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12산악회
6월 북한산 등산을 마치고
(2편) 북한산 속에 천국이 있다!!
사기막골 입구에서 버스에서 흐트러진 가방끈을 조정하고, 신발 끈도 바짝 매며 옆 친구 옷매무새도
고쳐준다. 잠시 후, 인원점검이 끝나고 이제 출발시간이다.
멀리‘노인회관’이란 현판 붙은 집 앞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인솔자나 따르는 자나 이상하단 표정!
‘등산을 노인회관을 향해 간다’‘먼저 막걸리 한 잔하고 떠난다는 말인가?’‘그것도 좋지!’
그러나 회관은 아니고 그 바로 옆 길로 가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다. 양 쪽이 나무로 꽉
찬 숲 속을 걷는 것이다. 가끔 빨간 댕기가 가는 길을 인도하는데 며칠 전 회장의 사전답사 팀이
달은 것이란다. 앞으로 12산악회의 행보가 뭔가 잘 될 것 같은 조짐이다.
하늘은 쨍쨍 쪼이는데 오르는 길은 계속 나무그늘 삼림 터널 속을 걷는 것이다. 참으로‘북한산에 이
런 길이 언제 있었나?‘갸우뚱 거린다. 난 관악산 통이라 모르지만 북한산만 타는 전문이 신기하
단다. 좀 늦은 시간인데 등산객이 안보이고 우리만 걷는 것이다. 조용하고 모처럼 우리만의 오붓함을
갖는다. 과연“코스도 경사도 없고 하늘 안 보이는 숲속 어쩌구? 하는 .. ! ”산악회장 말이 틀림없다.
한 참을 숨겨진 둘레길을 편안하게 오르는데 어느 길과 합치는 느낌이 들더니 알록달록 등산객이 눈
에 들어온다. 조금 후, 그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조용하던 길이 점 점 시끄럽다.
여지껏 구릉으로 편안하던 길이 어느새 경사 길로 바뀌더니 알록달록 등산객들과 서로 부대끼고 부
딧치며 오른다. 이제 땀이 날려한다. 이래야 한다. 진땀과 함께 군살 빼자고 여길 온 것 아닌가?
핑계거리가‘관절염 땜에 높은 산은 피한다’,‘힘 든 등산은 고혈압, 비만, 당뇨 땜에 안 된다!.’
그저‘방콕’하고 있으면 만사형통할 것 같해도 결과는 뻔하다!. 자연히 몸이 쇠약해지다 보면
모든 것이 귀찮고, 맘은 우울해져 각 종 병이 온 몸으로 스며들어 더 꼼짝하기 싫어 죽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나이 들면 경미한 등산이나 걷는 것이 좋다하여 혼자서 걸거나 낮은 산에 오른다 해도
위험은 따를 것이다. 다치거나 실족하면 누가 신고를 빨리 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면 거기서
인생 마지막 끝나는 관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50여년 지기와 이렇게라도 만나 히히거리며 노니는 모습! 이것이 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을 근거지로 오래 산 인연이 오늘 우리를 손쉽게 만나게 하는 계기일 것이다. 옛 날 우리 만나던
어린 시절! 소풍 날이다 하면 그 땐 무조건 즐거웠고, 괜히 신이났지.! 우리끼리 모이면‘엔돌핀’
이 온 몸에 돌아 힘이 들어도 힘든지 모르는 것! 억지로라도 이 과정을 거쳐야 모든 노인병을 예방하고
젊은 생기를 되 찾는 것인데 오늘 너무나 쉬운 코-스라 은근히 걱정되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파르다! 경사가 60도는 되어 보인다. 너무 힘들다. 숨이 목에 찬다. 누군가 이 길은
‘숨은벽’코-스인데 숨이 팍 팍 막히는 곳이란다. 그래도 한 참을 더 오른다. 씩씩거리고 잘들 오르
는 젊은 알록달록 때문에 떠밀려 따라간다. 너무나 조용한 둘레길을 걸었기에 혼나는 것 같다. 남들은
뻘뻘 땀을 흘리고 있을 때 우린 너무 편히 오른 죄과를 받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진한 땀이 지나 국수
가락을 빼는 것 같다.
이때 예성 회장은 몹시 근심되는 표정으로“길이 다르다. 높은 데서 전망을 봐야겠다!”면서 더 위로
올라 간다. 조금 있다 내려오면서“이길이 아니다!. 너무 올라왔다“고 한다.
