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12년 4월07일
누구와 : 나 홀로
어디로 : 천안의 산(흑성산:519.5m, 태조산:421.5m, 성거산:579.1m)
경부고속도로 천안을 지나면서 동쪽을 바라보면 길게 마루금이 이루어져 있는 아담한 산세가 있다. 천안의 진산인 태조산를 중심으로 북으로는 성거산이 금북정맥으로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독립의 기상이 잠들어 있는 흑성산이 버티고 있어 예전부터 상서로운 곳으로 역사 속에서 중요시 여겨온 터전이다. 몇 년 전부터 눈 여겨 보아왔던 곳으로 올 두 번째로 산과 산 잇기 산행 계획에 따라 실행하기로 한다.
2시간10분을 걸려 천안역에 도착한다. 열차를 타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어수선한 대합실을 빠져 나와 역 뒷골목(?)을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 독립기념관 방향 버스를 기다리며 시내버스 노선 안내판을 보고 가장 빨리 도착하며 배차가 많이 되어 있는 400번 버스에 탑승한다. 등산코스로는 독립기념관 방향으로 3코스가 있으며 종주코스로는 천안에서 제일 가까운 교천리 방향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계획했지만 그곳을 경유하는 버스가 아니라 이웃 동네인 신계리에서 하차, 20여분을 허비해야 된단다. 포기하고 독립기념관 뒤쪽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목천읍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저울질 하는데 옆에 앉아있는 여성분이 목천읍에서 출발하는 들머리를 안다며 하차지점을 안내해준단다. 독립기념관을 지나며 여기서 하차할까 망설이다 옆 사람의 성의도 있어 지나친다. 11시 읍소재지인 서1리(홍문동)에서 하차 목천초등학교를 지나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정문에 도착, 경비실에 문의하여 오른쪽 담장을 끼고 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간간이 나타나는 등산객들보다 지나가는 차량이 많은 이 길은 흑성산 정상에 위치한 방송국 중계소까지 이어지며 정상에 큼지막한 주차장이 있어 차량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진행하면서 등산로가 있는 듯하면 여지없이 입산통제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어 그냥 30여분을 진행하여 흑성산 약수터에 도착, 지난번 대둔산에서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수질검사표를 찾아 보고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마시려는데 고인 물에 도룡용알이 있다. 포기하고 배낭에서 수통을 꺼내 갈증을 해소한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낮 햇살은 그늘 하나 없는 도로를 이용하는 등산객에게 걸치고 있는 옷들을 벗게 만든다. 차량들도 헉헉거리며 오르는 모습에 가능하면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원시림 속을 헤집고 지나갈 용기가 안 생긴다. 혹여 혼자 몰고 올라가는 운전자가 가엽게 여겨 같이 타고 가자는 제의가 있을까 희망해보지만 차창으로 보이는 운전자들은 등산객은 걸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으로 전방만 주시한 체 지나치기 일수다. 다행스럽게 급경사가 시작되며 우측으로 가로질러 올라갈 수 있는 희미한 산길을 발견 주저 없이 도로에서 벗어나 급경사의 산속으로 들어간다. 헉헉거리며 쓰러져 있는 고목들과 싸우지만 그래도 차량들이 내뽑는 매연보다는 느낌이 좋다. 10여분 진행 다시 도로에 도착하며 어느덧 나뭇가지 사이로 전방의 구조물들이 조금씩 다가 온다.
