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오빠.. 여기 너무 비싼데 아냐?"
겉으로 보기에도 꾀나 비싸보이는 옷가계..
혜서는 선뜻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말이 많다.."
막무가내로 혜서를 끌어당기는 현우..
현우의 손에 옷가계로 끌려들어가는 혜서.
"어머, 오셨네요, 현우씨!"
현우가 단골로 다니는 옷가계..
점원을 보자 웃으며 혜서를 가리키는 현우.
"이 아가씨한테 가장 잘 어울릴만한 옷좀 보여주세요!"
"네, 이리로 오세요!"
혜서는 약간 어색한 듯 자꾸 현우의 눈치를 살피고..
그런 혜서를 현우는 귀엽다는 듯 바라본다.
점원에 의해 하얀색 투피스를 고른 혜서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고..
잠시후
문을 열고 나오는 혜서의 모습을 본 현우는 입을 떡 벌린다.
하얀색 투피스 차림에 긴생머리를 늘어뜨린 혜서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였다.
혜서에게 미소를 띄우며 다가오는 현우..
'두근...'
심장이 떨리는 혜서.
"이쁘다........."
그저 미소만 짓는 현우와..
얼굴까지 빨개진 혜서.
"저기, 이걸로 할게요! 얼마죠?"
계산을 하고 혜서를 바라보는 현우.
"가자, 혜서야!"
"잠깐만! 옷좀 갈아입구.."
"그냥 입어. 이쁜데.."
혜서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는 현우.........
어리둥절 하기만 한 혜서.
"다녀왔습니다........."
"어딜갔다 이제오니?"
"무슨 상관인데요?"
계모를 무섭게 노려보는 현빈.
"엄마가 아들 간섭하는건 당연한거지..안그러니?"
"훗..당신이 엄마라고??"
"현빈아.."
"한가지만 부탁할게요.. 날.. 어설프게 당신의 아들로 삼을 생각 마세요.
당신이 데리고 놀 아들은.. 현우형 하나면 충분하지 않나요?
나까지 현우형처럼 당신에게 놀아날거라 생각마세요.. 착각한거예요."
현빈, 말을 마치고 계단을 올라간다.
그런 현빈을 보며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말하는 현빈계모..
"한번이라도.. 날 엄마로 받아줄 순 없는거니? 응? 현빈아......"
"웃기지 마요."
현빈, 차갑게 말하고는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그런 현빈을 보며 눈물짓는 계모..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운다.
"젠장.."
현빈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웃옷을 거칠게 벗어 버리고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알아요.. 당신 착하고 여린거........ 하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
절대 용서할수 없어요...................'
"혜서야! 배 안고파?"
"오빤?"
"난 배고파 죽겠다.. 우리 뭐 먹을까?"
"그럴까?"
"혜서, 뭐 먹고싶은거 있어?"
"음.. 시원한 물냉면^^"
"그래? 그거 먹으러 가자!"
"좋아~!!"
현우, 갑자기 혜서의 손을 잡는다.
따뜻하게 전해져 오는 현우의 체온...........
혜서는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킬까봐 조마조마해 했다.
"혜서야, 우리 현빈이도 부를까?"
"현빈이..??"
현우에게서 현빈이 얘기를 듣자 아까의 키스가 생각나 금새 얼굴이 붉어지는 혜서.
"안돼! 절대안돼!"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해버린다.
"아니.. 싫으면 싫은거지.. 그렇게까지 정색을 해? 현빈이랑 무슨일 있는거야?"
"일은 무슨! 암튼 현빈인 안돼.. 오란소리 하기만 해! 나 그냥 가!"
"아.. 알았어, 임마.........."
키스 사건 이후..현빈이 생각만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혜서였다.
'김현빈.. 난 널 절대로 용서할수 없어.. 변태..저질..나쁜새끼..'
[15]
몇일이 지나고..
아직도 혜서는 현빈이 불편한 상태였다.
현빈과 눈이 마주칠세면 이내 현빈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혜서였다.
"혜서, 너.. 요즘 현빈이 보는눈이 심상치가 않다? 무슨일 있었어?"
점심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은경이 묻는다.
"일은..무슨........."
"근데 왜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눈을 하구 그래?"
"그냥..뭐....."
"혹시 현빈이가 사랑고백이라두 한거야?"
"뭐어??"
"아니.. 그렇잖아.. 솔직히 현빈일 보면.. 널 꼭 좋아하는 눈치라니까?"
"말도안돼.."
"말이 안되긴 뭐가 안돼.. 남자가 여자좋아하는건 당연한거지..
솔직히 너만 모르고 다 아는 사실이다, 뭐."
"정말..다들 그렇게 생각한단 말야?"
"당근이지~"
"도대체 어딜 봐서?"
"기회가 된다면.. 현빈이 눈을 봐! 눈을!!"
"눈..??"
"그래.. 눈은 마음의 창이라잖아! 현빈이 눈을 보면..알수있어!
걔가 널 좋아하는지............안좋아 하는지 말야!"
은경의 말에 혜서는..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갑자기 끌어안으며 보고싶었다고 애타게 말을한것도 그렇고,
키스를 하며 솔직해 졌더니 잡아먹을 듯 보인다고 말한것도 그렇고..
그땐 당황해서 장난친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를 혜서였지만..
은경의 말을 들으니.. 어느정도 현빈의 마음에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하지만..................
"그래.. 은경이 니 말을 들어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해...하지만......
난 현빈이.. 동생으로 밖에는..생각이 되질 않아."
"나도 너 어설픈 누나라고 밖에는 생각 안해."
순간 현빈이 교실을 들어오다 혜서의 말을 들었는지
혜서의 말을 받아쳤고..
은경과 혜서는 놀라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차혜서! 착각 하지마.. 내가 널 좋아하는거라고 혼자 들뜨지 말란말야! 알아들어?"
순간 혜서는 분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쁜놈.. 김현빈..... 나쁜놈..
내가 오해했다구 쳐.. 그래두 그렇지..남들 다 보는데 그런말을...
