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아파트에 '오피스텔 쇼크' [중앙일보]

[이선대]

경기도 일산 신도시 일대에 원룸형 오피스텔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이 일대 소형 주택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일산 신도시 장항.백석동 일대를 중심으로 공급된 오피스텔(공사중 포함)은 2만7천여실로 일산 신도시 주택수(6만9천가구)의 40%에 육박한다.

이들 대부분은 임대 수익을 노린 투자상품이다.

이러다 보니 전세 수요가 오피스텔로 대거 이동하면서 소형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매매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쳐 소형 아파트와 다가구주택의 경우 투자자들이 드물어 매물만 쌓인다.

일산 소형주택 전셋값 급락세=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24일까지 일산 신도시 10~2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은 2.32% 떨어져 평형별 하락률이 가장 크다.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전체 공급량의 80% 이상이 10~20평형대인 오피스텔인데, 수요자들이 깨끗한 데다 내부시설도 좋은 오피스텔 쪽으로 몰린 때문이다.

일산지역 오피스텔 입주는 올해(7천6백65실)와 내년(9천3백82실)에 몰려 있다.

입주한 오피스텔의 세입자 비중은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분당신도시 오피스텔은 중대형 평형이 많아 실수요자들이 입주 목적으로 분양받아 주변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일산은 임대 물건이 많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산 신도시 10~20평형대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5백만~1천만원 빠졌다.

주엽동 뉴서울 17평형 전셋값은 지난해 말만 해도 7천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6천만~6천5백만원으로 내렸다.

마두동 강촌마을 라이프 20평형도 최고 1천만원 내린 8천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일산 김철헌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전세 매물의 50% 가량이 10~20평형대일 만큼 심각한 소화불량에 걸려 있다"며 "오피스텔은 주변 임차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다가구주택은 타격이 더 심하다.

일산.대화.백석동 일대에 많이 들어선 다가구주택 전셋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10% 이상 빠졌다.

일산동 일대 방 2개짜리 18평형 다가구주택 전셋값은 지난해 말엔 6천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5천만원선에 매물이 나온다.

대화동 한 중개업자는 "신혼부부나 독신자 등이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낡은 다가구주택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 "전세가 안 나가자 시세보다 1천만원 싸게 내놓은 집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급락하자 전세를 안고 다가구주택이나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도 크게 줄어 거래가 뜸하다.

일산 소망공인 김근영 사장은 "대화지구 등에서 분양을 받은 10~20평형대 아파트 집주인들이 입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팔리지 않자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임대수요 증가세=지난 6월 이후 입주한 백석동 동문 굿모닝힐 1차, 장항동 양우 드라마시티.청원 레이크빌 2차 등의 입주율이 최고 90%에 이른다.

동문건설 이재정 과장은 "시설이 좋고 지하철 역에서 가까워 서울로 출퇴근하는 세입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백석역 공인 이택기 사장은 "일부 오피스텔은 드럼세탁기.냉장고.식기세척기.에어콘까지 갖추고 있는 데다 전용면적 기준 전셋값도 다가구주택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다가구주택이 오피스텔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동문 굿모닝힐 1차 22평형 전셋값은 5천만원, 26평형은 7천만원선으로 전세 매물이 귀한 편이다.

하지만 매매값은 집주인들이 입주를 앞두고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약세다.

분양가에서 5백만~1천만원 싸게 나온 매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산 신도시에서 오피스텔 공급을 준비 중인 업체들도 고민하고 있다.

백석동에서 1천8백실 규모의 오피스텔 분양을 준비 중인 D건설 관계자는 "원룸형 오피스텔 공급이 많아 오피스로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입주가 마무리되는 2005년까지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연말 이후엔 일산 신도시 주변의 탄현이나 파주 전세시장도 간접 영향권에 접어들 것 같다"며 "임대용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것은 물론 소형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을 투자용으로 매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