12시13분 흑성산성(문화재자료 제364호)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 있는 정상에 도착한다. 천안시 목천면에 있는 흑성산(519m)은 금북정맥 태조산에서 동남쪽으로 가지 쳐 나온 산으로 천안의 진산인 태조산을 거쳐 성거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서쪽 넓은 분지에는 천안시가 자리잡고 있으며 남쪽으로 취암산과 고려산으로 연결된다. 정상에는 둘레 2290척, 높이 6척의 성터가 있었으나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고 성내에 지지(池址)가 남아 있다. 흑성산의 본래 이름은 검은성(儉銀城)인데 일제 때 『검다』는 뜻을 그대로 옮겨 산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정 기 때 바뀐 산 이름 아래 독립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 원래 이름으로 복원했으면 좋겠다. 풍수지리상 서울의 외청룡에 해당되며 또 금계포란형의 명당 길지로서 좌우동천승적지라 했다. 좌우동천승적지는 성거산 아래 석천리와 흑성산 아래 지산리 사이를 말하며 그 골은 옛날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며, 피난처라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이곳은 조선 후기 문신이며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1776년(영조 32) 박문수가 죽자 그의 묘소를 지금의 독립기념관 자리에 정했다고 한다. 이때 어느 유명한 지관이 이곳은 200~300년 후 나라에서 요긴하게 쓸 땅이며, 그때 가면 이장해야 되니 이곳에서 10여 리 동쪽에 묘를 쓰라고 권해 지금의 북면에 위치한 은석산에 묘소를 정했다고 한다. 과연 지관의 말대로 1983년8월15일 독립기념관이 개관하니 풍수지리상 길지인 이곳이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흑성문 입구를 지나며 어느 단체에서 천막을 치고 뷔페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어 어수선한 모습을 뒤로 전망이 제일 좋은 망루인 공심돈 건물로 들어가 저 아래 내려다 보이는 독립기념관을 전망해보고 바쁘게 뒤돌아서 나오니 단체 손님 중 한 분이 점심 먹고 가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캔맥주 하나만 들고 중계소 좌측으로 길을 잡는다. 강능김씨 비 옆에 특이하게 세워져 있는 정상석을 뒤로 철조망을 우측에 끼고 올라서니 조망이 트이며 패러글라이딩 활공 장으로 이용되는 공터에 도착, 멀리 천안시내를 조망한 후 헬기장을 지나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는 여기저기 간벌이 이루어져 있고 경계표시인지 흰 비닐로 길게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해 놓은 것이 끊어져 바람에 날리니 보기 흉하다. 봄은 정령 왔나 보다 샘터를 지나면서 전방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칡뿌리를 깨는지 주민 둘이 열심히 땅을 고르고 있다. 12시47분 평탄한 등산로에 배낭을 내려 놓고 정상에서 얻어온 캔맥주로 갈증을 해결하고 지도를 바라보며 이제 시작이구나 느낀다. 건너편 태조산이 바라보이며 소나무 사이로 살며시 피어있는 진달래의 수줍은 모습도 보며 어느덧 도심의 소음이 들려오는 덕전1리(마점) 아홉사리고개 아래 지도상의 하이트 맥주 건물 앞에 도착 한다. 지금은 퓨리스 생수공장으로 바뀌어 있는 건물 맞은편으로 등산로가 이어지며 숲으로 진입 한다. 동네 뒷산 같은 편안한 오솔길을 지나 13시18분 서낭당 고개에 도착 돌무더기에 돌 몇 개를 주워 올려 놓으며 안전산행을 도와달라고 서낭신에게 기원하고 바로 앞 삼거리를 지나 곧장 직진한다. 전력송전탑을 지나며 시장기가 느끼며 우측 아담한 바위가 있어 자리를 펴고 와이프가 정성 들여 준비해준 점심으로 혼자만의 만찬을 즐긴다. 커피까지 한잔 따라 마시고 13시46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오후 여정을 준비한다. 바로 앞 삼거리에 지식경제부 교육원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나타나며 그네들만의 비표(67#)인지는 모르지만 2포스트 또는 3포스트라는 표시 아래 거리를 기록해 놓았다. 분명 교육원에 가보면 이해가 갈 것 같지만 이곳에서는 이해가 안되니 그냥 지나쳐 전망 좋은 곳이라는 곳에 도착, 약간의 내리막길을 지나 삼거리에 도착, 오른쪽은 폐쇄되었다고 하니 직진하여 휀스가 시작되는 봉우리에 도착 가까운 곳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니 저절로 그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30여명의 꼬마들과 신경이를 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태조산 정상을 향한다. 재산표시로 좌우에 휀스가 설치되어 있는 경사 길을 오르다 오랜만에 취암산 5.4Km 계성원(교보생명 연수원) 0.7Km 태조산 정상 0.4Km의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제 모습을 찾은 듯 반갑다. 14시05분 전망이 트이고 정자가 나타나며 태조산(해발421.5m) 정상에 도착한다.
