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딱히 뭐 과외를 받은 것도 없고요. (글쓰는 것도 과외가 있다니...! 이 사실을 안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답니다.)
글쓰면서 살기로 결심한 것도 얼마 안 돼요. 2008년 초부터 정한 거니까...
큰맘 먹고 대산 내보고 명지대 백일장 내봤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죠. 그저 물렁한 홍시 하나가 푹! 하고 바닥에 떨어져 처박힌 것처럼요.
그러다가 문창과 이 카페를 겨우(?) 찾아내 가입하고, 그러면서 서울예대 수시 정보를 접했죠.
그래서... 해보기로 한 거예요.
(42대1이었는데... 마음 가볍게 먹었어요. '되면 대박이지 뭐.' 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절박해지데요. 오우...)
꽁트의 문제는 '3~5개의 편지를 병렬식으로 나열한 형식으로 하나의 소설을 만들어라...' 뭐 그런 거였어요.
아... 이게 뭔가...? 싶었죠.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한 10분만에 생각이 났고요. 남은 80분 중에 75분동안 다 썼어요.
뭐, 그랬다고요.
뭘 쓸까 생각했어요. 저는... 주제 먼저 생각하고 플롯 생각하고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 게... 잘 안 된다고 봐야죠.)
소재 먼저 생각하고 그걸로 이야기 대충 짜내고, 이걸로 어떤 주제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서 더 살을 붙이는... 식으로 해요.
한마디로 '거꾸로 가는 보일러'죠. ... 아님 말고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내국인 & 교포로 할까, 아니면 지구인 & 외계인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전에 옛날 문예지에서 읽었던 게 생각이 났어요.
눈물 렌즈였나 뭐시기였나 그거 세트 내용물 중에 하나가 없다고 판매사 측이랑 편지 주고받는 식의 내용이었던 소설이었는데요.
혹시... 이거 읽어보셨던 분 있나요? 제목이... 쩝!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튼! 이게 생각이 났어요. '아, 이런 게 있었지!' 라고 생각했죠.
'그럼 나는 뭘 어떻게 써볼까...?' 라는 생각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얼마 뒤 생각해낸 것이, 웃음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칩을 이식한 사람 & 그것을 이식해준 회사로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면서 저번 국어 수업 때 있었던 '웃음을 장사에 이용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생각이 났죠.
서비스업 교육에서 웃는 수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철학자 얘기와, 요즘은 웃음도 돈 때문에 웃는다는 얘기를 했던... 것 말이죠.
그래서... '이거 괜찮겠는데?' 싶었고... 결국 '이걸로 써보자!' 했어요! (쓰면서, 좀 진부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만... 뭐...)
제목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댔는데... '(주) 스마일링 인벤션에게' 라고 적었어요. (진부한가요?)
먼저 의뢰인...? 하여튼 고객의 문의(?)편지로 시작했어요. '(주) 스마일링 인벤션에게'로 시작했고요.
고객은 40대 보험설계사예요. 이름은 소결자. (미'소'가 '결'핍된 '자'라는 뜻으로...)
몇 달 전에 스마일링인벤션(이하 사측)으로부터 '스마일링 컨트롤 칩'을 이식받았는데요.
그러니까, 웃음을 상황에 맞게-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기능을 지닌 칩을 이식받은 거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 부작용이 일어났어요. 집에서도 미소를 멈출 수가 없는 거죠.
얼마나 심하냐면, 안면 근육이 계속 땡겨서 쥐가 나려고 할 지경까지 온 거예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서 도저히 쉴 수가 없는 거죠.
(그니까, '웃음을 멈추는 것=휴식'이라는 고객의 인식을 넣어본 건데요, 답안지에 제대로 표현이 되었을지는... 끙...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조속히 해결을 바란다는 말로 일단 끝을 맺어요.
답장은 5~6일 뒤에 온 걸로 했어요. 뭔가 좀... 정말로 친절한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뭐... 그렇다고 일찍일찍 대응해준다고 꼭 좋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사측은 늘 편지 시작을 이렇게 해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편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요.
('과연 이들이 정말 고객을 사랑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사측은 자기 자랑부터 시작해요. 우리는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가끔 오작동이 있을 수 있다고... 완벽한 기계도 없고 완벽한 웃음도 없다고 이들은 말해요.
(기계와 웃음을 같은 선상에 넣었죠. 여기서 웃음에 대한 사측의 태도를... 읽을 수 있겠어요? 기계도 웃음도 다 컨트롤이 되는 거라는...)
그러면서 웃음에 대한 고객님의 강박관념이 이상요인일 수 있다고 말해요. 그것 때문에 안면 근육에 부담이 가서 칩이 오작동을 한다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사측이 제시한 해결책은 이거예요.
'먼저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우고, 칩이 원래 근육 자리에서 틀어졌을 수 있으니, 마사지를 하면서 위치를 교정해보라'고요.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우라고 제대로 적은 게... 맞나 모르겠네요. 그냥 진정하라고 쓴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나서 또 이 말로 편지를 끝내요. '감사합니다.'
이틀 뒤, 고객은 다시 편지를 사측에 보냈어요. 요지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였죠.
먼저 고객은 사측에게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우라니, 내가 웃음으로 먹고 사는 사람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리고, 사측의 말대로 수술한 자리를 눌러보며 마사지를 해보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오히려 웃음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고 하죠.
이러저러해도 안 되니까, 위치가 문제가 아니고 칩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라고, 몇 대 때리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고 자기 뺨을 막 때려요.
남편이랑 자식은 이러는 고객(아내 혹은 어머니)를 뜯어말리고요. ... 억지웃음을 멈추질 못해서, 점점 정신이 나가는 거죠.