현빈은 그 말만 남기고는 교실밖으로 나가버렸고..
혜서는 화가 나서 참을수가 없었다.
"내가..너무 오버를 했나봐.................나 바보같지, 오빠?"
"난.. 현빈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뭐..?? 아니야.. 아까 분명 안좋아한다구 그랬는데?"
"그건........."
현우는 도중에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혜서에게 물었다.
"난.. 혜서 니맘이 알고싶어.. 넌 현빈일..어떻게 생각하는데..??"
혜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현빈인 동생일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리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내가 좋아하는건.......오빠야....................'
"그랬구나.. 그럼 고민할것도 없겠네...... 너무 고민많이 하지 말고..
혼자 바람좀 쐬다 들어와! 알았지?"
"응..알았어.. 고마워, 오빠!"
현우는 씽긋 웃어주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앞에 앉아 별을 바라보던 혜서는 입양 첫날 여기서 현빈과 마주쳤던 일을 생각했다.
자신을 끌어안으며 보고싶었다 울먹이던 현빈..............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뭐야.. 왜이래............미쳤나봐...'
순간.. 현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차혜서!"
[16]
"야!! 차혜서!"
혜서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역시나 현빈이 술에 취한 모습으로 휘청거리며 혜서에게 다가왔다.
"김현빈! 너 또 술마셨니? 쬐그만게 맨날 술만먹고 돌아다녀?"
순간 현빈이 혜서를 벽쪽으로 밀고는 한손을 벽에 짚은 채 무서운 눈으로 쏘아봤다.
혜서는 또다시 키스라도 할까봐 고개를 옆으로 획 돌렸다.
"차혜서... 넌 내가 아직도 꼬맹이 김현빈으로 보이냐?"
"......"
"내가 아직도 어려 보이냐고! 대답해!!!"
"..그래......"
잠시후.. 현빈이 다시 무서운 눈으로 혜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아직도 현우형.. 좋아하냐?"
순간적으로 혜서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러다 이내 결심했다는 듯 짧게 대답했다.
"어..."
현빈은 픽 하고 웃더니 바닥에 털썩주저 앉았다.
그러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혜서는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흐윽............."
현빈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자..
혜서는 쭈그리고 앉아 현빈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현빈은 혜서의 손을 치워버렸다.
"누나행세좀 그만해.........."
"현빈아.."
현빈은 벌떡 일어나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고..
혜서는 주저앉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유난히 별이 많은 하늘...............
'후.........'
한숨을 쉰 혜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껴 울었다.
혜서 자신도.. 왜 우는지 알지 못한 채로...............
[17]
밤하늘에 별이 빛나는 밤하늘..
혜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순간 고개를 드는 혜서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보인다.
허리까지 오던 긴머리는 어깨까지로 오는 세미롱으로 바뀌어 있었고,
약간씩 얼굴에 나있던 여드름도 말끔히 사라졌다.
잠시 하늘을 보던 혜서는 기지개를 피고는 집으로 들어간다.
그랬다. 벌써 2년이 흘렀다.
혜서가 현우의 집으로 입양된지.........
수능을 코앞에 둔 혜서는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혜서야, 좀 쉬엄쉬엄 해!"
현우가 커피를 책상에 놓아주며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방금 문앞에서 쉬고 들어오는 길이야.."
"그랬어? ^^ 근데, 혜서야.."
"응??"
"꼭 대학가야하는거야?"
"무슨소리야?"
"그냥 우리 결혼해서 애낳구..너 살림하면서..난 회사다니면서 살면안돼?"
"농담하지마, 오빠!"
"농담 아냐~"
"나보고 대학도 가지말고 살림하라고? 말도안돼..
난..공부 더하고싶어, 오빠. 그리고 우리 아직 아저씨, 아주머니 허락을 받아낸것두 아니잖아.
허락받을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픈데..벌써 무슨 결혼생각이야? 정말 못말린다.."
"......"
"왜 아무말도없어?"
"후..그냥......"
"섭섭해 할거 없어. 나 공부마칠때까지만 기다려 주면 되자너.것두 못참냐?"
"그래! 못참는다, 뭐."
"치...하여튼 삐지기 대장이야.."
현우는 픽 웃으며 혜서에게 살짝 꿀밤을 먹였다.
"잘들 논다."
언제 들어왔는지 현빈이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로 둘을 쳐다본다.
"형은 눈치도 없어? 누나 공부하잖아.."
"넌 눈치있는 놈이 아무때나 문열고 들어오냐?"
"치..그래..애인이다 이거지? 그래..좋아. 이모습을 아빠, 엄마가 보면 참 좋아하겠다..
엄마가 어디계시더라..??"
"야~!! 야, 임마!!!!!"
현우는 얼른 현빈의 입을 막았다.
둘의 장난에 웃음만 나는 혜서.
현우와 현빈이 장난을 하며 혜서의 방을 나가고..
혜서는 문제집을 닫고 연습장을 꺼냈다.
한 장한장 넘길때마다 은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가득했다.
<2000년 9월 20일>
보고싶은 은미야..
잘지내니? 난 무지 잘 지내^^
벌써 너와 헤어진지..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참 많은일이 있었어......
이젠 제법 현빈이가 누나소리도 하고..
몇 달전엔 현우오빠한테 프로포즈를 받았어.
아직 아저씨..아주머니껜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지만......
하지만 자신있어. 그만큼 오빠를 사랑하니까.
중간에 현빈이 맘을 잘 몰라서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었어.
현우오빠도 현빈이가 날 좋아하는 줄 알고 쉽게 다가오지 못했었대.
그런데 현빈이가 우리사이를 해결해 줬어^^
그리고 결국 내사랑을 지켰지^^ 잘했니? 쿡..
나 현우오빠랑..스무살이 되는 날..약혼하겠단 약속도 했다!
약혼은 너랑 현빈이랑 초대해서 조촐하게 할생각이야.
우리 스무살 되면 만나기로 했던 약속..기억하지?
