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주에서는 드라마가 참 많이도 촬영됐다. 한류 열풍의 선두주자 ‘대장금’을 비롯해 ‘올인’이며 ‘태왕사신기’, ‘추노’까지 제주를 담아갔다. 최근 종영된 ‘거상 김만덕’, ‘인생은 아름다워’는 올 로케이션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촬영하던 세트는 드라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관광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주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뛰어난 자연 풍광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드라마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 제주에 문을 열었다. 그동안 눈으로만 드라마를 감상해왔고, 세트장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했다면, 로케디오 월드를 찾아보자.
로케디오 월드는 공항에서 평화로를 타고 25분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에 위치해있다. 새별오름 맞은편인데다 나인브릿지 골프장 입구에서도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아직 문을 연지 한 달도 되지않아 찾아가는데 애를 먹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러고보니 로케디오(locadio)라는 단어가 낯설다. 로케디오 월드라~,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처음 들어본 것도 같은 이 낯선 단어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눈치 빠른 분들은 드라마 박물관이라는 힌트를 보고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로케이션과 스튜디오를 합한 신조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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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관으로 들어갔다. 시대별로 정리된 드라마들이 총 망라돼있다. 자잘한 연표부터 인기 드라마의 줄거리는 물론 인물의 캐릭터와 성격까지 분석해놓고 있다. 연표를 보고있노라니 역시, 우리나라가 드라마 천국이구나 싶어진다. 이렇게 다양한 드라마를 찍다보니 경쟁력이 커졌고, 다른 나라에까지 수출할 수 있는 문화산업의 기반이 됐다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겨울연가’, ‘궁’, ‘꽃보다남자’, ‘전설의고향’ 등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포인트도 눈길을 끈다. 이중에서도 ‘모래시계’에 등장했던 사형대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드라마광이었다면, 이 곳에 잠시 앉아 최민수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배려하면서!
2관과 3관은 문근영이 등장해 화제를 일으킨 ‘바람의 화원’ 세트장에 온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조선시대의 양반집과 기생집, 저잣거리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2관에는 정순왕후의 처소와 편전 등 조선시대의 궁권내부가, 3관에는 극중 시전 행수인 김조년과 기생 정향의 집 등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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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가는 곳곳마다 체험거리가 가득했다. 조선시대때 죄인을 다스린 곤장과 형틀의자가 눈에 띤다. 함께 다니는 일행 중 마음에 안 드는 분을 눕혀두고, 아니면 ‘복불복게임’을 한 뒤 곤장을 때리는 체험이나 형틀의자 체험을 해보고 싶어진다. “나만 아니면 돼!”
그밖에도 기나긴 밤 다듬이질로 서방님을 기다렸던 아낙체험, 기생의상을 입고 앉아 가야금을 뜯거나, 정순왕후가 되어 양반놀이를 체험하는 것도 로케디오를 백배 더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유난히 시대극이 인기를 끌었다.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등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드라마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관은 이러한 근대화 시대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스튜디오다. 1970년대와 6.25전쟁당시, 일제시대 등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어머니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딸 세대에게는 근대사의 암울했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상도’, ‘홍국영’, ‘영웅시대’, ‘사랑과 야망’ 등의 드라마 대본이 흥미를 끈다. 대본을 들고, 역할을 나눠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보자. 이곳에서만큼은 ‘연기력 논란’이 일어도 괜찮다. 당신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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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관을 걷다보면 근대화가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의 역사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 한 소품들도 아기자기하게 진열돼있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못했던 어린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줬던 달고나와 쫀드기 같은 과자와 사탕은 소품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손이 갈 정도로 탐이 난다. 월드 스튜디오인 5관은 지하에 위치해 있는데, 2004년 미국 HBO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서부극 TV 시리즈 ‘데드우드(Deadwood)’의 배경인 미 서부지역을 그대로 옮겨왔다. 뿐만아니라 영국 드라마 ‘셜록홈즈’의 무대인 1900년대 초의 영국 거리가 재현됐다. 거리를 걷다보면 드라마를 통해서 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카우보이 의상을 입고, 고민에 찬 표정으로 마치 당시에 살았던 미국인처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으흠, 무게를 너무 잡으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총사업비 70억원이 투입된 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에 5개의 테마관을 준비해두고 있다. 실제 방송국에서 세트를 담당했던 베테랑 스태프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그동안 드라마를 보기만했다면, 리모콘 대신 로케디오 월드로 달려가 자신만의 드라마를 만들어보자! 자, 준비하시고~ 레디, 액션!!
<글_김정민 기자, 사진_제이티엠앤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