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 버린 것을 보지 말고 지금 당신이 가진 것을 보라.
- R. 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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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의 공기가 그의 호흡기를 자극했다.
"더 안 자?"
테오필로가 아직도 잠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웅얼웅얼 거렸다. 그는 그런 테오필로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한 번 훑어 준 후 폐 속 가득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셨다.
그건 그의 습관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지지만 그에게는 매우 성스러운 의식과 다를 바 없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그는 하루 하루가 삶의 전부였다. 기약되어 있지 않은 내일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지나간 과거와 현재만이 존재 할 뿐이었다.
"난 좀 더 잘래. 창문 좀 닫아."
하얀색의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며 테오필로가 몸을 돌렸다. 남자 치고는 왜소하기만 한 테오필로의 등이 그를 향해 꿈틀거렸다.
"게으른 놈. 오늘은 길드에 가야 해. 얼른 일어나."
그는 특유의 싸늘한 말투와 딱딱한 표정으로 테오필로의 등을 오랫동안 주시했다. 그 쯤 되면 빤질빤질한 테오필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테오필로는 일어나기 싫은 눈치가 역력한 얼굴로 꿈틀꿈틀 움직여 하얀색의 허물을 벗어 내었다. 그러나 쉽사리 침대에서 내려 오지는 않았다. 여전히 잠의 흔적이 남은 그 곳에 미련이 남은 듯, 웅크리고 앉아 원망스런 눈길로 그를 쳐다 보았다.
"아침 밥 먹기가 싫은 모양이군."
그건 테오필로에게 가장 잔인한 말이었다. 테오필로에게 밥을 안 준다는 것은 '나가 죽어!' 라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오필로가 벌떡 일어선건 무리도 아니었다.
아침의 맑은 공기가 테오필로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테오필로는 서늘함을 느끼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차마 뭐라 말은 못 하고 입만 나와서 뚱- 한 테오필로를 보고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린 그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제처럼."
테오필로가 씻고 내려오기도 전에 그는 아침 식사를 주문했다. 테오필로가 내려오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나름대로 배려를 해 준 것이다. 물론, 그의 그런 마음을 알아 차릴 테오필로가 아니었지만 딱히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기에 그는 섭섭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테오필로가 알아차렸다면 부끄러워서, 혹은 무안해서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와 남들의 차이점 중 하나였다.
"아침부터 왜 길드로 가?"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이를 대충 닦고, 머리 손질도 하지 않은 테오필로가 식탁에 털썩 주저 앉았다. 밥을 먹기 위해 제대로 씻지도 않고 내려온게 분명했다.
"길드에서 급하게 연락을 전해 왔더군. 천계에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야."
그의 말을 듣고 테오필로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 졌다. 테오필로는 예전부터 그런 낌새를 감지하고 있었다. '잊혀진 자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정보를 통해 그들이 조용히 대처해야 할 일, 앞으로 그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알아내어 사전에 예방하곤 했기 때문이다.
"반란일거야."
테오필로가 양 미간을 살포시 찡그렸다.
"반란?"
그가 되물었다. '말도 안돼.'라는 표정이 얼굴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 한 구석에서 불안의 씨앗이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려울 뿐이란다.'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 하셨다. 시작… 그건 그의 아버지, '히프노스'를 보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일종의 경고……. 그러나 그 때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피어스일거야. 그 녀석 쪽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건 예전부터 공공연히 떠돌고 있던 소문이었으니까."
"공공연히 떠돌았다…?"
그런데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아마 그의 아버지 '히프노스'도 몰랐을 것이다. 그 둘이 모르고 있었다는건 길드에서도 몰랐다거나, 혹은 알면서 숨기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 둘은 모든 소문을 직접 조사하고 다니지 않고 길드를 통해서 듣고 있으니까.
"공공연히 떠도는 소문을 길드가 몰랐다?"
그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 졌다. 흡사 먹구름 낀 하늘과도 같았다.
"글쎄, 길드는 중간계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모르는게 있을 수도 있지."
그러나 그는 그 말을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길드는 여러 첩보 요원을 두고 있었고 어디든지 자유로이 다닐 수 있게 첩자도 여럿 심어 놓았다. 그런데 그런 길드가 모르는 소문이라니? 헛소리! 모르는 척 했을 수도 있지!
그의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다. 아무래도 아침 밥을 먹자마자 당장 달려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인가…?"
테오필로의 작은 웅얼거림은 그의 귓가에 미치지도 못 한채 허공으로 녹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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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드입니다.
에, 사실 미루고 미루다 연재하게 되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글을 쓰면서 새삼 느낀 건데…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 분을 위해서 이 글을 더욱 열심히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늦게나마 정신 차렸답니다. 헤헤.
그럼, 모두들 황사 조심하시고요. 언제나 밝게 웃는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PS> 리플은 작은 배려랍니다.-_ㅠ
첫댓글 세계의 종말이 오면은 이 소설은 끝인가???... 오, 하얀색 허물이라… 잘 읽고 가요~(그런데 누군지 맞춰봐요.)
글.. 쎄요-_-; 매번 읽어 주시는 분 같은데.. 흐음, 한자님? 실프님? 아이? 누구죠?-_-a;
... 그냥 맞추네.. 아이야 아이... 약간 이상하지만.. 이번에 닉네임 바꿨지~
아냐. 이것도 괜찮아^^;
황사 재난 주의보 내려졌다..-_-;;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
황사일때는 돌아다니지 마~ 알간?
...왠지 테오필로라는 이름,여우이름 같아요=_=왜일까?
글쎄요..-_-;.. '마왕'에 나오나? 아닌거 같은데-_-; 단테의 추리소설인가? 아무튼 거기에서 가져 온건데..-_-;;;;
허걱... 주초고사를 계속 보는 바람에 이제야 읽고 리플답니다...T_T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