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편
▶양반 고장이 많은 경상도에는 양반 선비
또는 학자가 등장하는 점잖은 육담이 많다.
경상도 어느 양반 댁의 외동아들이
장가 들 때가 되자 이웃 마을의 세 처녀가
서로 다퉈 시집오려 했다.
가문이나 바느질 솜씨, 용모, 예절 등이
한결같아 한 처녀를 며느릿감으로 가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마침내 양반은
세 처녀를 불러놓고 문제를 냈다.
“여자는 남자들과 달라 입이 둘이로다.
위에 있는 입말고
아래에 입이 하나 더 붙어 있도다.
내가 묻노니 윗입과 아랫입 중에
어느 것이 어른인가?
사려 깊게 답을 하렷다.”
첫째 처녀가 쾌활하게 먼저 답을 했다.
“예, 윗입이 더 어른입니다.
아랫입은 아직 이가 나지 않았는데,
윗입은 이가 모두 났기 때문에
더 어른입니다.”
그러자 둘째 처녀가 반박하고 나섰다.
“아닙니다. 아랫입이 더 어른입니다.
윗입은 지금껏 수염이 나지 않았는데,
아랫입은 수염이 아주 무성하게
나 있으니 더 어른입니다.”
셋째 처녀는 다소곳이 앉아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양반이 그 처녀에게 넌지시 눈길을 주며
“너는 어느쪽이냐?”
하고 묻자 마침내 입을 열었다.
“둘 다 틀리진 않아도
맞는 답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소저의 생각으로는
윗입이 더 어른입니다.
왜냐하면 아랫입은 평생 아기처럼
물려주는 젖만 빨아먹는데,
윗입은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못 먹는 게 없으니 어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처녀의 말을 들은 양반은
“그럼 그렇지! 네 말이 옳다.
음양의 이치를 제대로 아는 걸 보니
한 지아비의 아내 노릇을 할 자격이 있도다.”
하면서 무릎을 탁 치는 것이다.
셋째 처녀가
며느릿감으로 뽑힌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교양 있고 용모가 단정하더라도
음양의 이치를 모르고서는 건강한
부부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