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1만2천권의 서재에 있는 책중에서 그가 직접 추천한 책 51권의 제목들입니다.
<내 인생의 책> - 열린사회와 그 적들
- 칼 포퍼 | 이한구 | 민음사
-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을 저는 지금 같이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대학생부터 제 또래 우리 동기들까지 이 책을 읽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던진 논점 - '우리는 반증과 비판을 받아들이고, 반증과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세상을 발전시켜왔고 오늘까지 우리가 온 것은 '진짜 그래?', '진짜 그럴까?'와 같은 의문때문이라는 것 - 에 대해 만인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태양이 돈다.'는 것에 대해 '그렇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가? 이상하잖아?'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렀단 말이죠. 그런데 한때 '태양이 안 돈다.'고 하니 '불경한 놈 아니야?'라며, 의문을 갖는다는 이유로 처단 받았던 시기가 있었고, 그게 어둠의 시기라 불리잖아요. 지금 우리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 반증을 허락하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 되요. 이것은 좌우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에요.반증과 비판이 자유롭거 거기에 대해서 토의를 통해 다시 개선해 나가는 과정, 이게 발전의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열린사회와 그 적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ookthumb.phinf.naver.net%2Fcover%2F024%2F180%2F02418012.jpg%3Ftype%3Dm3)
- 서양미술사
- 에른스트 H. 곰브리치 | 백승길 | 예경
-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예술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발전해왔고, 인간은 왜 예술을 욕망해왔고, 어떤 영감을 주었고, 왜 예술가가 답답하다고 여기고 (기존 사조를) 깨고 나가면 그다음에 덩달아서 이 사회에 변화가 뒤늦게 따라오는가, 왜 예술가는 선험적 직관과 영감을 가지고 이 답답한 세상의 그릇을, 알을 깨고 나가는지를 가르쳐주고, 예술의 진지한 의미를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술과 미술을 다룬 책이지만, 벽을 깨고 나갈 수 있는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었습니다. 이번에 3월에 학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도 한번 권해보고 싶어요. 실은 대개 이 책을 재미없어하고 알타미라 동굴벽화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 덮어버리거든요. 그럴 필요 없이 거꾸로 읽으면 돼요. 책을 꼭 우리가 순서대로 읽어야 된다는 것도 일종의 착시잖아요. ![서양미술사](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ookthumb.phinf.naver.net%2Fcover%2F001%2F852%2F00185289.jpg%3Ftype%3Dm3)
- 수난
- 카잔차키스 | 이창식 | 열린책들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들은 오래 전에 한 번 번역되었는데, 번역이 조금 거칠었어요. 다행히 이윤기 선생님(등 여러 번역자분들)께서 재번역 하셔서 다시 출판되었습니다. 카잔차키스의 책 중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나 <미할리스 대장>, 이런 책들을 많이 꼽고 있지만 저는 사실 <예수 다시 못 박히다> (<수난>이란 제목으로 재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문학 작품을 통해서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을 거에요. 한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종교라는 이름의 폭력. 터키 지배자의 지배와 그 안에서 부역하는 사람들의 모습, 자기가 신을 대리한다고 믿는 사람들, 나름대로 선을 대변한다는 사람들…모든 선과 악 욕망이 막 어울리면서 서로 배척하고 증오하고 음모를 꾸며나면서 마지막에는 주인공인 마놀리우스를 죽이게 되죠. 그게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을 상징하는데요. 한때 로마 교황청에서 금서로 분류했다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논점을 던져주는 책이라 생각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난](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ookthumb.phinf.naver.net%2Fcover%2F045%2F150%2F04515049.jpg%3Ftype%3Dm3)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김선욱 | 김선욱 | 한길사
- 이 책은 사회학 책일 수도 있고, 정치학일 수도 있고 철학 서적일 수도 있어요. 유대인 학살자 아이히만이 법정에 끌려왔는데, 그는 죄의식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저자인 한나 아렌트마저도 ‘이 사람은 무죄다.’ 라고 이야기를 하죠. 무죄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생각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 말하기의 무능성, 이 세 가지 무능성입니다. 예를 들면 그것이 어떤 뜻인지도 모르고, ‘조국을 위하여’라는 말에 세뇌되어 맹종해왔던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버튼을 하나 누르죠. 그 버튼의 결과로 미사일이 날아가서 민가에서 수 백명의 어린아이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타깃에 미사일이 떨어진 것을 보고 ‘브라보’라고 했을 거예요. 이게 바로 판단의 무능성이죠. 생각의 무능성이기도 하고요. 그 때 ‘브라보’라고 하는 것은 말하기의 무능성이지요. 적절치 못한 거죠. 우리는 그런 무능함 속에 있거든요. 이런 무능함은 곧 악이에요. 우리는 희대의 살인마, 절대악만 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더 악한 것은 무능함 자체입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지 않는 모습 바로 그 자체가 악이다, 이게 악의 진부함이다.’ 라고 아렌트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지금 우리가 또 한 번 읽어보고 만인 토론이라도 해봐야 될 그런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사박경철님이 서재에서 직접 추천한 51권의 책을 전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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