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컴퍼니, 마리몬드, 임팩트스퀘어, 공부의신, 인액터스코리아, 소녀방앗간, 더페어스토리… 최근 성수동1가 서울숲에 자리 잡은 기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설립 목적이다. 낡은 단독주택이 자리 잡은 이 동네에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하나둘 터를 잡기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가들이 모여 사는 서울숲
‘두손컴퍼니’(www.dohands.com)는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는 기업이다. 자활을 돕기 위해 컵 홀더를 만들기도 하고, 옷걸이를 조립하기도 한다. 노숙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이들의 사업목적이다.
가수 수지의 공항 패션으로 유명세를 탄 휴대폰 케이스는 ‘마리몬드’(www.marymond.com)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제작한 것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누적 매출 7억 원 중 1억 원 이상을 위안부역사관 건립과 할머니들의 생활·복지 기금으로 기부했다. 수지가 들고 있던 휴대폰 케이스는 위안부 피해자인 심달연 할머니가 직접 만든 압화를 모티프로 했다.
‘소녀방앗간’(www.facebook.com/sobanglife)을 운영하는 김가영 이사도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서른도 되지 않은 그녀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업을 시작해 전국의 농가를 찾아다니며 좋은 농수산물을 가져오는 베테랑 사업가다. 그녀는 농업에 사활을 걸었다.
‘디웰’(http://d-well.in)이라고 불리는 살롱도 있다. 디웰의 홈페이지에 가면 ‘D-well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하우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남다른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다양한 분야의 체인지 메이커들이 있습니다’라고 쓰였다. 이 건물에는 사회적 기업가,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는 사람 등 16명이 입주해 공동으로 생활한다. 생활공간외에 사회 변화를 위한 세미나, 파티를 진행한다. 이 살롱의 주인은 현대가 3세인 루트임팩트 정경선 대표다. 작년 11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이 공간을 만든 것이 사회적 기업가들을 “모든 기업가 정신의 천적인 엄마와 떨어뜨리기 위해서” 라고 ‘위험 발언’을 했다. 그가 만난 미국의 카우프먼 재단에서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부소장의 조언으로 이 공간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성세대에게 이윤이란 ‘돈’ 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이윤이란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 들어가는 것이 종전 세대에게는 비전 없는 노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니 하는 단어 또한 부모 세대에게 익숙한 용어는 아니다.
최근 대학의 취업 박람회에 ‘사회적 기업 취업’ 세션이 등장했다. 국내의 사회적 기업을 소개하고 일자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인지된 이런 기업의 형태는 점점 확장된다. 일을 단순히 돈을 벌어 먹고사는 개념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일반 직장을 떠나 사회적 기업으로 향하는 청년도 생겼다.
최근 만난 한 사회적 기업가는 대기업 건설사 2개를 거치고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고 했다. 일반 기업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는데, 대학 졸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 세계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이런 기업의 형태는 비단 우리나라의 현상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대안 모델적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이 만들 경제구조는 미래의 큰 흐름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1970년대 민간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졌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이런 기업의 가치를 높이 산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시내의 일자리 현장 99곳을 방문하는 일자리 대장정을 마쳤다. 당시 이틀간 동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자리 창출의 큰 관점중 한 부분은 청년 창업, 공유 경제, 사회적 기업이었다. 한 달간의 일정에는 서울숲 디웰 살롱에서 사회적 기업가와 간담회도 있었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동대문에 자리를 잡고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간담회, 시 차원에서 창업을 도울 수 있는 공간, 전문 기관의 컨설팅 등 청년층의 새로운 일의 방식에 대한 내용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슬러쉬’(www.slush.org)는 전 세계 창업가들이 모이는 박람회다. 올해는 1천700개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석했고, 1만5천 명이 이 행사를 찾았다. 100여 개국에서 온 창업가들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적극 홍보하고, 전 세계 투자자 수백 명이 투자할 만한 창업가를 찾기 위해 촉각을 세운다.
한국의 기업도 30여 곳 참여했다. 20~30대 청년들이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홍보하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년 전 스타트업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대한민국의 20대가 투자를 유치하고 수십 개국의 수천 명 앞에서 발표하는 것 또한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회다. 하지만 이런 행사는 핀란드를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매달 개최된다.
종전 기업과 다른 설립 모델의 등장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라고 정의하는 기업은 분명 종전 기업 형태와 다른 설립 모델이 있다. 기술 중심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혁신을 가져왔다면, 사회적 기업의 모델 역시 앞으로 세대에는 종전 세대의 기업 설립 목적이나 목표와 다른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언제쯤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도 자연스러울까요?”
얼마 전 만난 청년 사회적 기업가가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의 청소년이 사는 물건, 제공받는 서비스 20개 중 하나 정도가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것일 때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의 답변이었다.
이번 주말 서울의 유명 대학 캠퍼스 투어 대신 사회적 기업가들이 모인 서울숲에 들러 공정 무역으로 들여온 향기 좋은 차 한 잔과 함께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경희(한국갭이어 진로 컨설턴트),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