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관실, 횡령 사실 확인하고도 신원 확보 안해
전국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공무원들의 복지 및 회계 공금 횡령비리가 포항지역에서도 발생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근무하는 회계담당 한모(행정 7급, 47세)씨가 3억4천여만 원의 예산을 횡령하고 잠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포항시는 한 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신원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감사가 허술하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들의 혈세인 횡령공금 회수 대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번 사건은 시의 회계 관리와 제도적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로, 지금까지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는 읍면동의 회계 관리가 횡령(유용)을 도와준 꼴이 됐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29일 포항시 감사관실에 따르면 지난 22일~25일까지 청하면에 대한 정기 감사와 회계 감사를 실시하면서 이 같은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 한 씨에게 집중조사와 회계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25일 오후 관련 서류 일체를 챙겨 달아났다고 밝혔다.
감사관실은 다음날인 26일 포항북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이날 오후 5시쯤 청하면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달아난 한 씨에 대해 출국정지와 재산(부동산, 금융)파악 및 권리 확보를 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횡령 사실이 드러난 직후 신원 확보를 하지 못한 오류를 범해 횡령공금 회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원 확보가 되지 않은 한 씨는 지난 25일 도주를 하면서도 포항 남부초등학교 앞 서부농협에서 공금 통장으로 1,200만 원을 인출해 가는 대범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포항시의 회계 관리가 허술해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하면의 경우 공금 통장에 부면장 명의의 인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회계 지출은 품의서와 지출결의서, 지급증명서 2부, 출금전표에 부면장 인장을 찍어 시에서 지정한 신포항농협 청하지점에서 지출을 받아야 하도록 지침이 하달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부면장이 인장을 직접 결재하지 않고 회계담당 임의로 도장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타 농협에서도 출금 전표에 도장과 통장만 있으면 인출이 가능한 허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에서는 월말에 지급되는 예산을 월초에 미리 지급해 20일 정도 보관을 하는 점을 한 씨가 악용해 횡령한 공금을 사비로 채우고 다시 인출하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이용했다.
감사담당 관계자는 “지난 2005년 동해면, 흥해읍, 신광면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을 계기로 회계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수정, 보완하면서 시금고로 지정된 가까운 지역 은행과 계약을 체결해 지급증명서 2부를 작성토록 지침을 시달했다”며 “청하면은 지침을 어기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횡령사실이 확인되자 29일 지휘책임을 물어 부서책임자인 청하면장과 부면장을 직위해제하고, 시 산하 전부서 회계집행실태 특별감사와 읍면동에 대한 회계 제도를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이번에 횡령으로 도주한 한 씨는 청하면 회계담당 공무원으로 지난 2006년 9월부터 근무했으며,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일반경비, 본청 재배정, 자체예산, 청소 특별회계 계좌 등 4개 계좌를 관리하면서 부면장이 자리에 없는 틈을 이용해 책상서랍에 있는 인장을 훔쳐 출금전표를 날인하는 방법으로 39회에 걸쳐 불법으로 4억1,600여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씨는 자신의 계좌에서 14회에 걸쳐 7,724만여 원을 공금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밝혀져 회계 계좌를 마치 자신의 개인 구좌를 관리하듯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담당관실은 한 씨가 올해 1월 5천여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주식투자에 실패하면서 지난 5월 부인과 합의이혼을 하는 등 평소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첩보를 입수해 특별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황관조 감사담당관은 “횡령한 금액에 대한 관련 서류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 횡령 및 유용한 정확한 액수는 알 수가 없지만 조사하면 추가 횡령도 밝혀질 것이다”며 “읍면동의 회계지출을 감사부서에서 전자시스템을 통해 확인이 되도록 전면 재검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