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엽님.. 요근래 빠른년생의 고충을 겪던 와중 별안간 떠오른 빠른년생의 선배가 상엽님이었기에 빠른 대 빠른으로서 누구보다 빠른 공감과 어쩌면 조언까지도.. 구해보기 위해 빠르게.. 글을 적습니다..
살다보면 빠른년생이라 불편한 점이.. 음……. 많은가? 사실 많진 않..죠. 친구들 20살 성인될 때 혼자만 술 못먹는 것 정도..? 하지만 맨날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던 저에게는 친구들 1년동안 성인요금 낼 때 미성년자 요금 낼 수 있다는 걸로 충분히 용서될 불편함이었죠.
그렇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이’ 관련해서는 꽤나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보통 빠른년생이면 학년을 기준으로 같은 학년 친구들의 나이를 말하곤 하잖아요. 사실 저도 제 실제 출생연도 보다 친구들의 출생연도가 더 익숙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떨 때는 친구들 나이에 맞춰 살고, 어떨 때는 원래 제 나이에 맞춰 살곤 하는데 이게 결국 문제가 되더군요.
친구로 지내던 대학교 동기가 소개시켜 준 동기의 아는 동생 A가 저와 같은 연도 출생입니다. 저는 빠른이라 따지고 보면 동갑이니 말 놔도 상관없다고 분명 첫만남 때 말했던 것 같은데.. 저만의 착각인 건지 어쨌든 지금 그 친구 A는 저한테 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제가 사회에 나와 저의 나이로 살다가 만난 친구 B가 있습니다. A와 B, 그리고 저는 모두 같은 연도 출생인 거죠. 그 친구는 저한테 말을 놓아요. 당연함. 제가 그러라고 했음.. 학교가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물론 모든 게 괜찮을 뻔한 상황이긴 합니다. A는 A대로, B는 B대로 지내면 그만이니까요.
아니 근데 이럴수가…!!!!
셋이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왜냐면 셋 다 왈왈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콘서트 때 셋이 만났습니다. 이게 무슨 당황스러운 삼왈대면인지.. 제 안일함 때문에 만들어진 이 상황에 대해서 A가 굉장히 의아해합니다.
근데 제가 언니이고 싶어서 나이를 올렸다가, 갑자기 어려지고 싶어서 나이를 줄였다가 뭐 그런 기분따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나이를 살아온 게 절대 아니란 말이죠? 저는 진짜 억울해요. 왜냐면 저는 10년도 더 전부터 친구들이 29살에서 30살 넘어가는 그 순간, 그 순간에 누구보다 정당하고 떳떳하게 친구들을 놀리기 위해 이미 그때부터 제 나이를 말하면서 살아왔거든요. 친구들이 “그럼 언니/오빠라고 부르셈” 하면 바로 불러주기까지 했는데.. 친구들한테 그런 수모까지 견뎌가며 지켜온 제 나이인데…. 가끔 “걍 빠른이면 나이 올리는 걸로 통일하라”는 사람들 때문에 그 사람들 편하라고 가끔씩 올려 말한 게 다인데!!!!!!!!!!
저는……………. 진짜 억울해요.. 하지만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물론 이제 만 나이제 하니까 괜찮으려나요. 갑자기 또 열받네요. 안그래도 이와 관련하여 억울한 이슈가 하나 더 있거든요..
위에서 말했던 제 친구들 (제가 놀리려고 드릉드릉해하던) 올해 드디어 29살입니다. 1년만 기다리면 2024년1월1일, 드디어 제가 학수고대하던 ‘그 순간’이 도래할 예정이었습니다. 10년 동안 기다리던.. 그 찰나의 순간. 근데 갑자기 만 나이제를 한다네요…. 그래서 이제는 놀릴 껀덕지가 없어졌어요. 놀려봤자 몇 달 지나면 저도 같은 처지이니 놀릴 맛도 안나고 타격감도 없을 상황이 되어버렸죠. (이런 얘길 30을 맞이하신 상엽님께 한다는게 조금.. 이상하긴 한데.. 아시죠? 진심으로 못된 마음으로 친구들의 30대를 놀리려는 게 아니고.. 그냥.. 친구들이.. 약올라하는 게 웃기니까 놀리는.. 그런거.. 사실 제 인생의 모토는 ‘인생은 30부터’입니다. 진짜로.. 30은 놀릴 게 아니라 축하할 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진짜임.. 근데.. 그냥 친구들 놀리는 건 별개니까요.. 아시죠 ㅠㅠ?)
하여튼 이와 같은 이유로 안 그래도 아쉬운 상황인데, 이런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까지 하니 저 진짜… 너무 속상해서 못살겠습니다. (과장입니다.)
쓰다보니 지난 날 이미 편지에 비슷한 내용을 손으로 적어 보낸 것이 떠오르네요. 혹시나 기억하시진 않을까 싶다가도 오늘 버블 내용을 보니 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지신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됩니다. 만약 기억나시면 '아니 얜 뭐 맨날천날 이것만 고민해?' 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기왕이면 상엽님께 새로운 쪽이고 싶거든요..
하여튼 저는 두 왈왈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와서 A한테 친구처럼 대해달라고 하는거.. 이상한가요..? 웃긴가요? 저는.. 저는 근데 진짜 첫만남 때 말했었던 것 같은데.. 하.. 근데 A 입장에선 아는 언니 친구니까 언니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긴 했어요.. 이해합니다. 진짜 미치겠네요.. A인 그 친구가 엽프인데.. 상엽님 생각해서라도 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해볼까봐요.. 이왕이면 절 걍 편하게 친구처럼 대해줬으면 좋겠긴 한데..
여튼.. 이만 줄일게요. 이상한 글인데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저 이제 퇴근하는데 실험하다 중간중간에 써서 그래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