(좀... 극단적으로 적었던 것 같아요. '칩을 부수면 부작용도 사라질 것이다'는 식으로... 썼던 것 같은데... 마이너스가 될까요?)
그 일 후 고객은 밖으로 나가질 못해요. 자기가 일하는 회사인 보험사에도 잠시 쉬겠다고 통보하고요.
밖으로 나가면... 이웃 아주머니들한테 어떻게 소문이 퍼졌는지, 거의 미친 년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말이죠.
그러면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사측이 아니냐, 속히 해결해달라고 말하면서 끝내요.
사측은 또 5~6일 뒤에 답장을 보내죠. (아, 물론 날짜는 편지 쓸 때처럼 표시했어요. 본문 아랫부분에 몇월며칠 누구 이런 식으로요.)
이번에도 사측은 편지를 '사랑합니다 고객님. ...'으로 시작하죠.
(사랑한다는 말이... 그저 인사말일 뿐이에요. ... 고객 사랑이 아니라 고객의 '돈' 사랑이죠.)
앞에는 또 자랑을 조금 해요, 자기네 기술이 최고 맞다고. ... 그러면서 말하죠. 뺨을 때리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자제하시라고.
(원래 저는 '요즘 시대에 무식하게 TV 때리듯이 칩을 때리냐'는 식으로 적고 싶었는데, 사측이, 친절을 생명으로 아는, 서비스업체니까...)
그러면서 AS를 보내겠다고 말해요. '저희만의 최고의 기술로 편안한 웃음을 지켜드릴 것을 약속한다'면서요.
(사측이 자기네들의 최고의 기술로 지켜주는 웃음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억지웃음일 뿐인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팠어요.)
그러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끝내고, 추신을 붙이죠. '가격은 398750원'이라고... (잠깐만, '가격'이란 표현이... 여기에 맞는 건가?)
마지막 고객의 편지는, 사측의 마지막 답장 뒤 열흘 정도 뒤의 거예요. 고객의 분노 폭발로 써갈긴 편지의 세 번째 것이죠. 사측은 씹고요.
고객은 말해요. AS받고 나서 당분간은 좋았다고. 하지만 며칠만에 또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그리고... 이로 인해 내 인생이 끝났다고!
고객의 웃음은 점점 누가 봐도 끔찍할 정도로 변해버렸어요. 웃는 게 분명하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웃음이 아닌, 그런 웃는 얼굴로요.
아주 끔찍하게요. 그러면서 말하죠. 너희들의 기술력 덕택에 나는 직장도 잃었고, 남편과 아이도 내 곁을 떠났다고. (난 혼자라고...)
그러면서 사측을 경멸해요. 좆까지 말라고. 너희들만의 최고의 기술로 지켜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내 얼굴의 이 끔찍한 웃음 뿐이라고.
너희들 때문에 웃는 대신 (AS 가격인) 398750원 어치 이상의 피눈물을 쏟고 있다고...
(사측이 말한 '편안한 웃음'은 절대 찾을 수 없었다, 이 말이죠.)
마지막으로 (웃음을 기술로 컨트롤하고, 이것으로 늘 편안한 웃음을 약속한다고 말했던) 사측에게 "이 미친 것들아!" 라고 저주하면서...
끝내요. 마지막 몇월며칠 이름 적는 데에는... '웃지 못하는'을 작게 적어서, '웃지 못하는... 소 결 자' 이렇게 했고요.
잘 썼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중반 정도 적다가, 보험 설계사보다는 레이싱 모델이 더 신선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거나 저거나 비슷할 거 같아서 안 고쳤는데요.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미소'와 '웃음'을 초반에 혼동해 쓴 것 같아서... (중후반부터는 다 웃음이라고 그냥 썼는데...) 쩝!
그리고, 고객의 두 번째 편지 부분이 제가 봐도 좀 횡설수설한 부분이 있었는데...
교수님들께서 '아, 인물의 심리상태가 이러니 충분히 정신없고 횡설수설하게 편지를 쓸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절... 교수님들이, 과연... 면접 오라고 불러내실까요?
첫댓글 우와 기발한 내용이네요... +_+
기발하게 보시다니... 다행이네요. ^^; 근데 잘... 모르겠어요. 의도된 바대로 제대로 쓴 게 맞는지... ;; 연습장에는 그냥 구성만 대충 쓰고, 바로 문제지에 융단폭격을 날렸었거든요. 누구는 연습장에 먼저 빽빽하게 쓰고, 그 다음에 퇴고해서 문제지에 옮겨적었다는데... 끄응...
전 극작이에요 ^^ 요번에 문창 문제 되게 어려웠다더니,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ㅠ 좋은소식있길 바래요~
진짜 잘 쓰신거 같아요 감탄...ㅠㅠ
우와 ~ 기발한거같아요^^ 솔직히 저렇게 빨리 생각해낸다는게 쉬운건 아니잖아요^^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2학년 1반이요. 사물함 있는 쪽에서 수원 유니폼 입고 쳤어요. 파란 원색 긴팔티요. ^^
움.... 네 글 잘 봤어 ! 잘 썼는데?! 근데... ㅈ까지 말라니....; 왠지 너에겐 좋은 소식만 올 것 같구나 ! 소재도 독특하구, 연결도 괜찮게 잘 시켰구... 굿이야~!
아... 감사... ^^;
기발해요 +_+ 근데 시 주제는 뭐였나요? 아시는 분 계신가요?
잘쓰셨네요 !! ^^ 제가 쓴글이 초라해 집니다...ㅜ ㅜ
예~~ 대 수시 떨어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