그날 그 놀이터에서 할 생각인데..............
너도 좋은생각이라고 생각하지? 알아알아^^*
은미 넌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
우리 못만난지 한참 됐잖아.
니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난 무지 궁금하다.
그렇게 소원하던 학교도 다닐테고..우리 같은대학 들어가게 되면
쉽게 만날 수 있을텐데....글세? 모르겠다.
암튼 만나는 그날까지 몸건강하고..항상 행복하길 바랄게......
P.S 얼른 이거 전해줄 날이 왔음 좋겠다^^
혜서는 연습장을 덮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변해있을 혜서의 모습을 상상했다.
분명 이쁜 고3이 되어있을 것이다.
분명..........
"이봐~! 여기 김치 언제갔다줄거야?"
"네~~~가요!"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분주한 식당.
머리가 어깨까지 오는 파마머리에 진한 화장을 한 여자.
어려 보이지만 성숙해 보이는 여자.
은미였다.
"엄마! 나 이제 가봐야돼."
"어딜?"
"아까 말했잖아. 친구만난다고.."
"식당이 이렇게 바쁜데 어딜가겠다는거야? 그리고..친구?
니가 친구가 어딨어? 친구래봤자 다 양아치들 뿐이면서."
"양아치? 무슨 말을 그렇게해?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양아치되는거야, 알어?"
"저년이 입은 뚤렸다고...."
"저년? 내가 욕하지 말랬지!"
"엄마 맘이다, 이년아...!!"
"증말.. 짜증나서.. 나 나간다"
숙자(은미 입양한 식당아줌마)를 째려보며 나가는 은미.
그런 은미를 보며 혀를 차는 숙자.
"야, 이은미! 너 왜 이제와?"
"어? 한행숙!! 오랫만이다?"
"이게!! 내가 행숙이라고 하지 말랬지!!"
"어..미안..^^; 윤.민.아 양~!!"
"칫..그나저나 왜늦은거야?"
"미안미안.. 어떤 미친개가 멍멍 짖어대는 바람에 늦었어.."
"니네 엄마 여전하시구나?"
"그 성깔이 어디가겠냐?"
"후후..하긴.."
"근데, 우리 오늘 어디가는거야?"
"내가 화끈하게 미팅을 잡아놨다~!"
"미팅?"
"그래!"
"킹카만 나오냐?"
"당근이쥐~
"O.K~!!! Let GoGoGo...!!"
명동에 위치한 한 카페.
은미와 민아, 카페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다.
"야, 너 아직두 멀었냐?"
"이상하네..오늘따라 화장이 안먹는다, 야.."
"그럼 나 먼저 나간다..!!"
"어, 그래."
은미,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민아는 먼저 나갔다.
한참 화장을 고치고 밖으로 나가는데
마침 현우와 혜서도 카페에 앉아있다.
은미, 혜서..잠시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뭐마실래?"
"레몬에이드^^ 오빤?"
"나도..^^ 레몬에이드 둘이요."
주문을 한 후 혜서를 향해 미소를 짓는 순간
옆을 지나가던 은미, 실수로 현우앞에 놓여있던 물컵을
핸드백으로 친다.
쏟아지는 물 때문에 바지가 다 젖어버린 현우.
"어머, 미안해요."
인사만 하고는 자리로 돌아가버리는 은미.
"오빠, 괜찮아?"
"어.. 물 조금 묻은거 뿐인데..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어, 그래."
현우, 화장실로 가고..
자기가 실수를 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어보이는 은미에게 화가난다.
잠시 은미를 노려보지만 화장을 진하게 해서인지 은미를 알아보지 못하는 혜서.
은미,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혜서쪽을 보는데
뭔가 낯이 익는 듯 싶다.
하지만 기억해 내지 못하는데...
[18]
"아직두 안말랐네?"
화장실은 다녀 온 현우에게 혜서가 말했다.
"벌써 마르면 그게 이상한거지..."
"그런가..?"
"왜그렇게 속상해 하고그래?"
"그럼 속상하지 안속상해? 저여자 미워죽겠다..치.."
"후후..그랬어요, 아가씨?"
"그래요~현우아저씨!"
"뭐? 아저씨?"
둘이 장난치는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보고있는 은미..
순간 넋이나간 은미를 툭치는 민아.
"뭐하냐, 너?"
"어? 어.."
"자! 소개해야지? 난 윤민아고! 얜 이은미."
"다들 미인이시네요.."
주선자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깔끔해 보였지만 약간 날라리끼가 도는 남자였다.
"그런데..이상하다? 한사람이 비잖아?"
민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게.. 누구 따시킬일 있어요?"
은미가 따지듯 물었다.
"저기..그게......"
주선자가 머리를 긁으며 당황해 하는데 순간 카페문이 열리고
힙합을 차려입은 현빈이 보인다.
은미, 그런 현빈을 보고 맘에 드는지 웃음짓고..
"어머.. 쟤 현빈이 아냐?"
"어? 어디......어? 그러네..저자식.. 갑자기 힙합을 입고..뭐야?"
"그러네.. 왠 힙합?? 정장만 입는 애가...."
순간 현빈이 은미쪽으로 가 앉는 것을 본다.
"아까 그여자랑 아는사이인가봐.."
"그런가? 어떤사이지?"
"오빠.. 쟤네 미팅하나부다. 그치?"
"그런가봐.."
혜서와 현우. 재미있다는 듯 구경한다.
그러다 순간 현빈과 눈이 마주치고.
흠칫 놀라는 현빈과 웃으며 손흔들어 주는 혜서와 현우.
"아는사이예요?"
은미가 묻는다.
"예? 아..조금.."
"그럼.. 아까 내가 실수한게 좀 있는데.. 미안하다고좀..전해줘요."
"그러져, 뭐."
"뭐야, 이은미? 너 지금 이남자한테 추파던지는거냐?"
민아가 앙칼지게 물었다.
"추파는 무슨..데쉬하는거지^^"
"나 맘에 들어요?"
