분을 밝혀야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네.)
무영종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 뜻대로 하십시오.)
그들 사이에 오간 전음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현광대사의 입이
드디어 떨어졌다.
"아미타불... 무시주는 바로 본 소림의 전대 고승이신 삼성승(三
聖僧)의 제자이오."
"뭣?"
군웅들은 모두 경악과 함께 굳어졌다. 너무나도 뜻밖의 사실을 접
한 때문이었다. 소림 삼성승(三聖僧)이라면 백 년 전 무림을 떨어
울린 나머지 그 위명이 가히 일월(日月)을 능가할 정도가 아닌가?
전 군웅들의 눈길이 무영종에게로 향해졌다. 그들 중 호불범의 눈
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눈물이 비친 것일까? 그의 눈에는 간절한
그리움과 애틋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아! 역시 그 분이었구나.'
그는 무영종의 정체를 비로소 파악한 것이었다. 천안통수 마운로
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무릎을 쳤다.
"그러면 그렇지, 그랬었군!"
그의 옆에 있던 공손패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마대협! 그게 무슨 말이오?"
마운로가 그의 귓전에 대고 뭐라고 말하자 공손패의 안색이 일변
하는가 싶더니 온통 탄복의 빛을 드러냈다.
이때 군웅들의 소란을 제지하듯이 무당파의 오행자(五行子) 중 막
내인 청수자(靑水子)가 일어서며 도호를 외었다.
"무량수불... 빈도는 무시주를 믿겠소이다. 빈도가 먼저 그 약을
복용하겠습니다."
호불범도 입가에 신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생도 무대협을 믿겠습니다."
공손패가 벌떡 일어나며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무대협! 정말 당신일 줄은 꿈에도 예측치 못했소. 과
연 무대협답소이다."
천안통수 마운로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노부는 무대협을 꽉 믿겠소이다."
연이은 이들의 태도에 군웅들은 어리둥절했다. 섬마검 악진원의
안색은 거듭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은연중 검제 남궁진강을 응시
했다.
남궁진강은 침중한 표정을 짓더니 신음을 발했다.
"으... 음. 호소협까지 그렇다면 노부도 따르리라."
악진원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이때 갑자기 통천교(通天敎)의 교주인 통천마군(通天魔君) 흑고가
음침하게 웃으며 나섰다.
첫댓글 항상 고맙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