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남 시집 『그리움의 크기』 발간
사별한 부군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글 「천개의 바람이 되신 당신」의 주인공 이성남 시인이 산수(傘壽, 80세)를 넘기면서 창작한 시를 모아 첫 시집 『그리움의 크기』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그는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에도 많은 시를 창작해 왔으나 초등학교 교육자로서 충실하기 위하여 시인의 꿈을 접었으나, 교직에서 퇴임한 후 다시 시를 창작한 분입니다.
60년 전, 20대 초반의 풋풋한 청년기부터 시를 빚어 왔습니다. 집중적인 다작(多作)은 아니지만, 쉬지 않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시를 빚어왔습니다. 1958년의 「친구의 사랑」 「첫눈」, 1960년의 「하소연」 「소녀 적에는」 「보고픔」 「스님」 「할미꽃은」 「고독」, 1963년의 「네 잎 클로버」 「견진성사」, 1965년의 「주머니꽃」 등은 그가 20대에 지은 시들입니다.
1982년의 「나의 수업」, 1983년의 「시외 전근」 「끝내 못 볼까」 「옛 친구」, 1986년의 「그리움」, 1988년의 「제24회 서울올림픽」, 1997년의 「가을 산에서」, 2001년의 「비」 「친구의 생일」 「행복」, 2002년의 「나무」 등을 간헐적으로 창작하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2014년의 「다시 가을」 「성모님」, 2016년의 「내 이름」, 2017년의 「꽃들은 좋겠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1」「그때는 몰랐습니다 2」 「보고 있나요?」 「견우직녀처럼」 「어머니를 그리며」 「내일은 당신 생일」 「어제는 내 생일」, 2018년의 「친구여 물어봐 주오」 등의 작품을 빚습니다.
= 서평
#1 김영수 시인(대전문예대학 학장)의 추천사입니다.
이성남 시인은 나와 1970년대 강경중앙초등학교에서 만난 성실한 여선생님이셨습니다. 40여 년 교단에 섰던 팔순의 시인이 첫 시집 『그리움의 크기』를 펴냅니다.
<눈물범벅이 된 나를 보고 있나요?/ 얼마나 더 울어야 당신을 잊을 수 있나요/ 어둠을 뚫고 달리는 새벽 열차>에서 볼 수 있듯 선부(先夫)를 못 잊어 빚은 글은 한국 여인의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이성남 시인의 마음은 옛이야기에서 망부(亡夫)를 그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의 여인이나, 돌 위에 서서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이 시집 한 권에 이성남 시인의 삶과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옛날을 그리는 동료, 친구들, 그리고 제자와 학부모님들에게도 일독(一讀)을 권하며, 첫 시집 『그리움의 크기』 발간을 축하합니다.
#2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 일부입니다.
서정시의 중심 재재는 주로 사랑입니다. 벅차오르는 행복, 아련한 그리움, 이별의 아픔, 이외에도 여러 갈래의 사랑이 미적 구조를 생성합니다. 내면의 상황에 따라 사랑의 빛깔은 달라지게 마련인데, 이성남 시인은 50여 년 동고동락한 후 겪은 상부(喪夫)의 정서적 충격이 애상적 작품을 빚게 합니다.
얼마나 더 울어야/ 당신을 잊을 수 있나요?//
얼마나 더 울어야/ 나무에 매달려 우는 매미 울음이/ 팔베개 자장가로 들릴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흐려질까요?//
오랜 세월을 함께 나누던 당신을/ 오늘은 꼭 보고 싶습니다.//
50여 년간 숱한 정을 남기고/ 조용히 떠나신 당신//
정말 그립습니다./ 빗방울에 젖는 나뭇잎을 보며/ 눈물 훔치는 나를 보고 있나요?
― 「보고 있나요?」 전문
사별에 의한 그리움의 정서가 승화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슬프고 괴롭지만, 이와 같은 주정적(主情的) 감상을 극복하고, 시의 품격을 높이게 하는 마력을 보입니다.
#3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 일부입니다.
이성남 시인은 자연에게 그리움의 정서를 전이(轉移)하여 작품성을 배가(倍加)합니다. <어제는 눈이 내렸습니다./ 조용히, 조용히 온종일/ 제법 쌓였습니다./ 그 위에/ 그리운 눈물이 얹혔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고려시대 정지상 시인이 지은 「송인(送人)」의 정서와 오버랩(overlap)이 됩니다. 삼국시대 이후 한시(漢詩)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이별시이며, 천하절창으로 불리는 <별루연연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푸른 물결에 이별의 눈물을 더하네>라고 한 정지상의 결구(結句)와 <그 위에/ 그리운 눈물이 얹혔습니다.>는 동질적 발상입니다.
이렇게 눈물과 그리움으로 세월을 보내며, 거의 절대고독에 이릅니다. 부군의 별세에 따른 슬픔, 슬픔에 의한 애상적 정서, 이와 함께 엄습하는 고독에 아파하면서도, 쉬지 않고 시를 빚고 있는 이성남 시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연연익수(延年益壽)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