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제99차 산행기(‘06.12.22)
<당리동-제석골-승학산-동아대>
오늘은 지하철 1호선 당리역에 모여 산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곳이다.
그리고 승학산은 25년 이상을 우리 집 뒷동산처럼 오르내리던 곳이니
아니 반가울 수가 없다.
10시에서 20분 전에 집은 나선다는 것이
우물거리다 보니 우리 마님이 “여보 10시 10분 전이요.”한다.
그러나 한 5분 정도의 실수야 실수로 봐 주지도 않는
우리 산삼회의 인심이요 응집력이니
안심은 하지만 발자국은 바삐 옮겼다.
도착하니 정확히 10시 5분.
잠시 기다려 모두 도착하니 참가 인원 14명
국은, 난곡, 남계, 덕촌, 백사, 설강, 여수, 여항, 적송, 죽암,
청송, 청암, 태화, 단원(오늘 처음으로 호를 지으신 신홍기 님),
모두 각자의 소중한 일도 있었을 것이고
집 가까운 곳에도 좋은 산이 많이 있건만
친구들 얼굴 보러,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즐거워
먼 길 마다않고 이곳까지 찾아준 친구들
정말 반갑고 내 집 찾아온 손님처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10시 15분, 지하철을 나와서 동편으로 사하구청을 지나 50여m
다시 왼쪽으로 100여m, 또 왼편으로 10여m
오른 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2-3년 전만 해도 차선도 없는 1차선 도로였는데
위에 새 ‘동원’아파트 단지가 생김으로써
2차선 도로로 확장되어 깨끗하게 포장되고 차선도 잘 그어져 있다.
승학산은 부산의 가장 서쪽에 있는 해발 496m의 산으로서
고려 말 무학 대사가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마치 학이 나는 듯하여 이렇게 이름 지었다고 하는데
이 길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는 보니
주봉과 양편의 보조 봉우리가 어울린 모습이
마치 학이 힘찬 비상을 시작하려는 모습과 꼭 같아 보인다.
가는 정면에는 ‘반도보라 아파트’를 비롯한 많은 아파트가 있고
부근에 정각사와 관음사란 절이 있는데 둘러볼 시간이 모자란다.
이 길이 좁은 골짜기로 들어서는 곳에
‘동원 아파트’라는 큰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개발연대에 채석을 하여 생긴 공터를 중심으로 지은 것이다.
이 단지 내의 팔각정의 의자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는 새
여항은 사탕을, 적송은 찹쌀떡을, 죽암은 사과를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손에 쥐어 준다.
이 단지를 벗어나 조금 지나니 오른 편에
겉보기는 민가 같은데 ‘乘鶴山 舞鶴寺’란 현판이 보이고
왼편 개울을 다리로 지난 10여m위의 조그만 바위굴에
‘제석곡 신당’이 보이나 그냥 지났다.
<제석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범왕(梵王)과 더불어
불법을 지키는 신인 제석천(帝釋天)을 말하기도 하고
十二天의 하나로 동쪽의 수호신을 말하기도 한다.
민속으로서는 무당이 받드는 가신제(家神祭)의 대상인 신을 말한다.
이 제석곡이란 이름은 연중 맑은 물이 흐르는 이 계곡에
제석단(帝釋壇)을 쌓고 기우제(祈雨祭)를 올린데서 그 이름이 생긴 것으로 본다.
속설(俗說)로는 제석곡에 사당(祠堂)을 짓고 女神을 모셨다고도 한다.
堂里라는 이름은 제석단과 제석곡 신당이 있는 사당으로 당리란 이름이 된 것 같다.
제석곡에 있는 제석신당은 마을의 신인 洞神으로 모셔지고
해마다 3월 3일에 당제(堂祭)가 지내지고 있다. - 사하구청 홈페이지에서>
이 절과 신당은 좁은 제석천을 사이에 두고 병목을 이룬 곳에 있는데
이곳을 지나면 수만 평이 될 듯한 분지가 나타난다.
