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에르메스’
《창의적 디자인과 노하우, 깐깐한 장인정신을 두루 갖춘 고급 브랜드를 꼽을 때 에르메스는 좀체 빠지는 일이 없는 브랜드다. 에르메스는 실크 전문 업체로 이름을 떨치던 1920년대 초부터 이미 스위스와 프랑스 시계 제조업계에 시계 메이커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상의 품질과 창조성을 무기로 삼아 시계 속에 영속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에르메스 시계는 격렬한 스포츠 활동부터 일상생활까지 두루 유용한 시계를 만드는 메이커로서의 자부심을 키워 왔다.》
○ 혁신적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다
1930년대 기계식 스포츠 시계, 브로치식 시계, 벽시계와 탁상시계 등을 제작해 왔던 에르메스는 그 기술력과 디자인의 명성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1935년 루마니아 왕의 특별 주문으로 가문의 문장을 새긴 핑크 골드와 스틸 콤비의 포켓용 시계를 제작했다. 1945년에는 골퍼들을 위해 특별히 벨트에 부착된 기존 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시계를 출시하면서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됐다.
이후 수많은 주얼리 워치를 선보이며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던 에르메스는 1978년 장루이 뒤마 회장의 취임과 함께 스위스에 자회사를 세우고 전 세계적으로 자사의 시계를 유통시켰다. 에르메스는 세계적인 무브먼트 제조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제품의 품질을 계속해서 높여갔다.
1978년 앙리 도리니가 디자인한 에르메스의 ‘아르소’는 시대를 초월하는 에르메스 스타일의 정수를 구현한 작품이다. 말편자 모양의 러그와 비스듬한 다이얼 인덱스만으로도 아르소임을 알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제품이다. 역시 앙리 도리니가 1981년 디자인한 ‘클리퍼’는 19세기 기록적인 속도로 대양을 누빈 전설적인 범선 ‘클리퍼’에서 이름을 따 온 것에서 알 수 있듯 범선의 현창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런 라운드형 베젤 덕분에 심미적인 우아함과 기술적 정교함, 스타일과 기능을 완벽히 조화시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 제작된 ‘케이프 코드’는 에르메스 특유의 ’닻줄‘ 마크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다.
시작도 끝도 장인의 손길로
에르메스 시계의 베스트셀러 ‘H아워’는 시계 다이얼은 언제나 ‘O’자 모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에르메스의 핸드백, 벨트, 구두 버클 등에 사용되는 머리글자 ‘H'자 형태를 적용해 제작한 제품으로 다양한 색상의 스트랩으로 교체가 가능한 제품이다.
에르메스 시계는 무브먼트 외에도 숙련된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스트랩에 의해서도 그 가치가 배가된다. 에르메스 시계의 스트랩은 특히 섬세한 마무리가 특징인데 에르메스 가방에 사용되는 최상급 가죽을 스트랩 소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르메스는 스트랩 소재를 가공에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악어, 타조, 물소, 송아지, 염소 등 모든 종류의 가죽을 습기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자사 인증창고에서만 보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트랩 제작과정에 사용되는 제작 도구들은 모두 시계제작의 본고장인 스위스 쥐라 산맥에서 공수해 오는데 하나같이 정밀기계에 버금갈 정도로 정교함을 자랑한다. 에르메스의 스트랩은 끝부분이 세 개의 스티치로 마감한 ‘새들 스티칭’이라는 독특한 박음질이 돼 있는데 이는 마구 제작자이기도 했던 에르메스 하우스가 안장을 만들 때 사용했던 마감방식이기도 하다. 마구는 물론 시계에 이르기까지 에르메스가 만든 모든 상품을 관통하는 에르메스의 장인정신을 상징한다.
에르메스 시계의 스트랩은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제작되는데 언제나 제작공정은 스트랩 안쪽에 제작연도, 하우스 로고, 제작자의 마크를 새겨 넣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에르메스 제품임을 인증하는 경건한 의식과도 같은 이 마무리 공정을 통해 에르메스 제품의 브랜드 정체성은 마침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