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은 내면의 언어(1)
(강석진 신부)
우리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대월 아카데미 센터에서 현대 무용을 열심히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춤을 배우는 즐거움 때문에 당시 일주일을 사는 즐거움이 쏠쏠했습니다.
처음 현대 무용을 배우고자 했을 때는 살을 빼려는 목적이 컸지만.
두 달 정도 배우고 난 후에는 살 빼는 목적을 넘어서
내면의 군더더기를 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막상 춤을 배우는 시간이 되면 처음 4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고역이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굳은 근육과 신경 세포들을 하나씩 자극하는데
그 고통은 잠깐씩 지옥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칭이 끝나면 곧이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육체적 긴장과 함께 정신적 긴장마저 풀리고
비로소 저와 제 몸이 솔직히 만나는 그 순간을 체험하게 됩니다.
20분 정도 기본적인 현대 무용 동작을 배우는데.
깊은 숨소리와 함께 연결되어 이어지는 춤 동작은 가히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한 동작은 다음 동작을 위한 배경이 되고.
몸이 몸에게 주는 뛰고 뻗고 도는 동작의 탄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본스텝과 함께 상체와 하체가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을 보면서
몸을 자연스럽게 놓아두면 몸은 몸짓대로 그렇게 움직여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상히 현대 무용 춤꾼들의 멋진 동작을 볼 때마다 환성을 지르곤 했는데.
그러한 동작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몸풀기 작업을 통해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것 중 어느 것 하나 철저한 기본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것이 없다는 것을 또다시 깨닫게 됩니다.
춤을 배우는 시간이면 현대 무용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그만큼 최선을 다하면서 몸짓을 하시라.
그와 함께 선생님은 우리가 좋은 춤을 추기 위해서는
몸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다리를 조금씩 더 찢거나 팔과 몸의 연결을 유연하게
이어주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게 춤의 기초를 배우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면
선생님은 그날 당신이 영감받은 작품의 몸짓 한 부분을 10분정도 표현해 주십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부활과 그것을 지켜보는 베드로의 마음.
화가 뭉크의 외침과 배반하고 도망가는 유다의 절규...등의 주제를
몸으로 표현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선생님이 표현해주신 그 동작을 반복해서 따라합니다.
그러한 광경을 보면서
현대 무용에 영의 흐름과 몸의 동작이 자연스레 들숨과 날숨이 되어
호흡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내심 지금과는 달리 저도 언젠가는 제 몸으로 제 내면을 표현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