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도 마찬가지로 친구들 넷이서 전날 우리집에서 함께 잔 후 아침 일찍 서둘러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벌써부터 설악산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아
무래도 한 두대(20~30분 간격) 보내야 할까 보다.막상 우리차례가 되면 짐칸에 배낭 쑤셔
넣고, 미리 자리잡기 위해 혼자 오른 친구가 열어주는 창문을 통해 기어올라간다. 그래야 자
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럴때는 당연히 창문쪽 좌석이 유리하다.만원인 관계로 바깥쪽
좌석은 불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도착한 곳이 남교리 역 십이선녀탕계곡을
오르는 초입이다. 점심나절 도착하여 출발한 산행은 얼마 못가 복숭아탕에서 그만 넋을 뺏겨
진을 치고 야영을 한다.두명은 텐트정리 및 식사 당번 그리고 두명은 모닥불용 나무를 모아오
는 일 등등... 이렇게 하여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때면 불을 지펴 둘러 앉아 생나뭇가지에 고기
를 꿰어 벌겋게 달아오른 숯에 살살 돌려가면서 구워가며 술을 곁들여 목을 추긴다.
드디어 밤이 무르익어 온 하늘에 은하수가 눈가루 날리듯 뿌옇게 비추기 시작하면 기타음에
맞추어 밤새 노래를 하며 밀린 이야기들로 하얗게 밤을 지새고.... 해가 중천에 걸릴 때쯤 게슴
츠레한 눈을 떠 다시 준비를 갖추고 산행을 시작한다. 대승령을 지나 서북주능에 접어들자
는개비(일반적인 細雨<세우>비보다 더 가는 빗줄기)가 뿌리기 시작한다. 중간지점(끝청 훨씬
못미쳐)에서 가까스로 야영할 만한 곳을 찾아 텐트를 쳤다.멋모르고 설악을 오른 어떤 여성을
구해주느라 더이상 진행을 못하고 할 수 없이 딸랑 텐트 한동에 일곱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텐트 플라이에서 얄궂게 흐르는 거무튀튀한 물을 받아 라면을 끊이고 또 겸해서 커피도 타 마
시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어렵사리 대청에 도착하니 저녁무렵, 청봉 바로 밑 수도시설을 해 놓은 곳에서 다시 일박 후
천불동 수려한 경관에 다시 짐을 푸니 4박 째이다. 알몸으로 목욕하다 얼떨결에 찍힌 사진...ㅎ
쌀이 부족하다. 주위를 둘러 보면 산악인들이 조금이나마 남은 쌀을 잘 추려 눈에 띄기 쉬운 곳
에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가지런히 두는 살뜰함을 보여준다.그런 것이다 마음씀씀이란...
이렇게 하여 다음날 다시 속초로 가서 민박을 잡고 년네들이 보은이라 하며 거나하게 한턱을
낸다. 5박째... 밤늦도록 노래부르며 술마시고 버스 타고 서울에 오니 저녁 무렵, 다시 시원한
맥주집에 들러 목축이고 아무 친구나 집에 짐을 풀고 목욕을 끝낸 후 당구장으로 가서 한판
치고 돌아와 누워 잠을 잔다.
그런 산행이었다.궂이 시간에 얽매이지 않았고 그저 산이 있어 올랐으며 주변경관이 수려한
곳이면 짐을 풀고 막영구를 치고 한잔 곁들여 밤새 얘기하며 젊음의 향연을 즐기는 그런...
산행에 도사가 될 필요도 없었고 체력이 아주 뛰어날 필요도 없었으며 가다 지치면 쉬고 또
가다 껀수 있으면 수작걸고(근데 그 당시만 해도 산행을 즐기는 연네들은 거의 없었음) 하는
그런, 산행 아닌 여행 말이다.
이번 지리산행에서 하산길에 우연히 마주친 두 젊은 여성산악인의 거침없는 행보와 패션을 방
불케하는 복장 하며 말쑥한 생김생김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이유는 어쩌면 항시 그런 산행을 해
왔던 젊은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제 얼마안있어 원점에서 만나게 되는 그시절 벗들
과는 다시금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와같이 멋진 산행 내지는 여행을 즐겨야 하리라...
그렇다지 않는가?
여행이란 '호기심 속에 약간의 공포감을 느끼며 새로운 도약에로의 발돋음이라고...'
첫댓글 아모스님 글을 읽자하니 ...... 즈느녀... 상봉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설악산을 다닌적이 생각납니다...........자겁은 그때부텀였는데 ...아직두 ...꼭지점을 못찾으셨나 보네요 ㅎㅎ 글 잘 읽었구여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아고~ 이제 알았다 ㅎ. 반가워요 ~ 잘 지내시고 산행에서 자주 뵈요~
프리아모스님이![까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118.gif)
하다고 소문난 천왕봉으로 해 맞이 가셨었나 봅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3.gif)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6.gif)
역시 정상에 오르지 않기를 잘했나 봅니다. 자칫 클날 뻔 했씨유~ ㅎ. 정상이란 뇬네와 마찬가지로 토닥이며 아껴두어야 하걸랑요 ㅎ.그래야 찐득하게 오래 가지요.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아하...그러시군요..? 올해는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해가 되시기를..ㅎㅎ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 꼭 성공하리다 ㅎ.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계곡물로 밥을해먹고 모닥불을피웠던 그시절엔 산불걱정도 없었는데... 그러구보니 저도 관악산에서 나무가지를모아 밥을해먹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프리아모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나뭇가지 모아 반함에 해먹는 밥이야 말로 일품이었지요.거기다 콩나물 된장국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맛이란~ 감사합니다.
올해는 많은 자겁속에 한건 올리시는 해가 되셨으면 하구요..ㅎㅎ..새해 복많이 받으시고요~~~또 뵙죠..
벌써 껀수 올렸답니다 ㅎ. 감사합니다.
프리아모스님이 왜 연구대상일까 의문이였는디 저렇듯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니 현 시상의 눈높이가 어지럽겠읍니다 허구헌날 뇬내타령 이해가 돼내요 수고하셨읍니다
ㅎㅎㅎ...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제 자겁대상 없시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