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땅 빌려 장기전세 짓는 상생주택이 전문가들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 9. 20.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상생주택'에 대해 민관 전문가들은 참여를 높일 인센티브와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생주택은 시가 민간이 소유한 유휴 부지를 빌려 토지 사용료를 내고 해당 부지에 신축 건물을 지어 20년간 임대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부지 용도 상향 및 용적률 인센티브가 부여되며 증가한 용적률의 50~60%는 기부채납하게 된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중형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개인이 소유한 부지를 빌려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첫 시도인 만큼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1. 전문가들 사업지 최대 면적 1만㎡ 확대, 공공기여율 하향 조정 등 개선안 제시하였다.
9월 20일 오전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회의실에선 '서울시 민간토지 활용 공공주택(상생주택)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상생주택이 성공하려면 민간 소유주의 참여도가 높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제한된 기간에 공모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지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공모 방식 외에도 민간이 자체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한 뒤 시에 제안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5000㎡ 이하 소규모 필지로 제한한 상생주택 사업지 면적 기준도 1만㎡로 확대해서 공급량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현배 감정평가사협회 정책기획실장은 "상생주택 규모를 전용 45㎡, 59㎡, 84㎡로 구분했는데 크기는 가급적 전용 84㎡ 이상으로 해야 입주 희망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의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입주 후 결혼, 출산, 육아를 지속하고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84㎡ 이상 규모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실장은 조례에 규정한 토지사용료와 관련해선 "최초 토지사용료 산정 공식에 필요제경비가 반영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갱신 토지사용료에 반영하는 지가변동률의 경우 최대 5% 상한 규정이 있는데 최근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낮아 일반 토지소유자라면 상생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를 제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상생주택 매입 및 부속토지임차 약정 기준에 따르면 공공기여로 계획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표준건축비로 매입하는데 이럴 경우 현재 공공임대주택과 같이 저품질의 주택으로 매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생주택 공급 이후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공동주택관리법과 관계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윤중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도시연구원 연구원은 "토지주가 부득이한 사유로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 양수인이 계약을 승계토록 규정했는데 계약기간(20년) 1/2 이전에 매각 시 용도지역 변경 전 토지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토지주에게 불이익"이라며 "사업지별 견해차가 심하면 협상기간 장기화 문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기부 묘상목동개발 대표는 "상생주택과 유사한 인센티브를 제시한 역세권청년주택도 기존 토지 소유주 참여도는 낮았고 해당 사업을 위해 시행사와 건설사가 신규로 토지를 매입한 사례가 많았다"며 "시행사와 건설사는 최대한 높은 수익률과 빠른 엑시트(사업청산)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금융사는 인허가 리스크 헷지와 장기 적정수익률 확보에 관심이 높은 만큼 수요자별 니즈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토지사용형 공공기여율이 최대 60%로 민관협력형 방식보다 10%포인트 높게 설정된 것과 관련해선 "재산권 사용이 최대 20년간 제한되는데 오히려 공공기여율이 높아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여 시기 또는 공공기여율 조정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 사업 초기부터 공공이 토지매입 하는 대안도 거론, 서울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난색이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민간 참여도가 저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박석 시의원(도봉3, 국민의힘)은 "상생주택도 역세권청년주택처럼 기존 민간 토지주 호응도가 낮을 것으로 우려되는데 공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공기여율, 사업대상지 조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란 시의원(비례,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공급을 위해 사업 초기에 공공이 아예 민간이 소유한 저이용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남정현 시 전략사업과장은 "전임 시장부터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토지 매입을 고민했는데 감정가 기준으로 협의해야 하는 한계로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토지주 입장에선 협상 테이블에 올 유인책이 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