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겐 동갑내기 친한 사촌이 있습니다. 그 사촌이 며칠 전에 생일이
었는데, 제대로 생일파티를 못 해줬거든요. 그래서 며칠 뒤...느지막한
저녁...그녀는 을지로입구에 있는 토니 로마스에 갑니다. 그녀의 친구들
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군요.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가 먹을 복이 있다고
말하고 있군요.. ^^;
이렇게 모인 멤버 넷끼린 나이는 비록 같지 않지만. 같이 있으면 무척
재밌습니다. 오늘은 후배가 아르바이트비 받았다고..사촌 생일 선물 대
신 한 턱 냈는데....@만원 가까이 나와서 쓰러질 뻔 하였습니다. 또한 우
리의 그녀는 사촌에게 생일선물 아닌 생일선물을 주게 되었는데... 그것
은 바로 그녀의 연보라와 연분홍색의 중간 색(?) 같은(색깔이 좀 특이
합니다. 아! 할미꽃 색깔이 딱 그 색이네요..) 원피스였습니다. --;
#1. 할미꽃색 원피스
어느날 그녀는 백화점에 갔다가, 색깔이 예쁜 그 원피스를 보고.. 아주
많은 고민의 고민끝에 카드로 긁어 버리고 맙니다. 그녀가 아르바이트
를 하냐구요? 예? 하긴하는데..만족친 않군요.
그렇담 다음달에 아르바이트가 또 들어올까요? 예..아마도 할 것 같기
두 하군요.. --;
이런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그녀는 나름대로 결
심을 하고 그 옷을 두 번 입어 보았습니다. 한 번은 기다리는 친구가 오기 전..
점원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 그녀가 봐도... 이 옷은
정말 자신의 옷인 것 같군요..사이즈는 맞춘 것 같이 딱 맞는데다가..
그 청아한 색깔은 정말 그녀의 혼을 빼앗아 버리는 것 같습니다. --;
그래도 참고서는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데..그 할미꽃 원피스는 계속 눈
에 밟히는군요.
기다리던 친구가 왔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에게 끌려갑니다. 그녀가
원피스를 입고 나오자 잘 어울린다는 말을 연발합니다. "그런데.. 너 사
도 괜찮아? " 이 결정적인 한 마디에... 찔끔하다가... 그래도 역시 미래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결정을 합니다.
"3개월 할부로 해 주세요.. -_-; " 아마...그 점원은 속으로 얼마나 된다
고 3개월 할부냐 할 것입니다..그치만 그녀는 아르바이트가 없어도 지장
이 없게 용돈내에서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으로...태연한 얼굴로 걱정하는
친구를 바라봅니다. --;
한 두 번쯤 입고 나갔을까... 역시 색이 색인지라..왠지 때가 타는 것 같
습니다. 그리고 다른 원피스와는 달리 구김도 잘 갑니다.
'그래...아무래도 빨래를 해야겠군. '
오랫만에 그녀는 손빨래를 합니다. 그리고 널어서 말리고. 옷장속에 잘
걸어둡니다.
그리고 나서 몇 주일 뒤. 주일날입니다.
'그래..오늘은 주일날인데...이런 옷 좀 입어줘야겠어. 엄마가 가뜩이나
거지같은 옷만 입고다닌다고 걱정하시는데.... '
( 참고로 말하자면 그녀의 어머니는 티를 티쪼가리라고 표현하시며, 그
런 거지같은 옷을 입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 )
어엇..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옷이 너무도 꽉 끼는 것입니다.
지퍼를 어떻게 올려야 할 지 모르겠음에...망연자실하여...거울만 바라보
는 그녀...... 정말 절망적이군요.. 내가 살이 요즘 쪘기로서니......
흑...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을 뒤집어서 취급법을 봅니다.
물통에 X자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드라이클리닝을 요하는 옷이었군요.
'아하~ 그랬군!! ' 그녀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만 기쁘지가 않습니다.
여름 원피스가 무슨 드라이클리닝이랍니까? 세탁비가 더 들겠지요.. --;
그녀는 평소 세탁이 까다로운 옷은 잘 안 삽니다. 겨울 코트 빼고....
잠시 별로 돌아가지 않는 잔머리를 굴리며..이걸 어떻게 환불을 해 볼
까..교환을 해 볼까..
머리를 굴리지만..암만 생각해도 승산도 없을 뿐더러. 사실 본인과실이
므로 양심에 몹시 찔립니다.
며칠 뒤...오늘..
그녀는 무작정 원피스를 가방에 챙겨넣고는 집을 나섭니다...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생겨서.. 기쁜 마음에.. 수면부족도 상관치 아니하
고..룰룰라라~
p.s: 이 원피스의 행방은 조금 뒤 알게됩니다.
# 2.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녀는 오늘도 연습실에 갑니다. 오늘은 밀린 방학 숙제를 해야해서...
부담이 많은 날이라..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학교 앞으로 왔습니다. 연습실 앞 박리
분식이나 완도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설렁탕 생각
이 간절했습니다.
