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을지초등학교 어머니회
자원 봉사팀원 8명과 함께 중계본동에 위치한
무의탁 중증(1급) 장애인 보호시설인 '늘 편한집'에서
목욕봉사를 시작했다.우리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니!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사는 우리가 바로 이웃에
이런 환경을 방치한 것에 화가 났다.
적은 예산만 들여도 번듯한 샤워 시설 하니쯤은
만들어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이런 곳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단 말인가?
목욕은 화장실 바닥에 매트를 펴고.봉사자 네 명이
두 명의 몸을 씻어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냥 서 있기도 비좁은 곳에서 우왕좌왕
옷에 물이 튀는지도 모르게 16명을 목욕 시켰다.
그들을 들고 씻기고 입히고 하느라 몸은 힘들고
옷은 다 젖었지만 마음만은 너무 가벼워
하늘을 날을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누워만 있었는데,그중 한 명은
사고로 장애인이 된 50대독신녀로,
말기 암환자처럼 피골이 상접한 모습에
소변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처음 목욕을 시킬 때 매트 위에 누워
양손을 꼭 움켜쥔 채 눈만 크게 뜨고
봉사자들을 주시하던 그녀의 눈은
'내가 왜 여기에 와 누워서 당신들에게
씻김을 받아야 하는가.나도 그 전에는
당신들처럼 건강하고 당당했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말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나 이뻐? 나 이쁘지?"라며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울먹 말을 하는데 깜짝 놀랐다.
드디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 준 것이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을 떨굴 뻔했다.
혜림이라는 젊은 아가씨는 척추가 S자로 심하게 휘어져 있어
목욕할땐 네 명이 들어서 옮겨야 했다.
전용 의자에 기대듯 누워 생활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에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목욕 봉사를 하면서 우리는 모두
준장애인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장애인들이 처음부터 따로 정해져 있는것도 아니고
나도 갑자기 장애인이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들과 우리가 하나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받는 사랑에만 행복해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주는 사랑이 얼마나
몇 십배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지
체험해보고 느껴보라고.
봉사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나처럼 평범한 우리 이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천사처럼 천진한 그들의 표정에서
사랑이란 아무 보상없이 그저 주는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글쓴이:장애인 목욕봉사 김남숙
이글을 읽고서 저는 대리 만족을
하였습니다. 봉사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아닌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네요.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자원 봉사자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