금북정맥의 한 봉우리이며 천안의 진산이기도 하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왕자산의 진산으로 표기되었다고 한다. 왕자산이란 성거산, 태조산, 흑성산, 취암산을 합한 산줄기의 모습이 임금 왕(王)자와 같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태조산은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산의 서쪽에 주둔함으로써 이름 지어졌다고 전해오며 미호천의 원류인 유량천과 산방천이 분리되는 곳이며 탁 트인 정상에 오르면 천안의 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으로 산 중턱에 고려 초기 도선국사가 지었다는 성불사가 있으며 천안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휴식처이다. 필자의 종주코스 방향은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지만 서쪽 안서동과 유왕골 방향으로는 등산로가 여럿 있어 주말이면 천안시민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팔각정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 후 길을 재촉한다. 계속 이어지는 휀스와도 이별을 고하고 경사 길을 내려서서 소나무 우거진 조용한 등산로를 지나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성거산 4.5Km 태조산 수련원 1.1Km의 이정표에서 잠시 휴식 후 14시35분 좌측으로 등산로 2코스방향에서 올라오는 정자삼거리에 도착 정자에서 휴식을 하는 등산객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며 지나친다.(막걸리 가판대 때문에 지체 할까 봐) 이곳은 등산로도 잘 정비되었으며 이정표도 잘되어 있다. 늦은 오후인데도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며 오르내림을 몇 번 지나 좌불상 삼거리에서 경사 길을 올라 또 하나의 정자를 지나 유왕골 약수터 사거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는 각원사 방향인 등산3코스이며 우측으로는 유왕골 방향이다. 좌 우측으로는 등산복을 입은 시민들의 오르내림이 이루어지지만 직진방향인 성거산까지는 아마 혼자만의 산행이 이루어질 듯 고요만이 기다리고 있다. 왕이 머물렀다는 뜻의 유왕골을 우측에 두고 소나무에서 내뽑는 피톤치드 향을 느끼며 봄이 시작되는 산 아래 논 밭 풍경을 조망하며 혼자만의 오름 짓에 집중하는데 난데없이 한 무리의 산객들을 만난다. 금북정맥 종주팀으로 유황골사거리에서 하산할 계획이라며 그네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같은 코스면 좋으련만 또 다시 혼자만의 길을 재촉한다. 15시05분 지도상의 걸마고개를 지나며 진달래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모습에 잠시 휴식을 하고 10분 더 진행하여 국민은행 연수원 갈림길에 도착한다. 태조산을 지나며 참 교육시설이 많구나 느꼈지만 벌써 연수원만 3개소를 지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정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가 지나오며 여러 번 느낀다. 위치표시목 26번을 통과하며 성거산 정상의 군사시설이 눈에 들어 온다. 12분을 진행 만일고개에 도착, 헉헉거리면서 계단을 지난다. 다른 때 같으면 몇 개인지 세어보겠지만 포기가 쉬운 듯 그냥 지나친다. 급경사에다 여기저기 무너져가는 계단을 올라 정상 전위 봉에 성거산 정상표시 석이 설치되어 있다.
