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처럼 인류 전체가 죽음 앞에서 위축된 적이 있을까요? 각종 모임이 금지되고, 요양병원이 봉쇄되고, 학교와 국제공항이 폐쇄되었습니다. 자신이 내 쉰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 마시며 땀을 뻘뻘 흘리며 마스크를 쓴 것도,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시도 때도 없이 하달되는 질병관리본부의 명령에 따른 것도, 백신의 주삿바늘에 어깨를 내놓은 것도 모두 죽음을 피하고 싶어서 일 겁니다. 그렇게 피했음에도 결국 찾아온 죽음에 저항할 수 없는 육체는 얼마나 허약합니까? 살아있음이 기적이고 행운입니다. 살아계신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순서도 없이 갑작스러울 것이고, 어떤 형식으로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는 삶은 더욱 그 삶에 충실히 임하게 될 것입니다.
라틴어 “메멘토모리”라는 말은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라는 뜻을 가진 문구입니다. 옛날 로마시대 때 개선장군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뒤에서 노예가 '메멘토모리!' 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지금 네가 전쟁에서 이겨서 자신감에 차 있겠지만 너는 언젠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필멸자이다. 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교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풍습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풍족하고 행복하고 즐거워서 영원히 살 것처럼 굴지만 우리는 언젠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죽음을 인식하고 있을 때 사람은 제대로 바르게 동물이 아닌 사람답게 살 수 있을테지요.
저는 봉화 동막골에 삽니다. 15년 전 밭이었던 이곳을 사서 스스로 집짓기를 시도하여 흙부대 집을 짓고 삽니다. 아버지는 칠순의 나이로 딸년의 집짓기를 도와 분발하시며 도움을 주시고 함께 십년을 사시다가 2018년 11월에 뇌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두 달여 응급실과 요양병원에서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시며 기계의 도움을 받다가 간밤에 병실이 떠나가는 호흡소리를 내시더라는 요양보호사의 얘기를 듣던 날! 눈도 못맞추고 멍하니 계시는 아버지의 귀에다 “아버지, 너무 힘드신데 하나님 그만 데려가시라고 기도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손발을 주물러 드리고 묶어 두었던 손발을 잠시 풀어드렸던 것 외에 할 바를 모르고 돌아오던 그날! 20분거리 우리집 마당에 막 도착하는데 병원에서 아버지의 임종을 알리는 전화가 왔더랬지요. 그렇게 아버지는 80 평생의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우리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받고 화장터에서 마지막 예를 갖추고 한줌 가루가 되신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왔습니 다.
그날은 눈이 와서 동막골 우리집은 미끄러워 올라갈 수 없었지요. 동생집에서 하루 모셨다가 제설을 하고서야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평소 아버지 와 함께 가꾸며 심어 둔 단풍나무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붉은 잎을 달고 흰 눈 밭에 모습이 도드라졌었어요. 아버지의 토분 유골 항아리는 그 단풍나무 아래에 묻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표시석 하나 올려두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은 딸년의 마음의 표시였지만, 사실 그 나무에 “오철환 아버지나무”라는 이름표 하나 달아드리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듭니다. 오철환아버지나무는 같은 시기 심어 두었던 다른 단풍나무와는 다르게 왕성하게 자랐어요. 아버지의 모습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아침, 저녁 수시로 정원에서 만나는 단풍나무는 아버지인양 저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저는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면서 저의 웰다잉을 위한 준비의 하나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등록증이 나왔어요.
뒷면에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4일 시행됨에 따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나의 마지막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임종의 시점에서 불필요한 의료행위는 거절할 수 있는 의사를 표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제도라는 생각입니다.
싫다는 표현도 할 수 없이 온갖 호수를 연결하고 강제로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처참했거든요.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제도인 것 같습니다. 19세 이상이면 등록을 할 수 있답니다. 궁금하시면 일단 네이버오빠나 구글언니에게 물어보시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문의하시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1%가 묘지면적이라고 합니다.
1년에 서울시 면적의 1.6배, 여의도면적에 3/4이 묘지로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자연이 산자가 아닌 죽은자를 위한 곳이 되고 있네요. 요즘 대안으로 수목장(자연장)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장묘를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국가나 공공단체가 숲을 가꾸고, 국민들이 그 숲을 자신의 마지막으로 깃들 곳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인간과 자연에 모두 유익하고 복스런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웃 나라들은 어떨까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목장을 한 스위스는 미리 추모목을 구매하는 문화가 있답니다. 단풍나무, 가문비나무, 물푸레나무 등 어린것부터 지름 20cm 이상인 나무로 하기도 하구요.
임업 경영적인 수목장을 도입한 독일은 국공육림으로 30만평정도 아주 큰 규모로 운용되어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 GPS결합으로 추모목 찾기 등도 한다고 하네요.
참나무, 가문비나무, 너도밤나무등 침엽수, 활엽수 혼합해서 사용하구요.
1990년 후반에 도입한 일본은 기존 임목 활용보다 새로 나무를 심는걸 선호하고,
화목류, 관목류, 잔디 같이 키가 작은 것을 좋아하며,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사후 선호 장례 방법으로 봉안 52%, 수목장 40%로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자연장(수목장)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산림청과 지자체에서 공설자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나 화초, 잔디 아래에 묻는 장례법으로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법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기준 전국 화장률은 91.8% 나타나고 있어 이제는 화장한 유골을 모시는 것이 한국의 보편적인 장례법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전국적으로 자연장지 조성현황은 공설 64개, 사설 90개로 총 154개소입니다.
기존의 나무를 이용하는 산림형수목장 나무로는 큰키나무가 주목 받고 있는데요.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밤나무, 산벚나무, 소나무, 음나무, 잣나무, 층층나무, 피나무, 물박달나무 등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수종을 새로 심어 할 수 있는 정원형수목장은 소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목백일홍, 라일락, 장미 등으로 특별한 어떤 수종 보다는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나무나 지목하는 나무가 있다면 하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늘~ 숲과 함께 했습니다. 전쟁으로 헐벗었던 때도 있었지만, 독일과 함께 숲을 잘 가꾼 나라로 손꼽히기도 했지요. 숲을 안내하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사, 나무의사란 직업도 생겼고, 산림복지라는 말도 접합니다. 휴양림도 여기저기 많이 생겼습니다. 크고 작은 수목원들도 많이 생기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윤택해진 살림살이에 숲에서 복지를 누리는 것이겠지요. 우리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던 나무들입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모든 것을 나무들에게 주어야만 하는 때가 오나봅니다.
자연의 순환 고리에 우리도 한 일부분으로 스며들 때인가 봅니다.
100세시대를 말하며 우리는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도 하고 건강식품도 챙겨먹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이건 우리는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순간을 잘 살아낼 것을 다짐해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1년에 서울시 면적의 1.6배의 면적이 죽은자의 묘지로 만들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자연장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우리 숲을 소중히 잘 관리하여 후세에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줄수 있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