현빈이 도전적으로 묻는다.
"네."
"그럼 나가죠."
현빈은 어서 카페를 빠져나가고 싶단 생각에 말해버렸다.
은미는 웃으며 현빈에게가 팔짱을 꼈다.
다들 벙찐모습.
"이은미! 너 이렇게까지 화끈한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후훗..^^ 먼저 간다, 난. 갈게요~"
현빈과 팔짱을 끼고는 카페를 나가는 은미..
둘을 약간 굳은모습으로 바라보는 혜서.
"저여자가 여자친군가? 현빈이 여자친구 있단 말 안했자너, 오빠."
"그랬지..........."
"설마.. 저여자가 여자친구는..아니겠지, 오빠?"
"글세?"
"나 저여자 맘에 안드는데?"
"아니, 니가 왜이렇게 신경이 곤두서서 그래?"
"그냥.. 저여자가 맘에 안들어서 그래."
"그래도.. 너무 과민반응이다."
"..그런가..??"
풀이 죽어서 레몬에이드만 마시는 혜서.
그런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현우.
'혜서야..난말이지 가끔 니가 무섭다. 갑자기 현빈이에게로 가버릴까봐............
너와 사귀는 내내 불안했어. 그래서 사실 약혼생략하고 결혼이나 빨리 했으면 좋겠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사실 현빈이 아직도 너 좋아할거야. 그자식..날위해서 너 포기했는데..
가끔 니가 현빈일..사랑하는 여자의 눈으로 바라볼때까 있어..아주 가끔이지만..
그럴때마다 내가 얼마나 불안한지..넌 모르지?
넌 현빈일 동생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지만..그말로는 뭔가 부족해..
확실한 대답이 듣고싶어..혜서야...하지만 넌 그말..한번도 입밖으로 내본적이 없어.
날...사랑한다는 말..말야..................그말을 들으면.. 나 용기가 날거같은데..
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바보같은 생각..안해도 될텐데................'
"혜서야..........."
"응?"
"사랑해........사랑한다........."
잠시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혜서.
사랑한다는 말 대신 미소로 답한다.
그리고는 다시 쓸쓸해진 표정으로 문쪽을 보는 혜서.
그런 혜서를 보고 다시불안해 지는 현우.
'날...사랑하기는 하는거니..?? 차혜서.........응??'
[19]
"우리 여기서 찢어지자."
카페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현빈은
은미가 자신에게 낀 팔짱을 빼며 차갑게 말했다.
"벌써 찢어지자구?"
"잘가라.."
은미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뒤돌아서 가버리는 현빈이었다.
그런 현빈을 보며 은미는 화가났지만
그럴수록 현빈이 맘에 들었다.
은미는 질 수 없다는 듯 현빈을 따라가며 말했다.
"니가 처음이야.."
"..........??"
"여태껏 날 거부한 남자는 없었어."
"훗.."
"그정도로 나 잘난 여자라구!"
"..........."
"보아하니 잘난구석 하나 없어뵈는데..뭣땜에 그렇게 튕기는데?"
갑자기 현빈이 뒤를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잘난게 없으니까 튕긴다. 됐냐?"
다시 앞을 보며 걸어가는 현빈.
"훗..너 참 잼있는 놈이야.."
"알면됐다."
그말만 남기고는 서둘러 택시를 타고가버리는 현빈이었다.
은미는 기가막히기도 했지만
그런 현빈이 맘에 들었다.
이미..돌이킬 수 없을만큼 맘에 들어버렸다.
"김현빈!"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혜서가 차갑게 불렀다.
"왜 그런눈을 하고 쳐다봐?"
"누구랑 뭐하다 온거야? 지금이 몇시니?"
"쳇..누나가 뭔데 내 사생활에 참견이냐?"
혜서를 무시한 채 들어가려는 현빈을
다시 잡아 세우는 혜서.
"누구랑 뭐하다 온거냐고 물었어."
"혼자 술마시다 왔다, 됐냐?"
"거짓말 하지마. 너 아까 그여자 누구니?"
"여자? 누구?"
"어머, 얘봐..아까 카페에서 너랑 같이 나간 여자 말야."
"아....몰라."
"하! 몰라?"
"그래. 모른다구."
"너 자꾸 거짓말 할래?"
혜서가 언성을 높였다.
"누나 참 이상하다.."
"........."
"왜 별것도 아닌일에 언성을 높여? 아무사이도 아니라고..난 걔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정말이지?"
"당근이쥐~"
"알았어. 아까 현우오빠가 너준다구 볶음밥 만들었어. 들어가서 먹자."
"그래....."
혜서가 앞장서서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현빈이 혜서의 손을 잡았다.
"....???"
"누나.."
"왜?"
"아니야.....들어가자! 배고프다!"
그냥 씽긋 웃어보이더니 들어가는 현빈을 보고는
혜서는 그냥 웃어버렸다.
많이 변해있었다.
그렇게 반항적이던 현빈이 이젠 누나라고도 하고..
새엄마에게도 엄마소리를 곧잘 하며 따른다.
가끔 아줌마가 그러신다.
현빈이가 변한건 나때문이라고..
정말 나때문일까?
하지만..무슨 근거로 말할 수 있을까?
내가 현빈이에게 뭘 해줬다고 변한걸까?
가끔 현빈이에게 묻고싶지만 그만뒀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현빈이가 변한건 좋은 일이니까............
난 다만 현빈이가 다시 예전의 그 차가운 현빈이로 돌아가지만 않았음 좋겠다.
지금처럼만..옆에 있어줬음 좋겠다.............
내 이쁜동생으로 말이다...
"이상해..."
"뭐가?"
"현빈이 말야..........."
"현빈이가..왜?"
혜서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현우에게 말을 했다.
"왜자꾸 현빈이가 불안한 걸까? 겉으론 웃고있어도..눈은 울고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돼."
'혜서야.................'
"걱정도 팔자다!"
웃으며 장난식으로 말은 했지만 속으론 불안한 현우였다.
