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사도직, 땅에 묻은 한 탈렌트
권용오 마티아 신부
권용오 마티아 신부는 안동교구 사제로 로마 테레시아눔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고 가르멜수도회에서 서품받았으며, 안동교구 본당사목을 거쳐 현재 상주가르멜여자수도원 담당신부로 수도생활에 동행하고 있다.
연중 제33주간(11월 19-25일)
레지오의 사도직, 땅에 묻은 한 탈렌트
전례주년 마지막 전 주일인 오늘 복음은 탈렌트 비유를 통해 종말에 있을 심판을 상기시키며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탈렌트를 받듯이 우리도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신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무한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각자 빗물을 받는 그릇처럼 능력에 따라 다르게 받지만, 능력의 차이는 심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대로 열심히 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든 적든 탈렌트를 늘린 종들은 모두 주님의 기쁨에 참여하게 되지만, 땅에 묻어두었던 종은 다른 종들과 달리 그것을 빼앗기고 바깥 어두운 데로 쫓겨났습니다.
한 탈렌트를 맡은 종은 주인의 신뢰를 깨닫지 못할 만큼 주인을 오해하고 불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고, 주인이 마땅히 얻어야 할 이익을 챙기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주인에게 손실을 입힌 악한 종으로 심판받았습니다.
탈렌트를 받아 장사를 능력껏 해서 수익을 낸 종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신앙인들도 신앙생활에 충실하여 주님의 칭찬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늘려나가야 할 하느님의 은총은 하느님의 사랑이며, 레지오 사도직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선하다고 생각하는 게으른 종이 되지 맙시다.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공인된 레지오 마리애의 단원이 된다는 것은 사도직을 탈렌트로 받는 것입니다. 비록 한 탈렌트라도 사제, 수도자처럼 사도직 수행을 통해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데는 차이가 없습니다. 현실적인 여건이 어떻든 그것을 땅에 묻어둔 사람은 지금이라도 파내어서 활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