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울림 만화 '토지'를 읽은 기쁨과 아름다운 잔영 - 한상완

[김진성]

최근에 나는 박경리 선생님으로부터 만화 「토지」한 질을 선물로 받았다. 읽기 시작한 지 이레 만에 1부 7권을 독파하였다. 어느 날은 밤잠을 설쳤다. 나는 그만 만화 「토지」에 푹 빠졌다. 1969년 봄에 나는 대학원을 마치고 모교의 중앙도서관에 사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해 가을에 어느 문예지에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가 연재되기 시작하였는데 나는 그 글을 읽으려고 25년이나 이 잡지, 저 잡지를 따라 다녔는가하면 선생님이 연재를 중단했을 때는 따라서 쉴 수밖에 없었던 기억도 새롭다. 나는 그렇게 「토지」를 사랑하는 수많은 애독자 중의 하나였다. 이 소설이 완간되었을 때는 25년씩이나 걸리지 않고 한 달 만에 독파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조선조 말기 희망이 없고 암울했던 때부터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수난과 질곡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생생한 삶의 파노라마를 보면서 이 땅의 젊은이로서 민족과 나라를 깊이 고뇌하며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세 번씩이나 TV드라마로 만들어진 연속극 「토지」도 거의 시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세영의 만화 「토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만화 「토지」는 한마디로 다시보기 어려운 역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 일을 하기 전부터 「토지」를 32번 통독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결국 놀라운 일을 해냈다. 등장인물이 700여명이나 되는 이 소설의 각 인물들을 특징 있게 그려낸 것은 물론, 너른 평사리 들판이나 지리산의 묘사, 달 밝은 보름밤의 묘사 등을 살아 움직이고, 자연을 그대로 보는 듯 아름답고도 깔끔하게 그려냈으니 그는 이 분야의 마에스트로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소설로 읽는 「토지」의 감명과 웅혼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아름답고도 재미있게 그려낸 만화 「토지」를 읽을 수 있었던 감흥은 내 생애에서 맛 본 감칠맛 나는 ‘별맛’이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한상완

지난 6월 19일 발족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초대 위원장 한상완님은 한국도서관협회 회장,국제도서관협회연맹 이사를 맡고 있고,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부총장, 동양인 최초 미국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문위원,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등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