누군가“숨은벽 정상이 얼마 안 남았는데 거기서 돌아 내려오면 바로 사기막골이 나오는데 왜 바꾸냐”
고 한다.“거기서도 백운대도 갈 수도 있고 사기막골을 가는 길인데. . ”하며 떠든다. 건강한 노익장은
아무 말 없이 ”쩝 쩝“거린다.”어떤 이는“힘든데 잘 됐다 내려가자!“면서 앞장 선다. 우린 그를
따른다. 헉 헉 거리며 알록달록 오르는 콩나물 사이를 해치고 내려 가려니 엎어질 듯 미끄러져 쉽지 않다.
한 .4~50m 내려오니 집행경리임원 웅이가 진행요원이 되어 샛길 코-너에서 기다리다 방향을 제시한다.
차례대로 풀 숲 사이를 다시 걷는다. 평지나 다름없다. 한참을 들어가니 길이 없어졌단다.“다시 나가자! ”
선두가 소리친다. 여지껏 들어온 거리가 얼마인데 다 들‘으아’한다. 벌레 씹은 얼굴이다.
샛길 코-너에서 50여m 더 내려오니 기다리던 진행위원이 골목 샛길 방행을 가리킨다. 우르르 몰려간다.
또 한참을 걷는다. 앞엔 큰 바위가 버티고 있는데 거길 넘자고 예성 회장은 말한다. 길은 없는데 잡목이
엉킨 바위가 험하다. 그 넘어가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넘는단 말인가? 다 들 얼굴들이 붉으락푸르
락 한다. 예성 회장은 리-더로써 앞으로 아니 갈 수가 없다.
산악회를 끌고 갈 리-더가 회원들에게 자격심사를 받는 순간일 것이다. 팽팽하다! 째즈 통기타 줄이다.
회장은 두번씩이나 되돌아가게 하여 더 이상 생고생을 더 시킬 수 없는 것이 그의 명분일 것이다.
회장은 이 사전답사를 위하여 북한산을 손바닥처럼 아는‘달인’의 안내에 따라 둘레길을 혼자도 아니
고 인자한 산악회 전총무 영식과 간암을이긴인간승리 찬형과 함께 돌아봤고, 혹시 잊을까 걱정되여 중요
길 목 마다 붉은 댕기를 메어 놨었단다. 그런데 함께 동행하였던 2인이 피치 못할 일로 다 안 나왔고, 메어
놓은 붉은 댕기마저 누가 떼었으니 찾을 방도가 없다. 혼자 장구치고 북치고 노래하려니 죽을 맛이리라!
회장은 공군출신이어선가 길눈이 누구보다 타골 하여 관악산에서 몇 십년을 대장자리를 내 논적이 없는
인재인데 어찌 '회장'자리가 '대장'자리보다 막중하고 여러사람으로 숫자에 눌렸는지 이런 대실수를 한 것
이다! 답답하다! 답사 당시의‘과거회생법’을 살려 혼자 기억하려니 혀가 목구멍으로 말려들고 머리
에 쥐가 날 것이다.
여기저기 웅성거린다.‘가자!’와‘가지말자!’로 갈린다. 가만보니‘선’은 회장 혼자고‘후’는
나머지 다다. 지혜로운 회장은‘소’를 죽이고‘대’를 따른다. 또 다시 내려가야 한다. 뒤 따르는 자
들 불만이 슬 슬 터진다.“숨은벽 정상이 힘들지만 그냥 올랐으면 사기막골이 벌써 나왔을텐데 웬걸 더
멀다!“라던가 ”이게 무슨 둘레길인가?”심지어“OO이 뭐 이래!”하며 대놓고 반기까지 든다.
'
조금 전만해도 다 들“최고의 둘레길이다”“멋지다”의 '회장찬사'는 어데로 가고,‘숨은벽’경사처럼
험악하다. 서로 붉어진 얼굴을 본다. 회원이 힘들까봐 가파른‘숨은벽’회귀가 이렇게 잘못인가? 그러나
2회씩이나 헛발 질에 다들 맘이 지쳐버린 것이다. 이것이 지옥이요! 우린 지금 지옥을 헤매고 있다
다시 골목 샛길에서 100여m나 내려왔다. 이곳은 아는 '둘레길'이다. 처음 오를 때 본 큰 길이다. 여기도
인산인해다! 회장의‘과거회생법’이 초기화되고 재부팅! 임원진 들이 바쁘다. 심상치 않다. 뭔가 될
상 싶다. 처음에 오르던 숲 속 길이 틀림없다. 큰 길에서 새로운 샛길로 들어간다. 한참을 또 가니 쉴 만한
바위가 나온다. 지쳐버린 대다수가 여기서 숨을 돌리잔다. 회장이 눈 빛이 밝다! 그런데 여기저기 투덜
거림은 그대로다. 한 소대의 알록달록이 지나간다. 누구라 밝힐 수 없지만“이런 곳에 물가가 있지도 않겠
지만 있어도 사람이 다 차버려 발도 못 담구겠다“ 투덜거린다.