"그래! 오늘은 아침밥도 못 먹고..요 며칠 건강도 좋질 않았지!!! "
3번출구로 나가려다가 방향을 바꿉니다. 아무래도 뜨끈한 국물을 먹으면
기운이 솟아날 것 같은 생각에.... ^^; 오랫만에 오는 삼미옥은 사람이
별로 없군요. 그녀는 거기에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시듯 " 탕 하나
주세요! " 라고 말을 합니다.
후딱 한 그릇을 해 치우고 다시 3번 출구로 나옵니다. 연습실 가는 길엔
언제나 LG25시가 있습니다. 며칠 번부터 보아 왔던 광고들... 그 중에서
도 그녀를 매일 유혹하는 것은 위퍼스내플의 광고... 예쁜 분홍색, 노란
색, 연두색의 병들이 그녀를 편의점 안으로 불러들입니다.
' 드디어 위퍼스내플도 펫트병에 나오는구나!!! ' 그녀는 마냥 좋았습니
다. '밴드 사람들한테 먹여(?)봐야지...히힛...'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위퍼스내플은 없습니다. 그녀는 점원에게 묻습
니다.
" 아저씨. 위퍼 스내플 어디있어요? "
" 저 위에 있는데요. "
"어? 이건 작은 거잖아요. 큰 거 안 나왔어요? 밖에 포스터에 있던 데.. "
"아직 안 나왔어요. "
어어....
이러면 실망인데.... 그렇지만 그녀는 그래도 작은 위퍼를 삽니다. 그녀
가 제일 좋아하는 망고맛으로.... ^^; 계산대 앞에 섰는데.. 반짝이는 은
빛 케이스가 눈에 띕니다. 계산하고 돈을 받으려는 찰나, " 언니. 이것
도 계산해 주세요! " 라고 말을 합니다.
그녀는 COOL 케이스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사고 싶었더랬습니다. 그렇지
만 담배를 피지 않는 그녀로서는 살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은 다릅니다. 연습실에 있는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담배를 대신 피워줄
테니까요.. ^^
#.3 노아의 방주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벼룩시장이 비닐에 쌓여있군요..
'오홋..좋아라.. 쓰레기 봉투로 대신하면 되겠군. '
그녀는 벼룩시장을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어듭니다.
연습실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홍수 난 것 처럼 물이 차 있습니다.
그녀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물을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끝이 나지 않을 모양입니다.
다 퍼내고.. 제습기를 틀고.. 신문지를 곳곳에 잔뜩 배치(?)합니다.
열심히 일을 하니...피곤이 몰려 오는군요. 전날밤에도 쓸 데 없는 글짓
기를 하다 잠을 몇 시간 못 잔 우리의 그녀...
이윽고..세상에서 몇 번째로 지저분한 쇼파에 남은 신문지를 깔기 시작합
니다. 그리고는 누워서 쉽니다. 졸음이 몰려옵니다. 한 30분쯤 졸고 있
는 것 같은데...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이 느껴집
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벽을 타고 물이 내려와 쇼파 아래 신문지를 흥
건히 적십니다. 고로 그녀의 고생은 다 삽질이었다는 것이죠.. --;
다른 멤버들이 와서 청소를 했습니다. 다큐멘타리에 찍힐 연습실이 더러
워서는 아니되거든요.. ^^;
어쨌거나..비온 뒤 황폐해지는 연습실을 보면 노아의 방주가 떠오릅니
다. 왜일까요?
#.4 원피스의 행방
얘기가 다른 곳으로 자꾸 흘러갔는데...
다시 토니로마스에서 밥 먹는 얘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먹고 있다가 옷 얘기가 나와서... 우리의 그녀는 자신의 실수담
을 얘기합니다. "어쩌지? 백화점에 어떻게 책임을 떠넘기게 할 수 없을
까? " 그 때 문득 그녀는 자신의 사촌은 무척이나 말랐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아니면, 너 입어볼래? 너라면 맞을 것 같아. "
이 말이 끝가기가 무섭게 그녀의 사촌은 옷을 채어가지고는 화장실로 그
녀를 데려갑니다. 이윽고...화장실 문이 열립니다.
세상에나~ 그녀는 더이상 그녀의 옷이 그녀의 옷이 아님을 직감했습니
다. "나한테는 큰데? " 하면서 웃음을 연발하는 그녀의 얄미운 사촌..--
; 선탠한 구릿빛 피부에 겨자색 브릿지를 넣은 매직스트레이트를 한 머리
를 찰랑거리는 사촌은.. 마치 김희선 같군요.. --; (얼굴은..알아서.
상상해야 합니다. ^^)
그녀의 사촌은 입이 찢어질 대로 찢어집니다.
후배가 사준 립도 맛있구... 사촌이 준 옷도 자신에게 너무 잘 어울립니
다. 화장실에서도 거울을 연신 쳐다보면 자신의 옷이라는 소리를 계속 해
댑니다. --; 그리곤 생일선물 대신 옷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는 이런 거만한 말도 서슴없이 하는군요.
"얘들아~ 내가 주일날 입고 올께!! 선탠한 피부에 입은거랑 (그녀를 가리
키며) 아닌 거랑 비교해죵~ "
후배는 @만원이 나와 속이 쓰립니다.