70년대 후반까지 목장으로 쓰여서 젓소를 기르던 곳으로
지금도 콘크리트로 지은 축사가 허물어지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고
비포장이긴 하나 승용차가 충분히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나 있으며
승학산에서 시작되어 제석천으로 이어지는
여러 개의 골짜기마다에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많고 숲도 무성하여
여름철에는 많은 휴양객들이 놀고 가며
각종 단체의 여름행사도 자주 열린다.
이 평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이 Y형으로 나 있는데
왼편 길은 억새밭 쪽 골짜기로 바로 가는 길이요
오른 쪽 길은 사하의 명물 약수터인 장수천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장수천 길을 택했다.
길도 좁고 돌부리도 많고 경사도 좀 있어
이제야 등산하는 맛이 나고 땀도 난다.
10여분을 지나 장수천 약수터에서
남계는 특기인 턱걸이를 하고
더러는 약수를 한잔하고 “카 시원언하다” 한다.
잠간 쉰 다음 왼쪽으로 난 숲속 비탈길을 10여분 걸으니
널찍한 임도가 나오고 억새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여름의 진한 푸르름과 가을의 은백색의 화려함을
내년에 태어날 후손을 위한 유산으로 넘겨준 갈대들은
겨울바람 속에 회백색의 바스락거림으로 남아
노년을 즐기고 있다.
마치 우리들처럼
억새밭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회장 여항은
승학산 정상에서 동아대 하단 캠퍼스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심한 것은 아는지라
동료들이 하산 시에 힘들 것을 걱정하였는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엄궁쪽의 길과 하단쪽의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자고 제안하나 keep on running이다.
드디어 해발 496m 승학산 정상,
높이 표지석이 있고, 정성껏 쌍은 돌탑이 있고 ‘새천년 사하 웅비탑’이 있다.
우리는 이 웅비탑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여항의 포도주와 난곡의 설중매로
상봉식을 지내고 회원 모두가 간단히 입술을 적신다.
드디어 경사와 바위길로 제법 이름난 승학산 길로의 하산이 시작되나
일행은 조금도 더듬거림 없이 잘 내려온다.
특히 단원은 팔랑팔랑 내려온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동아대학교 하단 캠퍼스는
왼편으로는 부산여고 뒤편을 지나 당리동과 하단동을 구획짓는 승학산줄기
오른편으로는 하단동과 엄궁동의 경계를 이루며 낙동강 쪽으로 뻗은 산줄기
그 사이에 난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고
승학산 주등산로의 하나인 하단-승학산 산행코스의 주산행로는
동아대 정문에서부터 오른편 산 능선으로 가는 코스이다.
일행중 일부는 주산행로로 내려가고
일부는 캠퍼스 내의 길로 내려갔으나
용케도 정문에는 동시에 도착하였다.
부산여고 정문 바로 앞에 있는 <할매집>에 자리를 잡고서
할매들이 정성껏 지은 시원한 대구탕과 생탁으로
배를 불린 우리들은
다음 주의 100차 산행기념식을 멋지게 치를 것과
산삼회를 새로 이끌 임원진 선출에 대한 의논에
제법 열을 올렸다.
그러나 결론은 말 안 해도 모두가 다 안다.
동기회 총무 적송은 강신운 회장님이 산삼회에 내린
최우수 지회 상금 10만원을 전달하고
총무 여수는 의논 끝에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오늘 식비의 잔금 일부만을 그 상금에서 지출하고
나머지는 100회 기념식을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나니 갈 사람은 가야되고
바쁜 사람도 가야하니
어느 샌가 각자의 방향으로 재빠르게 가버린다.
산행 시작시 “출발 산삼!”을 힘차게 외쳤듯이
헤어질 때도 이런 구호 하나 만들어
멋지게 헤어짐이 ..... 부질없는 생각일까가?
“다음은 100회 산행, 모두 모이자!”
<끝까지 읽어 주신 분 감사합니다.>
첫댓글 난곡의 구수한 입담이 승학산 산행을 더욱 알차게 하는군요. 오늘 안내와 좋은 음식점 선정에 감사드립니다.헤어질 때 100회 모이자 좋은 생각입니다. 찬성
재미난 산행기,단숨에 읽었습니다. 거대한 승학산이 난곡님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듯합니다. 산삼회 덕분에 승학산이 그리 좋은 산인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산 타는 모습이 아직은 펄펄...싸모님과 좋은 하루 되시고.. 크리스마스도 즐겁게..!
