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말고 어디 좀 멀리 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설악은 아직 춥고 형주샘 49제도 해야는터라 멀리는 못가고
작년부터 갈려다 못간 조비산을 가자고 결정했다
김은숙 선배가 그 산밑에 둥지를 틀고 언제부터 놀러오라고 하던 참이었다
찾아가는 길
중부타고 호법서 영동타고 인천방향으로 가다가 덕평IC (경부를 타고오는 경우 양지 IC이다)
-> 백암면->죽산-> 한택식물원->장평초등학교-> 복자수녀원-> 목적지
형주샘 49제가 끝나고 두시가 다되어 출발했는데 멀지도 않고 길도 좋아
오후 3시 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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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잔디마당을 둔 집은 좋아보였다
왼쪽으로 조비산이 바로 보이고 조비산 끝자락에 집이 놓여있다
혼자 농사를 지으면서 온라인으로 미술전공을 살린 직업도 병행하는 은숙선배의 귀거거래사가 너무 좋아보인다 .
물리적으로 외진 곳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이겨내야 가능한 일이다. 존경스럽다.
마루에서 삼겹살을 실컷 구워 먹고 나니 이즘들어 아주 정확한 일기예보대로 밤 9시쯤비가 오고
봄비 소리에 정취는 더욱 깊어서 술자리는 끝날 줄 모르고 모자라는 술은 더 공수되어
자정이 넘도록 산꾼들의 이야기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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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늦게 잠들었는데 6시반 뒤늦게 찾아오느라 길을 묻는 김용석 대장때문에 잠을 설치고 ,
아침을 해먹은 뒤
비는 그쳤지만 강수량이 많아 암벽등반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암장은 살펴보자고 장비를 챙겨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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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뒷마당을 지나 길 건너 조비산을 마주하고 오르니 족히 한시간은 가야 할줄 알았는데
30분 정도 걸으니 벌써 암장밑이다
서글픈 것은 산자락 밑에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산어귀가 마구 훼손되고
등산로도 없어져 초입을 못찾은 은숙선배가 헤맨다
개발논리와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 현실은 서울보다 지방이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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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장의 바위들은 지난번 춘클릿지같은 느낌이었고 멀리서 보던 것보다 넓고 코스도 많았다
족히 100평정도는 되어 보이는 동굴도 있었고 동굴천정에 오버행볼트도 있어
볼더링이나 믹서등반에도 좋아 보여 등반을 즐기기에 코스는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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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면에서 오른쪽 암장을 등반했는데 난이도에 비해 등반이 힘든 느낌이었다
보기는 그렇지 않은 데 막상 붙으면 오버행이라 힘이 많이 들었고 암질이 인수와 많이 달라 손끝에 통증이 심했다 .
회장님 말씀- 볼트에 가기 전에는 등반 중 쉴수가 없는 코스들이라 힘이 들고 돌파가 어렵다고 했다.
등반을 잘 아는 분들이 길을 잘 내었다는 말씀도 덧붙인다.
그리고 같은 난이도라 하더라도 암질이 달라지면 등반이 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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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겨우내 무거워진 몸과 둔해진 몸짓들로 각자 충격과 좌절을 느낀 팀원들의 탄식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등반 할 것라고 생각 안해서 간식거리만 가져갔는데
5시가 넘도록 오기찬 등반을 시도하는 회장님 김대장 나대장 덕분에 다들 허기져 산을 내려왔다
돌아와 찾아보니 우리가 등반한 코스는 칼로물베기- 5.10 d
미정 - 5.11a
기존 B -5.10.d (사실은 기존A(5.11c)일수도 있다)
난이도가 다 높다. 오버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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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중학교 동창들과 밤새 한 재미난 놀이에서 전리품을 획득한 김용석 대장이
마블이 짱짱한 한우로 한턱 낸다고 큰소리를 쳐 다들 짐을 싸는 데
은숙선배가 저녁을 먹고가라고 잡는 바람에 읍내서 고기를 사와 먹기로 하고 주저 앉는다
아예 늦게 가자, 차 안막히게 라는 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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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고 큰돌회의 하고 시산제준비며, 암벽교실 준비며, 의견들을 나누다가 밤 10시 출발.
비가 왔던 어제에 비해 많이 추워 공기가 청명해진데다가
밤하늘이 별들이 너무나 밝고 총총하여 그 마당을 두고 오기가 서운했다.
참으로 용감한 은숙언니는 문도 제대로 안 잠기는 그 집에서 혼자 산다
방울이는 언니를 지켜주긴 너무 작고 여려보였다.
얼핏 강하면서도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나로서는 그렇게 혼자사는 선배가 참 대단해 보였다 .
모든 외로움을 이겨내고 종내엔 내가 이르고 싶은 모습이다.
경쟁의 시스템을 떠나 하루의 반은 노동하고 반은 공부하며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사색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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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렸던 대로 차가 안막혀 한시간 만에 또 다시 다기한 경쟁의 중심지 휘황한 서울로 돌아왔다.
잠시의 평화는 깨지고 서울의 시공은 또 다시 조악한 생을 현시한다.
낼 아침 9시까지 한강로2가 44번지에 가야하는 실존이 끔찍하다.
용인군 백암면 장평리에 늘 있을수 있는 것은
억세고 자유로운 주체성으로 담보할수 있다.
타협과 유약함으로 결코 확보할수 없는 자유이다. 반성하라 . 돌아보라. 너의 나약함을 ....
첫댓글 소개가 너무 멋져 우리집과 조비산환상에 빠지게 만듭니다. 용인시에서 알면 다칩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마침 선배언니가 우리집에 오는 바람에 같이 못했지만, 나도 변화없는 삶속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이 마냥 반갑기만 한데 다들 폐 안 끼치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다음에 또 그러면 미워 할꼬야!
^^
ㅋ~다음엔 안 그럴께요~~ 싹싹~~
큰돌산악회에서도 언니네 집을 방문하셨군~~!. 언니네 집 넘 유명해지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