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한 해를 바쁘게 보낸 이세돌 9단이 올해는 아쉬움이 컸던 만큼 내년엔 현역 생활을 은퇴한다는 각오로 투혼을 불사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
![]() "선수로서 사실상 은퇴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최고의 한 해가 될 수도 있었던 기회를 전부 놓친 것이 아쉽다는 말을 공식 인터뷰에서도, 개별 인터뷰에서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알파고에 대해 미리 잘 알지 못한 것도(그래서 준비를 잘하지 못해) 아쉬웠고, 한 판(5국) 더 이길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2주일 전쯤 맥심커피배 개막식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던 '은퇴' 이야기를 또 한 번 꺼냈다. 내년에 스스로의 기준에 성적이 미치지 못하면 은퇴하겠다는 이야기다. 본인이 원하면 '종신직'인 프로기사직을 30대 중반에 성적 이유를 대며 은퇴한 기사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세돌은 서슴없다.
-마지막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의미가 각별할 것 같은데.
"언제나 그 해의 첫 대국이나 마지막 대국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해는 정말 마지막 대국을 기분 좋게 가져간 것 같다."
-(바둑왕전) 결승 2국의 내용은 어땠나.
"초반에 약간의 실수가 나와서 쉽지 않은 흐름이었는데 중반 들어 나현 선수에게서 형세판단이라든지 수읽기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많은 시합이 있었는데 굉장히 아쉬운 한 해였다. 여러 기회를 다 놓치고…. 이제 2017년인데 바둑 인생의 거의 마지막에 이른 것 같다.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기대에 못 미친다면 현역으로서 마지막 한 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만큼 이번 우승이 힘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 많이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 마지막 모습일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의 힘이 필요하다."
-만족스럽다는 성적의 기준이라면.
"세계대회 우승 정도면 만족한다. 바둑 외적인 것도 중요하고. 질적인 부분도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즐겁게 둘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 이세돌 9단은 올해 세 개 대회를 우승했고 두 개 대회를 준우승했다. 총전적은 49승26패, 승률 65.3%를 기록했다. |
이세돌은 2012년부터 4년가량 '기러기 아빠'로 지냈다. 2012년에 어린 외동딸이 캐나다로 유학 갔고,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도 함께 갔다. 아내와 딸은 지난 여름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에 정착했다(딸이 그곳에서 학교를 다닌다).
-가족이 돌아와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 여러 대회에서 좋지 않아서…."
-예전엔 이처럼 굳은 결의를 밝혔던 적이 없었다. 성적을 내기 위해 특별히 공부한다거나 준비하는 것은 있는지.
"그런 건 없다. 즐겁게 두고 싶고, 그러면 조금 따라오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만에 하나 은퇴한다면 그 후를 생각한 것이 있는지.
"없다. 내년을 기점으로 일 년 정도는 더 하지 않겠나. 빨라도 2년 후인데 일단 내년은 한 번 해보겠다는 각오이다."
"제2 알파고 대결은 한 판 이기느냐의 승부될 듯"
이세돌은 결승 대국에 앞서 시간이 남아 있는 동안 '딥젠고'와 '알파고' 이야기로 말을 걸어왔다. "잘 두다가도 어이없는 버그를 일으키는 딥젠고는 아직 완전하지 않다"며 "보통 중반전은 사람이 유리하고 후반전은 컴퓨터가 유리하다고 보는데 딥젠고는 후반으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이 의외였다"고 했다.
최근 무성하게 피어오르는 '제2의 알파고 대결'에 대해선 판후이와 대결할 때의 알파고와 자기와 대결할 때의 알파고가 달랐듯이 지금의 알파고는 또 다를 것이라며 어떻게 변했을지 관심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인간이) 한 판을 이기느냐 마느냐의 승부가 아닐까 생각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연초 알파고와의 대결은 지금 돌아보건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바둑 외적으로,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처럼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미약하겠지만 5년 후, 길어도 10년 후가 되면 더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 이세돌 9단과 결승전을 벌인 나현 7단은 "저는 뒤로 물러서는 스타일이라 약하게 두곤 하는데 항상 강하게 두시는 사범님 모습에서 조금 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다시 두라고 하면 둘 수 있을 것 같은가.
"제가 아니겠지만 다른 기사가 다시 한 번 둘 거라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저보다 나은 기사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왜 두지 않는가.
"이미 패했고, 지금 일인자는 중국이나 한국의 박정환 9단 아니겠는가. 그런 기사들이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큰 것 같은데 1대 4로 패한 후 곧바로 5번기를 한 번 더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알파고가 위험할 수도…."
-거꾸로 4대 1로 이길 수도 있었을까.
"함부로 이긴다고는 못하겠다. 알파고는 심리적인 게 없으니까. 2-2로 맞선다면 인간에겐 굉장히 중요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5국이 되지만 알파고엔 그런 게 없다. 이러한 외적인 것들이 있어서 함부로 이긴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건 확실하다. 누가 3-2로 이기느냐의 승부가 아닐까. 지금의 알파고는 이기기 힘들 텐데, 그렇다고 5대 0이겠느냐는 그런 생각도 든다."
-내년 알파고 대결을 치수고치기로 하는 방식은 어떨까.
"치수고치기는 (인간이) 위험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버그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기겠지만 버그가 없으면…."
![]() "이번 우승이 2017년도에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
-내년 3월 일본에서 인공지능이 출전하는 세계대회를 개최하는데 국내 선발전엔 나갔는지.
"굳이 딥젠고까지…. 지면 또 열 받으니까(웃음). 딥젠고와 알파고가 대결해서 만만치 않다면 몰라도 지금은 차이가 좀 나는 것 같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프로 바둑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잘 모르겠다. 시대의 흐름이니까. 다만, 우리도 왜 안 만드는지, 못 만드는 건지는 궁금하다."
-조금 다른 질문이지만 내년 중국갑조리그는 참가하나.
"물론이다. 스폰서가 바뀌어 허난팀에서 뛰게 된다. (이세돌이 속했던 광시팀은 지난해 을조리그로 강등된 후 올해 다시 갑조리그로 승격했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정말 힘든 한 해가 지난 것 같습니다. 2017년은 2016년과는 다르게 정말 희망찬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저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첫댓글 잘보고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