이렇게 좋은 산행기 쓰시면서 더 자주 안 쓰시고. 잘 읽었어요. 필자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하네요. 승학산에 대한 정보도 얻고 친구들의 모습도 잘 그렸어요. 감사 감사.
산삼회 회원 여러분! 그대들에게 성탄과 새해 축복을..산의 고마움.산에서 느끼는 행복 계속 지니기를 언젠가 함께 하리다.
가산님, 카페에서 만나니 무척 반갑고 좋은 댓글 더욱 고맙네요. 몇 년 전 중국 열차간에서 공안 양반 술심부름 시키던 일이 새롭네요. 카페에 자주 들러주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산행 함께 할 날도 많이 많이 기다리리다.
蘭谷. 정감있는 산행기 잘 일었습니다. 승학산에 꼭 갈려고했는데(승학산지명이 대동여지도에 나오는 지명과 달라 현장을 꼭 답사하고 싶었음.몇 번 가 보았지만) 공교롭게도 낯을 내어야하는 행사가 있어서~~~잘 지내셔요*^*
난곡산행기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소. 평소 몸도 불편한데 이날 산행의 총 지휘자로 시종일관 전체대원들의 안전, 코스선택, 중식장소 예약, 참여회원 모두의 동태파악,..등 일일이 챙겨 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누가 시킨일도 아니고 조직의 역할 수행자(임원)도 아님에도 남계 류근모와 함께 매회 산행기록을 남김으로써 참여 비참여 회원모두에게 궁금증을 풀어주고 결속력 응집력을 조성케한 공로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이 날은 개인 및 가정사정으로 참여할 처지가 아님에도 동기회 총무로써 산삼회원들 모두에게 기쁨(격려금 전달, 찰떡 보시)을 선사라려고 참여한 적송 류송자 총무님의 고마움에 감사드립니다.
최근 오십견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끈끈한 동기애를 계속 연결할려는 일념으로 오랫만에 참여한 영도 신홍기 친구에게 감사. 조선시대 민족문학사에 크다란 획을 그은 명기 '황진이'에 얽힌 내용을 황진이의 고시조와 시조에 얽힌 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러브소토리에 대해 화자의 감정 및 식견을 가미한 재미있게 전개한 이야기는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역사적 가치와 인간정서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자료였음. 이야기를 한 남계님, 끝가지 경청한 적송, 너무 재미있어 마치 어린애처럼 멍청해진 청송 모두가 동심의 세계 아닌 황진이의 세계로 빨려들었음. 주인의식으로 참여한 14명 회원 모두에게 감사드립
승학산의 갈대와 할매집의 대구탕, 생탁이 어울리는 군요.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등산하기 좋을 만 하군요. 산행기를 읽다 보니 나도 승학산을 다녀온 느낌이 들어 상쾌하기까지 하답니다. 언제나 버드나무님과 지호지조님의 산행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정겨움을 느낍니다. 말로만 듣던 승학산의 모습이 학처럼 아름 다운 산이였고, 흩날리는 갈대가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는 군요.
물순이 님, 좋은 댓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간혹 오셔서 우리 까페를 빛내주곤 하시는군요. 그런데 마치 하얀 면사포 속에 얼굴을 감추고 사시는 미인 같아서 몹시 궁금합니다. 한번 산행에 동행하여 주시지요. 영운씨나 족가지마랑 같이 산행을 하시면 연륜을 거꾸로 돌리는 효과가 제법 있을 겁니다.
지호지조님의 사진솜씨 글솜씨가 대단하더군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분이시군요. 저는 물을 좋아하는 평범한 순이입니다. 언젠가는 만날날이 있겠지요.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선 보여 주세요.
지호지조님의 사진솜씨 글솜씨가 대단하더군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분이시군요. 저는 물을 좋아하는 평범한 순이입니다. 언젠가는 만날날이 있겠지요.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선 보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