"그렇지? 괜히 걱정하는거겠지? 난 그냥..현우가..........."
"현우 걱정 그만하고 주무세요. 공주님~"
"치..알았어요. 왕자님^^"
이불을 목까지 덮은 혜서가 현우를 향해 나지막히 말했다.
"오빠......내가 오빠 정말 많이 좋아하는거 알지?"
"그럼...."
혜서가 씽긋 웃자 현우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불을 꺼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후....................'
베란다에서 현우가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쉬었다.
"혼자서 왠 청승?"
어느새 현빈이 들어와 현우의 어깨를 잡았다.
"한대 줄까?"
"됐어. 학생이 담배는 무슨..."
"어쭈?"
"나 이제 모범생이다, 형!"
"모범생이 그런 화장빨 여자들이랑 어울리냐?"
"그런..사정이 있었다고.."
"힙합은 뭐였냐?"
"씁..내가 정장입은 모습을 보면.. 다들 나한테 뻑갈거 아냐! 그래서 과감히 정장 벗어던지고 입은거쥐."
"뭐, 임마?"
현빈이 킥킥대며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어 현우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나..좋은 대학 가야돼............."
".........."
"나 대학생되면..혜서누나한테 데쉬할 기회 준다고 했던 약속..잊지마."
현우는 씁쓸히 웃었다.
"너무 오래 있지마. 여름감기가 더 무섭다 형."
현빈이 조금은 쓸쓸한 모습으로 가고..
현우는 더 착찹해 졌다.
계속 담배만 피워대는 현우..................
..
[20]
"여긴가..???"
약도를 손에 들고 현빈의 집을 찾는 은미의 모습이 보였다.
미팅때와는 달리 차분한 원피스 차림에 은미였다.
노랗던 파마머리도 검게 염색하고
화장도 파우더만 살짝 한 모습이었다.
'현빈이 걘..청순한 여자 좋아한대드라."
민아의 조언대로 청순하게 꾸민 은미였다.
"김현빈! 내가 너땜에 변했다..아냐? 그나저나 집찾기가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한참 찾아 헤매는데 마침 출근을 하려고 골목길을 지나가는 현우의 차가 보였다.
다가가는 은미.
창틀을 내리고 은미를 보는 현우.
"저기요..정말 죄송한데 여기가 어디쯤이죠?"
약도를 내미는 은미.
약도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집임을 알아채는 현우.
"여기 우리집인데?"
"어머, 정말요? 그럼..죄송하지만 집까지 데려다 주실순...없나요?"
현우는 잠시 고민하다 그러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얼른 현우의 옆자리에 앉는 은미.
U턴을 하고 집으로 다시 가는 현우.
"회사가시는 길인가봐요?"
"네.."
"꾀 근사한 회사 다니시나봐요..옷이 뽀대가 난다..."
현우는 살짝 웃어보였다.
"어디다녀요?"
"대성그룹이요..."
"정말요? 어머어머..."
은미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환호성만 질러댔다.
"거기 엄청 짱이라면서요! 울엄마가 그러던데..."
은미의 거침없는 말에 그저 웃기만 하는 현우였다.
"그런데..현빈이랑은 어떻게 되는 분이세요?"
"형이예요.."
"아..그래요? 그러고 보니 닮았네....."
"그렇죠?"
"눈이 참 닮았어요........현빈이 눈도 아저씨 눈처럼 까맣거든요.."
"나 아저씨 아닌데?"
"그럼..뭐라고 불러요?"
"그냥..현우..."
현우가 선뜻대답을 못하자 은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현우오빠라고 부를게요."
"참! 그쪽 이름만 아네요? 제이름은 은미예요..이은미."
이.은.미...
되새기려는 듯 낮게 중얼대는 현우.
"다왔어요......"
"어머, 여기예요? 진짜 캡이다...."
차에서 내리며 현우의 집 풍경에 놀라는 은미였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요..현빈이 잘 만나고 가요."
"네.."
현우는 웃으며 차를 타고 다시 회사를 향해 갔다.
그런 현우의 차가 사라질때까지 보던 은미가 초인종을 향해 다가갔다.
'딩동..........'
잠시 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저기..김현빈씨 댁이죠?"
-그런데요?
"현빈이 있나요?"
-도련님 지금 집에 없어요.
끊겨버리는 인터폰..
"어머, 뭐 이딴집구석이 다있어?"
기가막혀하는 은미.
다시 초인종을 누르지만 대꾸가 없다.
열받아서 대문앞에 주저 앉는 은미.
"그래 김현빈..니가 방학인데 집구석에도 안붙어 있고 어딜갔는지 모르겠지만.
천하의 이은미. 너 올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쭈그려 앉아있는데
갑자기 자가용이 은미앞에 다가와 섰다.
놀라서 보는데 차창을 내리고 현우의 모습이 보였다.
"은미씨~"
"..???"
"깜빡했네요..집에 현빈이 없을텐데............."
"지금 그거땜에 여기까지 다시 오신거예요?"
"현빈이 기다리려거든 포기해요..밤 늦게나 되야 나타나는 녀석이니까."
"됐어요. 그래도 기다릴거예요."
"타요~"
"됐어요."
"현빈이 회사로 부를테니까 타요.."
"정말요?"
"네~"
은미가 웃으며 벌떡 일어나 현우의 차로 향했다.
"오빠 되게 좋은분이네요.."
"원래 착해요^^"
"왕자병도 있나봐........"
"왕자병이 아니라 왕자죠."
"어머, 썰렁한 농담두 되게 잘한다? 풋..."
현우, 웃으며 차를 돌리는데
슈펄를 다녀오던 혜서가 그런 현우의 차를 보고 반가워 다가가다
차안에서 어떤 여자와 웃고있는 현우의 모습을 본다.
순간 화가나서 눈물이 핑 도는 혜서.............
[21] -->은미의 이야기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이 되던해......
우리 소망원에 한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이름은 차혜서라고 했다.
왠지모르게 첫인상이 좋았던 혜서...