우리 회장 이런 소리에도 전연 주눅이 안 든다. 웃음까지 보이는 듯하다. 확신이 찬 얼굴이다. 다행이다!
가끔 붉은 댕기도 보인다. 여기 것은 떼지 않았나보다. 다시 나무그늘 삼림 터널 속이 계속된다. 한참을 또
간다. 그러더니 바로 넓은 흰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물 소리도 난다.
제각기 삼림 속을 빠져 나오는 순서대로 약속이나 한 듯 '와' '오-아' 소리지른다. 신비스런 광경을 본 것이다.
하늘이 크게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색이다. 공기는 맑아 코가 뻥 뚫린다. 너른 바위 주위엔 꽉 찬
숲의 벽! 흰 바위 위로 흐르는 투명한 맑은 물! 마시면 보약이요! 담구면 때가 아닌 맘에 때를 깨끗이 씻을
것이다. 물 줄기 바로 밑에 중간 바위 웅덩이에는 물이 있는데 차디차다.
땀 범벅이던 한턱잘내는 동규는 0.5초내로 벌게 벗고 빤스만 입고 들어간다.
어떻게 거치적거리는 사람이 없다. 저멀리 비스듬한 아래 바위에는 두어 사람 있는데 이들이 큰 바위는
우릴 주려고 여지껏 지키고 있었나 보다.
식사시간이 훨씬 지났기에 부리나케 밥상을 차린다. 깔판도 필요 없다. 그냥 앉으면 엉덩이 때가 오히려
바위에 묻는다. 아! 조박사표 비빔밥이 나온다. 양푼이도 두 개다. 오-더가 많아 장사가 잘 되나 보다. 차디
찬 물에서 너무 놀다 배가 고팠는지 동규는 깨끗한 손으로 부지런히 비빔작업을 계속 한다.
병우에게 사사받았나보다. 능숙하다. 다 된 것은 여기저기 비빔이 인편으로 신속배달된다. 서교장의 월매기
생 막걸리도 나온다. 근데 전번에 시험감독료를 다 썼는지 이번에 그 수가 적다. 그래도 좋다! 다른 것도 많으니
. . .분위기가 좋으니 안 먹어도 배부른 판인데 그 많던 것이 게눈 감치듯 없어진다.
자! 이젠 제멋대로 휴식시간이다. 배불리 먹고 빤즈 입고 물장구 치는 자! 바위에 누워 잠 자는 자! 여지껏
고생하며 지옥 속을 헤매다 이런 좋은 곳을 찾아 감회에 젖은 자! 도저히 이런 곳이 언제 있었나 궁금한 자!
그런데 어데선가 은은한 하모니키의 음률이 온 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음악성이 높은 섹스폰연주자 성일이다..
아! 이 곳이 천국이구나!
아! 천국이 이렇게 생겼구나!
이 천국을 찾기 위해 예성 회장은 지옥을 몇 차례 갔다 왔을 것이다. 강인한 의지력에 삼삼박수를 보낸다.
지옥구경을 못한 사람은 천국이 어떤 곳인지 알 턱이 없다..
그리고, 어렴프시 알 듯한 것은 천국에선 지옥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지옥에선 천당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마 '신'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배려라면 말이다.
살아 생전 이런 기쁜 날이 얼마나 접하겠으며, 이런 즐거움 보다 더 큰 행복이 세상 어디 더 있겠는가?
북한산의 천국은 '숨은벽' 주변의 헤매다 지쳐 지옥 길이라 느낀 자만이 갖는 유일한 선물이리라.
※(3편)‘이원상 사촌동생 만나 술 대접 받다!!’의 끝 편은 많은 분량으로
지루할 것같해 다음에 올립니다(계속)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AAE384E0423F50F)
View Point 에서 바라다 보이는 '숨은 벽' [필자 핸드폰 찍음]
첫댓글 우리 자랑스러운 박공보님 대단한 문필의 표현력 어찌 이렇게 숨기고만계실것인가요..
등단하시여 지옥에 갈 인간쓰레기(?)들을 천국으로 인도하여 주시기를...
12천지를 찿는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신 님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