그녀는 졸지에 원피스를 빼앗긴 것 같아 마음이 따겁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몸무게가 늘어서 속상한데.....
드라이클리닝해서 줄은 원피스가 사촌한테는 크니...그 마음이 오죽하겠
습니까? 그녀에게 남은 것은 3개월 할부로 긁은 카드값뿐...... T.T
고지서 나오면 당장 대금을 결제해버릴렵니다. --;
#. 5 명월관
그녀의 사촌은 춤을 잘 춥니다.
사촌에게 매력을 별로 못 느끼는 사람들도...그녀가 춤 추는 모습을 보
면 딴 사람 같다고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그녀는 홍대앞에 삽니다. 그리
고 홍대 앞 거리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홍대 앞 락바도 자주 갔더
랬지요.. 한번도 락바에 가본적이 없다는 우리의 순진무구한 99학번과 00
학번 멤버들... 사촌과 의기투합하여...그녀를 끌고 갑니다. 그녀는 오늘
의 복장과 헤 어스타일이 락바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그녀의 친
구들에게 그녀 생각은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녀 사촌의 원
이니... 생일인 사람 맘이라지요? --;
그녀는 2년만에 가는 락바 나들이에 가슴이 설렙니다. 복장이야 어쨌
든...나이야 어쨌든... 아니...그런데...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명월관이
군요.. 명월관은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
죠.. 어쨌거나...들어갔는데....역시나 입니다. 일본틱한 노래와...
그녀가 춤추기 좋아하는 노래들이 아닙니다. 가끔 케이블에서 일본의 락
바를 계속 틀어주는데 그 방송과 매우 흡사하군요.. 왠 에어로빅 복장을
한 여자가 나와 춤을 춥니다. 에어로빅 댄스가 무척 재미있군요.. 점원들
도 춤추며 주문을 받습니다. 어색해서 웰치스만 먹고 있는데 주인아저씨
가 팝콘을 주면서 왜 춤을 안 추냐고 여쭤보십니다. --; 조금 뒤.... 점
원이 와서 형광팔찌를 껴 줍니다. '어엇? 왜 이러지..? 이건 파는 건
데...' 엄연히 판매한다고 쓰여져 있는 형광팔찌.... 점원이 귀에다 대
고 말합니다. " 이거 추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 아저씨도 점원도 좋은
사람들인것 같습니다. 멀거니 앉아있는 후배랑 그녀는 일어나서 춤을 추
기 시작합니다. 일단 시작하니, 재미가 있군요. 네~ 아주 재미가 있습니
다. 그녀는 막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추던 후배가 이렇게 말을 하
는군요. " 언니, 춤은 따라할래야 따라하지 못 하겠어요. --; " 그녀는
옆구리가 아파서 오래는 못 추는군요.. 네...
웰치스를 홀짝 홀짝~~~ 춤춘 뒤 마시는 웰치스는 꿀맛이로군요! ^^;
온 지 한시간도 안 되었는데. 가야할 시간입니다. 아쉬워라~ 그녀는 탁
자를 치고 나오다 샌들끈이 걸려 넘어질 뻔 합니다. 아니 이런~ 샌들끈
이 끊어졌군요.. --; 그녀는 그래도 굳건히 마지막 판에 최선을 다합니
다. 그리고는 그 곳을 나왔습니다.
#.6 샌들
저번에도 한 번 끊어진 적이 있었지만, 편한 거 좋아하고 원래 물건 잘
못 버리고..모으는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동생의 샌들을 내다버리라는
권유도 항상 무시했습니다. 그러더니 여기서 이렇게 되는군요. 와..걷다
보니..완전히 다 끊어졌습니다. " 에잇..그렇담! "
그녀는 신발을 오른손에 들고 맨발로 홍대정문을 걸어갑니다. --;
그녀의 친구들은 놀라서...말리는 군요... 사촌은 유리조각이 많다고 겁
을 줍니다. 좀 가다가 정말 발이 아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신발을
질질 끌고 가지만 그래도 너무너무나 힘이 듭니다. 조금 뒤 사촌의 남자
친구도 왔습니다. 사촌은 자기 남자친구의 등에 자꾸 업히라고 권유를 합
니다. 그녀는 괜찮다 말합니다. ' 아직 한 번도 누구 등에 업힌 적
없는데..그 첫 번째가 우리 사촌 남자친구라니 너무 서글프잖아... --
; '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업어준다는 사람 있을
때 업힐걸... --; '
네..그녀에게도 그렇게 말한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좀 부끄럼이 많아서....--;
홍대역까지 질질 끌고 갔지만 시간은 이미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집방향이 비슷한 후배와 택시를 잡습니다. 택시잡기도 치열한 경쟁이군
요. 집에 오기 한 번 힘드네요..
그리고 이렇게 글짓기 하는 것도 꽤나 삽질이군요. --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 먹네요..
아웅.. 졸려라..
이제 그녀는 힘든 하루 일과를 뒤로 한채 잠자리에 들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