이산 또한 금북정맥의 한 곳으로서 북쪽으로 백제 도읍지였던 위례산의 위례산성이 위치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태조산이 위치해 있다. 산 이름은 역시 고려 태조 왕건과 인연이 있다. 『직산현지』의 기록에 의하면 직산의 수헐원(휴식처)에 들렀다가 동쪽의 성거산을 바라보니 오색이 영롱하여 그 아름다움을 보고 영험한 산이라 여겨 제사를 지내도록 했으며 성스러움이 거(居)하는 산이라 하여 성거산(聖居山)이라 칭했다고 하며 조선조에도 왕들이 온양온천에 갈 때면 지나가면서 이곳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전해내려 온다고 한다. 정상에 군사시설이 있어 이제는 정맥종주 꾼들이나 간간이 찾는 곳이라 산 전체가 적막 속에 버티고 있다.
정상석을 확인한 후 군사시설 쪽으로 길을 잡고 경사 길을 내려서지만 바로 앞에서 통행이 통제되어 다시 안부로 내려와 좌측으로 길을 잡고 하산을 시작한다. 급경사를 지나면서 합장바위라는 팻말을 보며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발길만 재촉한다. 멀리 천호저수지가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며 길게 산을 갈라놓은 포장도로는 정상까지 연결되어 있어 보기 흉하게 다가 온다. 전망바위 표시목도 지나고 통나무 계단도 지나 정상에서 1시간을 진행, 16시58분 5부 능선쯤에 위치한 도로에 도착 등산지도를 펴본다. 좌측으로 진행할까도 생각해보지만 처음부터 계획했던 곳으로 선택하여 직진, 산속으로 다시 접어든다. 간간이 나타나는 진달래가 힘들어하는 등산객의 마음을 달래주듯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춘다. 간벌작업이 군데군데 이루어져 힘차게 살아가는 나무들을 지나 17시32분 동굴가든 앞에 도착 천호저수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은빛물결이 반짝거리는 저수지 앞에 도착 조킹하는 주민에게 길안내를 부탁하니 계속 내려가면 된단다. 농번기에 공급해 줄 저수지 수로에는 막 보수공사가 진행되며 뒤돌아 본 산세는 완만한 능선이 저녁햇살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다가 온다. 천흥사 5층 석탑(보물 제354호)의 안내간판을 지나 천흥리 마을버스정거장에서 주민 한 분이 여기보다는 좀 더 가면 큰길이 나오니 그곳에서 승차하면 쉽다는 고마운 안내에 하루의 피로도 싹 가신다.
※후기
올 계획하고 진행하는 산과 산 잇기 산행 두 번째가 끝났다. 앞으로도 세 번은 더 해야 되는 계획(지장산 ~ 종자산, 황석산 ~ 기백산, 가덕산 ~ 삼악산)이다. 다음에는 야영을 하면서 종주할 계획이라 좀 더 체력을 보강해야 될 듯, 오늘의 산행은 처음부터 등산로를 택하여 산행을 안 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 처음부터 임도 따라 진행하여 도착한 산은 그야말로 인간의 손길이 너무 많이 탄 것이 아쉽고 곳곳이 사유재산 표시이고, 정상에는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는 구조물들이 버티고 있어 역시 천안은 교통의 요충지답구나 느끼지만 이건 아니라고 느낀다. 요즘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정상에 있는 시설 관리기관과 협조하여 출입허가를 승인하는 곳이 많이 있는 것을 보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산행을 마치고 한동안 일에 지쳐 병치레를 하다 보니 한참을 지나 기록에 도전, 사진 자료를 보며 몇 날 며칠을 지웠다 다시 쓰고 을 반복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았다. 화창했던 봄날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이제는 반팔의 상의를 입고 다니는 계절이 되었으니 세월 흐름이 유수라는 옛 사람들의 명언이 절로 느껴진다. 이제 4월에 다녀온 서대산 아님 지난주에 다녀온 바래봉 기록을 해볼까나. 집안정리가 아직도 덜 돼서 그것 먼저 완료하고 시작해야겠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