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삶_서울 이문동성당 박현자 안나
“봉사는 성모님의 겸손이 스며 있어야”
박대옥 야고보 동서울 Re. 명예기자
‘박현자 안나’ 자매님은 현재 동서울 그리스도의 모친 Re. 직속 동대문 종도의 모후 Co. 단장이면서, 이문동성당 천주의 모후 Pr. 단원이다.
안나 자매님의 할아버지께서는 “나는 아니지만 너희들은 성당에 다니도록 해라”라고 당부하셨고 이에 따라 가톨릭 집안이 되었다. 목포 연동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10살에 첫영성체를 했다. 중1 때 아일랜드 신부님에 의해 소년 레지오 단원이 되어 고2 때까지 소년 단원을 했는데 봉사활동과 야외행사 등에서 많은 추억과 교훈을 얻었다. 당시 환자나 가정방문 봉사는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요즘 학부모들은 학업 때문에 소년 레지오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안나 자매님의 경험으로는 묵주기도로 훈련된 집중력은 오히려 학습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십 대 후반 결혼 전에 시작된 성인 레지오는 목포에서 시작되어 서울로 올라와 지금까지 5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각급 평의회에서 4간부를 두루 역임하고 현재는 Co. 단장을 맡고 있다.
55명을 단원으로 입단시키고 3개 소년 Pr.을 창단
안나 자매님의 레지오 내에서 활동은 크게 입교와 입단 및 소년․성인 Pr. 창단이다. 그는 55명을 입단시켰고, 3개의 소년 Pr.과 1개의 성인 Pr.을 창단시켰다. 특히 그가 심혈을 기울인 소년 Pr. 창단은 젊
은 피 수혈은 물론 소년들의 부모들을 레지오로 끌어들여 자모 Pr.을 창단시키려는 두 가지 목적에서 나온 노력이었다.
존폐위기에 처한 Pr.에 파견 간부로 가서 10명의 단원으로 정상화하기도 하고, 성경 통독 반 활동으로 자모 회장을 입단시키기도 했다. 미사 참례 후 낯선 교우들과의 친분을 쌓아 13명을 입단시키는 등 아무나 할 수 없는 인내심과 노력은 모든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귀감이 된다. 아울러 주변 지인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배려를 하는 한편 음식 등을 나누면서 입교로 이어지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본당에서도 레지오를 알리기 위해 대자보, 전단지 등으로 다양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Cu. 간부 시절에는 단원들과 토론 대회를 거쳐 ‘답게 살겠습니다’, ‘지구 환경 보호 실천’, ‘지역사회 방범 활동’ 등을 활동 배당으로 줌으로써 레지오 정신의 확산과 본당 신자들에게 우호적인 단체로 다가가는 결실을 거두었다.
안나 자매님은 ‘봉사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봉사활동을 한다. 우선 개인적으로 주 3회 정도 독거노인을 방문하여 대화 상대가 되어 주거나 대소변 정리, 청소 등으로 1~2시간을 보낸다. 또한 발달 장애인을 주 1회 방문해 5시간 이상 1:1 돌봄 봉사를 한다. 프린치스코 집 설거지 봉사, 발달 장애인 프로그램 보조 봉사 등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봉사도 다양하게 한다.
이러한 봉사는 같은 레지오 단원으로 Pr. 단장, 서기 등을 역임한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레지오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차량을 제공하고, 음식을 나눌 때 장보기부터 배달까지 불평 한마디 없이 도와준다. 레지오 마리애의 여러 행사나 모임에서 안나 자매님은 손수 맛깔난 음식을 만들어 나눈다. 그는 “비우니 채워 주시더라”라는 말로 19년간 계속된 나눔의 철학을 말해준다.
봉사의 아이콘, 레지오 활동의 귀감
서울 은평구에 서울 시립 남성 노숙인 시설인 ‘은평의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미사를 드린다. 미사에 참석하는 100여 명 시설 거주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봉사자의 도
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빈 강당에 미사 의자 준비부터 노숙인 신자들의 간식 준비, 입실하는 신자 안내, 신자들과의 교감, 미사 중 책자 펴주기 등 여러 봉사에 15명 정도의 봉사자가 필요한데 안나 자매님이 이 미사에 봉사를 시작했을 즈음에는 4명의 봉사자밖에 없어 손길이 부족했다. 어렵게 미사를 드리던 중 안나 자매님은 상급 동서울 그리스도의 모친 레지아에 지원을 요청했고, 레지아에서는 코로나 이후 단절된 봉사처를 확보하기 위해 ‘은평의 마을’ 봉사를 레지아 사업으로 정하고, 꾸리아를 통해 봉사자를 모집해 매주 봉사자를 파견해 지원하기로 했다.
50여 년을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활동해 온 안나 자매님은 “레지오란, 주님과 함께하는 단체”라고 말한다. “레지오는 본당에서 기도와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단체라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사적인 모임’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염려스럽습니다.”
그는 레지오 선배로서 후배 단원들에게 “교본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원칙 안에서 유연하게 레지오 마리애 이념과 정신을 주님과 함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끝으로 봉사의 아이콘 안나 자매님은 “봉사란 항상 성모님의 겸손이 실천 속에 스며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