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토종 에이스 김민우 "와이프의 '먹여 살릴게' 응원에 큰 힘, 10승-토종 최다이닝 새 목표" [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입력 2021. 06. 12. 08:00
한화 투수 김민우가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내부 조형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좋으면서도 긴장되고, 이게 현실이 맞나 싶으면서도 기분 좋고 그렇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어오는 김민우(26)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있었다. 하지만 마구 들뜬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이 많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는 김민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김민우는 요즘 데뷔 후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일 현재 KBO 리그에서 LG 앤드류 수아레즈, 키움 에릭 요키시,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 등과 함께 7승으로 다승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 7승은 그가 2018년과 지난해 기록했던 통산 한 시즌 최다승인 5승을 이미 넘어서는 기록이다. 평균자책 역시 3.60으로 통산 가장 낮고, 탈삼진(58개), 투구이닝(65이닝) 역시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역대 통산 최고기록을 달성할 기세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4, 5선발의 부재 속에 한화의 선발 마운드를 꿋꿋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 그게 존재가치를 키운다.
김민우는 자신의 성과를 모조리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민우는 “(포수 최)재훈 형과 야수들이 도와줘 승리를 많이 하게 됐다. 이 순위권에서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도와주는 동료를 꼽아달라는 말에는 “누구라고 콕 집을 수 없다. 그냥 모두 다다”라고 웃었다.
김민우의 올해 상승세에는 정신적, 기술적인 큰 보완이 있었다. 정신적인 안정에는 지난 12월 한 결혼이 큰 도움을 줬다. 비록 신혼여행 다음 날부터 다시 캐치볼을 하면서 시즌 준비에 매달렸지만 아내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 근무지가 다른 탓에 주말부부로 보기에 애틋함이 더하다.
김민우는 “아내가 잘 할 때나 잘 안 될 때는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고, 저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한다”면서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받지 말라. 안 되면 내가 먹여 살린다’고 말해준다. 그런 말들이 정말 힘이 된다. 예전에는 안 됐을 때 혼자 삭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 투수 김민우가 선발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기술적으로는 슬라이더의 장착이 눈에 띈다. 김민우는 2015년 신인 2차 1라운드 지명 때부터 줄곧 유망주로 불려왔다. 시속 140㎞대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을 주로 구사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직구와 포크볼 구사비율을 끌어올렸다. 변화구가 종으로만 떨어지니 타자들의 눈에 금방 익었다. 김민우는 올해 초 “횡으로 가는 변화구도 있으면 좋겠다”는 호세 로사도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슬라이더를 다시 던졌다. 단지 예전에는 슬라이더도 밑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구사했다면 최근에는 좌우 간격에 더욱 신경을 쓴다.
김민우는 “타자와 승부를 하면서도 적재적소에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카운트나 타자 성향에 따라 재훈이 형과 볼배합을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구가 잘 안 될 때는 우선 여러 개를 던진 후 가장 그날 잘 되는 것을 주 구종을 삼고 위축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132.2이닝을 던져 통산 최다이닝을 던졌던 지난해도 시즌 마무리 2주에 앞서 미리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몸을 관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올시즌이 완벽하게 다 던진다면 한 시즌을 온전히 던지는 최초의 시즌이다. 일단 부상 없이 몸을 잘 관리한 덕분에 현재 규정이닝(54이닝)을 한참 웃돌고 있다. 정규이닝 목표를 세운 그에게 조금 더 높은 목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우는 “일단 제일 가까이 와 있는 10승을 목표로 하고 싶다”면서 “이닝 역시 올시즌 국내 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승리나 평균자책도 중요하지만 선발 투수라면 이닝을 가장 많이 소화하는 것이 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리그 이닝소화 1위는 72이닝의 NC 드류 루친스키다. 김민우는 토종 투수들 중에서 롯데 박세웅과 함께 공동 2위를 달리는 중이다. 곧 절반이 가득 차게 될 홈구장 이글스파크에서 맞이할 팬들을 위해 그는 시즌 꼭 시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