친구가 되고싶었다.
그래서 놀이터에 혼자 앉아있는 혜서에게 다가가 말을걸었다.
내 바램대로 우린 친구가 되었고..
난 착한 혜서가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소망원이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결심하고있던 도망을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혜서는 내예상대로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고..우린 그날새벽 바로 도망을 갔다.
하지만 우린 잡혀들어왔고..
혜서와 난 도망의 대가를 톡톡히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가 고등학생이 되던해....
혜서는 재벌집으로..난 식당으로 입양을 가게되었다.
속으로 은근히 질투가 나긴 했지만..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원래 부자였던 혜서니까..좋지않은 환경은 적응이 안되리라.........
차라리 내가 가는편이 속이 더 편할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학교까지 보내주신다 했고..난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혜서와 헤어졌다.
정확히 3년후 우리가 20살이 되는 날...
혜서와 처음만났던 그 놀이터에서 남자친구를 하나씩 데리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말이다.
처음 몇일간은 식당일만 했다.
아줌마에게 언제 학교를 보내주실거냐고 따지듯 묻기라도 하면
그아줌만 날 무섭게 노려봤다.
속은거였을까?
차라리 소망원이 낫다는 생각..입양된 후 처음으로 해봤다.
혜서가 그리웠다..소망원이 그리웠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갑자기 아주머니는 학교에 보내주시겠다 했다.
난 기뻤다.
하지만 새로들어간 그 학교에서 난 적응을 하지 못했다.
다른 또래보다 1살이 많다는 이유로..난 은근히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다.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닥치는데로 애들을 때렸다.
날 무시하는 인간들..내 성질상 가만둘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 학교 짱이라는 언니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렇게 내인생은 점점..처음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어긋나게 되었다................
가까스로 고등학교3학년이 되었지만..
출석일수가 모자라단 이유로 난 자퇴를 하게 되었고.
엄마는 날 더 못살게 굴었다.
공부도 못하는게 식당일도 못한다고 항상 구박을 했고..
난 그런집이 싫어 가출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번번히 돈이 없어 집으로 들어가기 일수였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시절 친했던 친구 행자를 만났다.
이름도 민아로 바꾸고 이중생활을 하는 그애는..
성격은 무지 달랐지만 혜서를 닮은구석이 약간 있었다.
그래서 난 민아가 좋았다.
민아가 주최한 미팅자리.......
난 거기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한 여자아이......
그 아인 놀랍도록 혜서와 흡사했다.
혜서가 너무 그리웠던 것일까..????
이젠 아무나 혜서처럼 보인다고 착각했다.
그 아인..멋진 남자친구가 있었다.
어느새 그아이가 부러워 눈을 뗄수가 없을정도가 되었을 때..
현빈이라는 아이가 미팅자리에 나왔다.
첫눈에 반한다는느낌..................
절대 믿을 수 없었던 누군가를 향한 내 마음...........
이런 내마음을 알아주지도 않고..현빈은 날 차갑게 외면했다.
그리고 또한명의 남자를 만났다.
현빈의 형이라던 그사람......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있는 사람..
무엇보다 내가 부러워 하던 그 아이의 남자친구인듯한 그 남자..............
그남자를 만났다......................
..
[22]
"어머, 여기가 오빠 회사예요?"
현우는 씽긋 웃기만 했다.
은미는 여전히 토끼눈을 하고는 회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은미와 현우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많은 직원들이 현우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이사님..??'
"오빠..이 회사 이사예요?"
현우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우와~ 멋있네..??"
혜서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한참을 떠들어 댔다.
현우는 그런 혜서를 보며 그저 웃을뿐이었다.
"아줌마..혹시 우리집에 누구 왔다갔어요?"
집앞에서의 일이 걸리는지 걱정스런 얼굴로 현우의 새엄마에게 묻는 혜서였다.
"글세.. 아무도 안왔었는데, 왜?"
"예? 아뇨..그..그냥........."
"어서 씻고 밥먹자. 벌써 점심시간이잖니."
"네........."
목욕을 하면서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아까 그 여잔 누군지 도대체 무슨일인지 당장에라도 묻고싶은 혜서였다.
그러고 보니 그여자.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혜서는 낯이 익는다고 생각하고는 누구인지 생각하려고 애를썼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앉아요....."
현우가 의자를 가리키며 상냥히 말했다.
"여기 회사..좋긴 한데 오빠 심심하겠어요......"
"왜요?"
"다른직원들은 함께일하는데..오빤 혼자하니까............"
현우는 그냥 작게미소지었다.
"근데..오빠 말좀 낮춰요..내가 불편하네........."
"난 이게 편해요."
"그래요? 그럼 차라리 나..현우오빠 보다 현우씨란 호칭 사용할래요..어때요?"
"그래요, 그럼.."
"그거 알아요?"
"???"
"오빠..아니, 현우씨 만난거..딱 두 번뿐이지만...너무 편한거 있죠?
그리고..현우씨랑 있음..나까지 고상해진거 같애요..........쿡..."
"나도 은미씨가 편해요."
"그래요? 후훗..기분 좋네요.. 참!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나가서 왼쪽으로 돌면 바로 있어요.."
"그럼 잠깐 실례좀 할게요........"
은미가 화장실에 가고..잠시 후..
-이사님 차혜서씨 전화입니다.
"연결해요..."
-네..
-오빠..
"어, 혜서니?"
-오빠..지금 시간 돼?
"지금? 그게..안될거같은데........"
-왜?
"회사 업무가 밀려서..미안해 혜서야."
-점심시간인데 밥도 못먹는단 말야? 내가 도시락이라도 싸갈까?
"아냐..됐어."
순간 은미가 들어오고..
"여기 화장실 너무 좋아요 현우씨..."
..........
혜서는 화들짝 놀랐다.
분명..여자목소리였는데..
'여기 화장실 너무 좋아요 현우씨...'
???
"오빠..누구 있어?"
-있기는..누가 있다고 그래..암튼 끊자.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겨버렸다.
