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는 없다
민문자
어제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알포엠
민경자 시인의 콘서트 관람 후 귀가 중
저녁 일곱 시 반쯤 지하철 개봉역에 도착
야채과일가게 앞을 지나자
가게 문을 닫기 시작하던 분이
“이것 공짜로 가져가세요”
어리둥절하면서 그를 쳐다보니
“이 열무 다 담아줄 것이니 그냥 가져가세요”
얼결에 ‘웬 공짜?’ 하면서 받아들었지
부피도 있고 꽤 무거워 택시를 부르려니 안 잡히고
마을버스가 먼저 와서 버스에 탑승 후 떠오른 생각
참 이상도 하다 이런 공짜가 생기다니
평소 나의 바른생활에 하늘의 선물인가?
종점에서 집까지는 7분 걸리는데 난감했다
평소 잘 아는 정육점에 맡기고 집으로 와서
손수레를 끌고 되돌아가 맡긴 짐을 찾아왔다
와서 끌러 보니 하루만 더 지나면
쓰레기 신세가 될 누렇게 뜬 열무 넉 단
가장의 저녁 식사를 보살피고 열무를 다듬기 시작
내가 왜 이것을 받아 들고 왔을까?
평소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의식이 투철했는데
자정을 지나 새로 한 시 넘은 시각에야
우거지 시래기와 열무김치 거리를 마련해
삶고 소금에 절여 놓은 후에야 취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침 식사는 오랜만에 시래기 된장국으로 하고
일상이 바쁜데 틈을 내어 시장에 가서 양념거리를
사 와서 빨간 고추를 갈아서 열무김치를 담갔네
냉동된 우거지와 함께 한동안 반찬 걱정은 덜 하겠지
팔순 고개를 넘은 신체를 온전히 보전하려면
과욕은 금물임을 다시 실감한 어제오늘이다
그저 공짜로 주어 고맙다고 머리 숙여 인사는 잘했지만
‘공짜라고 다 받아 올 것은 아니다’라고 큰 체험을 했네
(2024. 5.27)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마음 넉넉하실 것 같은데요. ㅎㅎ
고맙습니다.
요즈음 맛있게 먹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