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분당을 할까?
2015. 9. 16
오늘 열릴 중앙위에서 김상곤과 조국 교수가 만든 혁신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위원 60% 정도는 문재인 당대표에 의하여 임명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어제 문재인은 안철수와 긴급 회동을 가졌습니다. 이미 한 차례씩 공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의 의사를 확인했던 이 두 명은, 어제 회동을 통해 뭔가 새로운 합의점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만났을까요?
이 둘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입장에서 어제 만남을 통하여 합의점을 찾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만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사람은 왜 만났던 것일까요? 안철수가 중앙위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을 왜 만났는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안철수의 현재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안철수가 혁신위를 비판하고 더불어 문재인과 각세우기를 하는 것에 대하여, 혹자는 그것이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물론 이런 견해에 대하여 안철수의 측근인 송호창도 쿨하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안철수의 입장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승리이며, 당의 모든 결정은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에 맞춰져야만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것은 안철수가 처음부터 말했던 "새누리당 확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아직도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10차례 혁신안과 국민공천단제도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패배로 이끌 수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는 반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회동에서 안철수가 주장하는 낡은 진보의 청산, 당내 부정부패의 척결, 그리고 새로운 인재 영입에 대하여 두 사람은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중앙위 이후 안철수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통과시킨 이후 과연 안철수가 주장하는 이 세가지들이 문재인과 친노에 의하여 제대로 당에 수용될 수가 있을까요?
안철수가 말한대로 혁신안이 제도 개선이라면 안철수의 위 세가지는 체질개선입니다. 그리고 이 체질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적 청산과 물갈이입니다. 그런데 낡은진보로 평가될 문재인 측근과 친노 강경파가 자신들을 향한 칼날이 될 수 있는 안철수의 혁신안에 동의를 할까요?
오늘 조국 교수는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이후 문재인 당대표의 백의종군과 책임론을 제기하였고, 이는 사실상 문재인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문재인 당대표 카드는 친노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조국 교수나 친노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문재인은 자신들 공천을 공고히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이렇게 별다른 힘이 없이 친노와 강경파 정치인들을 다스릴 능력이 없는 문재인에게, 언제 당대표에서 물러날지 모르는 문재인에게, 과연 안철수의 혁신안을 추진할 능력이 있을까요?
아마도 조국 교수의 구상은 그나마 계파색이 엷어 비노의 반발이 적으며 클린과 청렴의 이미지를 지닌 원혜영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고, 강경파 노영민과 민평련계 인재근이나 이목희, 비노 일부를 포함하는 비대위를 구성하여 공천을 완료하고 내년 총선을 치를 계획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선 친노와 강경파가 최대 계파로 유지하도록 공천을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고, 그 다음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목적은 결국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이나 안희정, 혹은 박원순을 대선후보로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아직도 안철수나 손학규는 조국 교수나 강경파에게 바깥세력일 뿐입니다.
그것은 결국 안철수의 세가지 혁신안이 당내에서 절대 수용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어제 안철수와 문재인의 만남,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이 두사람이 만난 것은 결국 제 갈길을 갈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만약 안철수가 분당이나 신당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명분을 쌓기 위한 만남을 제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리고 문재인이 안철수의 탈당을 각오하고 있지 않았다면 어제 만나지 않고 중앙위 통과 이후 만남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결국 어제 문재인과 안철수의 만남은 각자의 길을 가기 전에 필요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왜 분당이나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궁금한 독자는 문병호 의원의 아침 라디오 인터뷰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닙니다.
약수거사
(若水居士의 世上談論 http://blog.daum.net/geosa3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