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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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30일 일요일 오후 서울의 대림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중국 간체자 간판이 즐비했다. 요리점, 노래방, 식료품점, 환전소, 여행사, 한의원, 주점, 중국과 한국의 은행지점, 여행사 등. 거리에서 들리는 말은 중국어가 대부분이고 한국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곳이 서울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중국 도시의 거리 하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인천차이나타운은 어떠할까. 서울대 인류학과 학생들이 지난 2000년 인천차이나타운을 조사했을 때는 상점이 26개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중화요리점은 5개였다. 필자가 2014년 인천대 학생들과 함께 인천차이나타운을 조사했을 때는 상점이 57개로 증가했고, 이 가운데 중화요리점은 28개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상점은 150∼200개로 증가하고 전체의 절반은 중화요리점이 차지하고 있다. 인천차이나타운 지역은 기존 선린동 일원에서 벗어나 지금은 북성동과 송월동 일대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인천차이나타운은 규모면에서 대림차이나타운에 역전되어 더 이상 한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은 아니다.
대림차이나타운과 인천차이나타운 모두 상점 가운데 중화요리점이 가장 많지만, 메뉴에 차이를 보인다. 인천차이나타운 중화요리점이 한국식 중화요리가 중심이라고 한다면, 대림차이나타운은 중국 각 지역의 사천요리, 동북요리, 상해요리 등으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대림차이나타운 중화요리는 중국 본토에 가까워 중국 유학 경험이 있는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중국 대륙에서 서울에 여행을 오는 중국인은 대림차이나타운을 많이 찾는데, 그 이유는 중국 본토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 대림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은 5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서울의 유명 관광지로 되었다.
인천차이나타운은 1992년 한중 수교 이전부터 거주해 온 노화교가 상점의 경영자이거나 거주자인 반면, 대림차이나타운은 재한조선족 중심의 차이나타운이다.
세계에서 한족이 아닌 중국의 소수민족이 중심인 유일한 차이나타운이 바로 대림차이나타운이다. 그래서 인천차이나타운에 있는 패루, 의선당과 같은 중국식 사원은 없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에 이주하기 시작한 한족 신화교는 대림차이나타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한조선족이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 이후 법적지위가 개선됨에 따라 장기체류가 가능해진 반면, 한족 신화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족 신화교는 가족 단위의 장기 체류자가 적고, 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많다. 그들의 거주지도 전국에 분산되어 있어 집중 거주지를 가질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인천차이나타운은 135년의 역사를 가진 반면, 대림차이나타운은 20년의 역사도 되지 못한다. 대림차이나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체류하던 재한중국인이 가리봉동의 재개발로 지역 산업쇠퇴와 인구감소로 빈 곳이 생겨 상대적으로 거주비가 저렴한 대림동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자연적으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재한조선족의 법적지위가 개선됨에 따라 중국 대륙에서 가족 단위 이주자가 늘어났다. 대림동의 경우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중심이고 주거비가 저렴해 이주 재한조선족에게 안성맞춤의 거주지였다.
인천차이나타운은 1950년 이래 장기 침체를 벗어나 2000년대 들어 발전하는 형세를 보여주고 있다. 1999년 인천차이나타운을 방문했을 때 황량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난 20여년간의 발전은 눈부시다. 그러나 대림차이나타운을 한 번 가본 사람은 인천차이나타운의 미래를 우려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의 역사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대림차이나타운처럼 '중국적'이지도 '이국적'이지도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나 가로등의 정비,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졸속으로 진행한 나머지 인천차이나타운 역사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의 자리를 대림차이나타운에 넘겨준 만큼, 인천차이나타운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이라는 역사성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킬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