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전망의 진해 바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 입구에 들어서자 흰색의 단아한 건물들에서 세련되면서도 단정한 기품이 느껴졌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굳이 제독이라 표현해 달라고 함)의 혼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질 해군 장교를 양성하는 해군사관학교장인 최윤희 중장을 실제로 보니 해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처음 접했던 사진의 느낌보다 더 인자하고 친절하면서도 절제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군대의 엄격함과 군지위의 중압감을 처음 접해본 기자에게 먼저 이것저것 물으며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배려는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여유로움 같았다.
최윤희 중장은 오산시 두곡동에서 태어나 오산초등학교와 오산 중·고등학교를 거쳐 해군사관학교 31기로 임관했다. 그의 어머니께서 아직도 구남촌에서 거주하고 계신 영락없는 오산태생이다.
오산에서 태어나 청소년기까지 보낸 최윤희 중장의 학창시절이 어떠했는지 궁금해 여쭸더니 오산초등학교 은사님이시다는 임명호 선생님의 체험수기를 슬쩍 건네준다. 은사님 눈에 비친 어린 최윤희 중장은 어떠했을까. “ 책벌레로 보일 만큼 책을 좋아하고 눈빛이 비범한 왜소하지만 다부진 체구의 소년이었으며, 가난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포부가 컸던 야무진 학생이었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옅은 미소와 함께 사춘기 시절인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는 눈빛에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아련함이 묻어났다. “오산중·고등학교 시절 밴드부에서 활동했었어요. 당시에는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라기보다는 음악을 즐기는 자유로운 청년이었지요. 그러면서도 한 번도 1등을 놓치진 않았어요. 지금도 음악행사 때는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나의 음악적 소질을 즐기고 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해군사관학교의 학교장. 지와 무, 예능을 겸비한 멋진 청년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음악을 사랑하던 청년이 엄격한 사관학교를 거쳐 현재의 중장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절대 쉽지만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30여 년 세월동안 지켜오며 버팀목이 되어준 원칙과 소신 그리고 그 비결에 대해 물었다.
“정면승부와 노력, 끈기”라고 답하는 최 중장에게서 처음 느꼈던 절제된 카리스마와 함께 집요한 승부사 기질이 보였다. 미국유학을 위해 준비한 평가 결과대로 유학생 선발이 되지 않자 상대적이 아닌 절대적으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없음을 깨닫고 마음에 품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외곬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해군사관학교 전투병과를 1등으로 졸업한 후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1~2개 기수마다 1명 만을 선발하는 미 해군 전투병과 학교 대잠전과정(‘81.4.~’81.9.), 미 해군 해대 참모과정(‘87.1.~’87.6.) 수료 및 미 메릴랜드대학 장성정책연수(‘06.3.~’06.10.)등 교육경력을 쌓은 결과 지금의 최윤희 중장이 만들어졌다.
‘정면승부, 노력, 끈기’의 승부사 기질은 어디에서든 통하는 성공의 지름길임을 몸소 보여줬다.
대한민국 해군을 선택했고 대한민국 해군을 위해 남은 삶을 바치겠다는 최윤희 중장에게 해군사관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당부의 말씀을 부탁했다.
“군인의 길은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해군사관학교의 생도수는 총 530명 정도로 소수정예부대입니다. 지난 5월 18일 오산고등학교에서 ‘바다,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학업순위에는 예민하지만 꿈이나 목표를 갖는 일에는 부족함이 많은 듯 보여요. 꿈과 목표를 갖고 성취를 이뤄내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전제되어야 하고 군인의 길은 더욱 그러합니다. 장차 대한민국의 방위와 국가발전을 위해 핵심군이 될 해군장교를 키워내는 일은 제게 큰 자부심을 주는 일이고 좋은 인재들은 나라와 군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꿈을 이뤄보고 싶은 학생들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세상의 인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예전 작은 도시 오산에서 좋은 인재가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평범한 오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최윤희 중장같은 분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앞으로 오산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인재를 키우는 일에 봉사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이어 “불러주는 곳이 있고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열정있는 강연회를 하겠다. 그것이 지역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1박의 여유로움도 없이 먼 거리를 오고 간 기자에게 최윤희 중장은 시간이 되면 꼭 술 한 잔 같이 하자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 모습에서 음악을 사랑하던 자유로운 청년의 모습과 자기절제를 통해 꿈을 이뤄낸 연륜의 여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 지난 5월 18일 모교인 오산고에서 후배들에게 ‘바다,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오산시민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