설마..........
설마..........
말도안된다.
현우오빠가..........정말 말도안되는 일이야.....
차혜서..니가 잘못들은거야..잘못본거야.......
그런거야..........................
"어? 누나! 여기서 뭐해?"
"어..?? 어.. 밤공기도 마실겸..해서.."
"누나 밤공기 마시는거 디게 좋아하더라?"
"그러니?"
"우와~~ 별 이쁘다..그치?"
"응.........."
순간 혜서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누..누나..??"
갑자기 혜서가 고개를 푹 숙이며 흐느꼈다.
"현우야..현우야..나.......나............"
"어..말해봐, 누나! 무슨일이야?"
"나.....나...................."
..
[23]
"현우야..현우야..나.......나.........."
"어..말해봐, 누나! 무슨일이야?"
"나..나............"
"............"
"나.............현우오빠가..너무....좋아..............."
현빈은 힘이 빠지는 듯 했다.
알지만..
혜서가 현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혜서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힘이 빠지곤 한다.
"근데 있지.......현우오빤..나 별로 안좋아 하는거 같애........."
"무슨소리야?"
"암튼..........나 너무 힘들어.........너무너무 힘들어........흐윽.."
혜서가 현빈에게 와락 안겨 울었다.
현빈은 그저 다독거려줄 수 밖에 없었다.
'누나...이러지마.......누나가 이럼..나 더 힘들어 진단 말야..이러지마...........'
"참! 현우 집에 왔을텐데..회사로 부를려고 전화했더니 전화도 안받네요."
"아 그래요? 그럼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야 겠네요..그만 일어날게요."
"그래요.."
"오늘고마웠어요. 안녕~"
뒤돌아 나가려던 은미..
갑자기 현우에게 다가와 볼에 뽀뽀를 한다.
놀라 뺨을 만지는 현우..
"고맙다는 인사예요^^"
뒤돌아 나가는 은미............
멍한 현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순간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고 깜짝 놀라 전화를 받는다.
"여..여보세요?"
-형!! 지금 어디야?
"어? 여기..회사.....왜?"
-바쁜일 있어도 집으로 좀 와. 누나 지금 아퍼.
"혜서가?"
-그래.
"알았어, 곧 갈게.......참! 근데 너..혹시...은...미...........
-응?
"아..아냐......곧 갈게. 끊자."
'딸깍......'
혜서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 현우.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 혜서의 얼굴이 보인다.
다가가 혜서를 보면..눈물자국이 보인다.
"혜서야........."
혜서, 그냥 일어날까 하다가 자는척한다.
"혜서야..그냥.........미안하단..말이 하고싶다..........."
".............."
"그냥..미안해........."
현우, 나가려고 일어나면 현우의 팔을 잡는 혜서.
"가지마."
"............"
"여기 있어."
혜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애원하다 시피 말한다.
"오빠가 오늘 하루종일 누구와 있었든..나에게 미안한 일이 무엇이든..
나 상관하지 않을게. 아니, 신경쓰고싶지도 않아.뭔진 몰라도 다 용서할게..
여기 있어줘......예전처럼..그냥 내 곁에만 있어줘.........."
"미안..하다......"
"그럼, 뭐야 오빠? 왜 내 고백 받아준건데? 왜 내곁에 있어준건데? 응?"
"..........."
"내가 불쌍해 보였어?"
"아냐..그건 아냐.........."
"그럼 왜그래! 오늘아침까지 멀쩡하던 사람이..갑자기 왜이러냐구!!!"
"좋아하는 사람이.......생겼어."
"..응..??"
"처음이야..누군가가 이렇게 가슴아프게 좋아진거.........처음이라구....."
"..결국......가는구나............"
"미안하다........."
현우, 그냥 나가버리고..
혜서, 침대에 엎드려 한참을 운다.
'오빠.....나 정말 오빠 사랑하는데...........사랑하는데..........'
현우,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미안하다 혜서야..나도..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얼마전까지만 해도..
현빈이에 대한 니 마음때문에..혼란스러워서..혹시라도 난 네가 내곁을 떠날까봐 두려워 했었는데..
나도 갑자기 내가 왜이렇게 변한건지 모르겠다....정말 모르겠어.............
미안하다.................미안하다....정말..미안해..........'
[24]
현빈이와 둘이 100일주를 마시고..수능을 본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날이다.
어제는 현우오빠가 작은 선물꾸러미를 내밀었는데..열어보지도 않았다.
아직까지는..용서가 되질 않는다.
날 아프게 한 그사람이.........밉다.......미울뿐이다.
후.....그나저나 정신이 집중되질 않는다..
솔직히 하루종일 현우오빠 생각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젠 잊어야 하는데.....................
하면서도..맘대로 되질 않는다.
그래서 자꾸 옆에있는 현빈이에게 투정만 부린다.
이럼 안되는데.....
"누나! 공부 많이 했냐?"
"아니........."
"나야, 뭐..대학 떨어져도..나이가 어리니깐..재수해도 티안나지만..
누나는 어떻게 하냐?? 재수하면 쪽팔릴텐데..ㅋㅋㅋ"
"떨어지면 그만이지..재수는 무슨..아줌마 아주머니께 더 이상 폐끼칠순 없어."
"뭐야..왜 그렇게 말을하는데? 폐는 무슨 폐??? 이상한 소리 마."
"현빈아........."
"응..??"
"나 대학 붙으면 말야.........집..나갈거야."
"뭐???????????"
"요즘 일자리도 알아보고 있어.....대학붙음..일하면서 다니려구..
사실 나..대학 야간으로 갈 생각 하구있어, 현빈아........."
"됐어, 말도안되는 소리마! 어딜간다구? 야간..?? 누나 한번만 더 그딴소리 하면..
여자라도 안봐줘. 콱 그냥~"
후후..
난 안다.
이녀석......나 엄청 아끼고 챙겨주고 있다는걸.........
하지만..하지만...............
그래도 이젠...떠나야 할 것 같다.
사실...아주머니..아저씨께..폐끼치기 싫은 이유만으로 나가려는건 아니다.
계속 이집에 있음.....현우오빠와 부딪히게 될거고..
난 그게 힘이든다..............
그래서..나가려는거다.
그래서.........
"현빈아~얼른 가자!"
대학 합격자 명단이 붙는 날이 다가왔다.
전화로 알아봐도 되지만..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차혜서..차혜서..차.........."
내이름을 작게 부르며 합격자 명단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다 보이는 이름.....
차혜서
"누나!누나! 붙었어..?? 어? 난 붙었어, 누나^^"
"나..나두..........."
"정말..??하핫^^"
나와 현빈인 한참을 끌어안고 웃었다.
그순간..잠깐이지만 현빈이의 심장소리를 들은것도 같았다.
'쿵..쿵............'
"현빈아.."
"응?"
"그렇게 좋아?"
"뭐가..??"
"무슨 심장이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대니..??쿡...."
"누나........."
"응..??"
"사..........."
"어..??"
"사랑해........사랑해....누나................."
난 현빈이의 눈을 보았다.
진심을 얘기하는 듯한 그의 눈...........
잠시 후..그가 나에게 키스를 하듯 다가왔다.
하지만..
난 그를 뿌리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25] - 완 결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오늘은..20살의 그날이다.
은미와 만나기로 했던 그날.................
하지만 난 용기가 나질 않는다.
은미를 볼 용기도.........
순수했던 그 장소에 나갈 용기도.............
아무런 용기도 나질 않는다.
그리고....
내가 제안했던..남자친구 한명씩 데려오기로 했던 약속..
내가 어긴 것 같아..나갈수가 없다.
은미야.....미안해.................
"혜서씨! 무슨생각해?"
"예?"
"저쪽 테이블에 레몬에이드 갔다줘야지!"
"아..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세달쯤 됐다.
그전에 하던곳에선..적응이 안되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이상하게도..
요새들어 점점 무슨일이든 자신감도 상실하고..용기도 잃었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걸까?
현우오빠를 향한 내 마음..........??
"왜이렇게 늦게 가져와요?"
"아..죄송합니다. 제가..좀........"
나를 향해 따지 듯 묻는 손님에게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눈이 마주쳤는데..
...이 남자..
현빈이가 아닌가..??
"어머..현빈아!"
"잘지냈어?"
"그..그럼......여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누나에 대해 모를게 뭐가있겠어?"
"혼자.........온거야?"
"아~니!!"
"그럼..누구 기다리는거야?"
"기다리고 있었는데..지금 왔어."
"지금..?? 어디?"
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그가 씽긋 웃으며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야! 나 짤려~! 짤리면 안된단 말야!!!!!!!!!!!"
아무리 얘기해도 막무가내였다.
난 할수없이 그의 차를 타고 그가 가는데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차는..언제 뽑았냐..??"
"쫌 됐지~"
"근데 지금..어디가는거야?"
"어, 가보면 알어."
얼마나 갔을까..??
금새 낯익는 동네가 보였다.
여긴.............여긴....................
"현빈아..여기...."
"다왔다! 내려!^^"
그곳이었다.
은미와의 추억의 장소.....그 놀이터.............
저 멀리 소망원도 보였다.
아직도 그대로구나...모든 것이 다......그대로야............
나도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순간 저 멀리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저여잔......
그때 그 커피숍의..............
"혜서...니..??"
혹시..그여자가.....................은..미..??
"으......은..미.....??"
"혜서야~!"
은미가 달려와 와락 안겼다.
쉴새없이 눈물이 흘렀다.
순간..
맑은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듯 비가 내렸다.
여우비가.............
"잘..지냈니?"
"그럼........은미..넌..??"
"나두 잘지냈어...내가 너 얼마나 보고싶었는데...알기나 해?"
"나두........."
"안나오면 어쩌나 했어, 혜서야..........."
순간 난 현빈을 봤다.
어떻게 알았지?
"참! 차혜서!!!"
"응??"
"우리 약속한거..잊지 않았지?"
"어..?? 어..그게..........."
은미가 갑자기 날 그네로 이끌었다.
어..??
그네에 앉아있는 남자..
이 남자는.......현..우...........
"오....오빠..........."
"잘..지냈니..??"
바보..바보같게도 눈물이 흘렀다.
나 굳게 다짐했는데..오빠 다시 만나도..울지 않겠다고..
오빠 보란 듯이 행복한 모습 보여주겠다고..그렇게 다짐했는데.........그랬는데..........
"흠흠..저기..근데 어쩌지, 혜서야?"
"...???"
"난 약속 못지켰는데............남자친구 데려오겠단 약속..못지켰다, 야..미안^^;;"
"어..??"
내가 어리둥절 서있자 은미가 갑자기 날 그네에 앉혔다.
현우오빠의 옆자리에.....
"혜서야....."
"..응..??"
"미안해..그동안..정말 미안했다.....그리고........사랑해..........."
현우오빠의 한마디.........사랑해........
여우비를 맞으며..한참을 울었다.
그러자 현우오빤 겉에 입고있던 남방을 벗어 비를 가려주었다.
그런데 순간.......저 멀리 웃으며 서있는 현빈이 보였다.
왜그랬을까..??
갑자기 현빈과 있었던 일들이..필름처럼 지나갔다.
갑자기 참을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오빠....."
"응?"
"미안해..미안.........."
난 벌떡 일어나 현빈에게 뛰어갔다.
현빈이의 놀라는 얼굴을 바라보며..웃으며 뛰어가 안겼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현빈아..............사랑해........................."
현빈인 그런 날 바라보며 그저 웃어주었다.
천사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우린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현빈아...계속 같은자리에 서있어 줘서 고마워............
그리고.................사랑해...................."
너무 늦게 알아 미안합니다..
당신을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늦었지만..............
이제야 나지막히 당신께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여 우 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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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완결
연재방..
여 우 비 14~완결 - 쪼꼬렛
별빛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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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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