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경찰서 이규삼 경장은 7년간 다양한 수법의 절도 수백 건을 처리한 베테랑이다.
5살 어린이가 타고 다니는 세발 자전거 절도에서부터 아파트 전체를 몽땅 털고 사라진'대도'
까지 수없이 많은 절도 사건을 경험했다. 그러나 인천 어느 골프장에서 검거한 3명의 절도범
을 조사할 때는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건은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절도 사건의 내막은 이러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한모씨 형제와 이들의 사촌동생인 이
모씨는 골프장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평범한 소시민. 이들 3형제는 골
프장 주변에 사는 노인들이 골프공을 주워 개당 50원씩을 받고 수집상에게 파는 장면을 우연
히 목격하고는 바로 범죄 모의에 들어간다. "산이나 연못에 떨어진 골프공을 주우면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한모씨의 고백이다.
폐장 후 골프장은 조용하게 마련.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야간 경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2003년 4월부터 주로 야간을 이용해 골프장에 들어가 골프공을 줍기 시작했다.
특히 연못에 골프공이 많이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들은 대담하게 맨몸으로 연못에 들
어가 공을 건져 냈다.
하지만 원인 모를 피부병에 시달리기 시작한 3형제. 피부병을 잘 고친다는 병원을 찾아 다니
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받은 진단은 '농약 중독'이었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은 고농도
인데다 반복적으로 살포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로 인한 골퍼의 사망 사건이 있을 정도.
그러나 3형제는 중고 잠수복과 물안경을 구입하며 범행을 이어가는 의지를 발휘한다.
이들은 전국의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범행을 거듭하다 지난 6월 21일 새벽 1시20분께 인천
서구 한 골프장 연못에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 골프장 8,400개를 수거해 차량에 싣다가 마침
순찰을 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른면 이들이 3년간 76차례에 걸쳐 전국의 골프장을
돌아 다니며 건져낸 골프공만도 151만여 개(시가 4억5천만원 상당)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절도를 당한 골프장의 반응은 대개 시큰둥했다"는 것이 조사를 담당한 이경장의 말
이다. 해당 골프장에서는 골프공이 사라지는 것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더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골프장으로서는 어차피 사용할 수 없는 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골프공 전문업체인 서울낫소의 심광섭 이사는 "연못에 빠진 공은 '로스트볼'이라 해 중고공
으로 처리된다"며 "신품의 경우 개당 3천원씩 하지만 중고는 150원 정도에 거래된다"라고
밝혔다. H골프장의 한 관리인도 "연못에 들어가 공을 꺼내는 수고비보다 중고를 사는 게 비
용이 싸다"며 3형제를 가리켜 "차라리 우리한테 말했으면 용역을 맡겼을 텐데 괜한 고생만
했다"고 혀를 찼다. 미국의 경우 연못에 빠진 골프공을 건져내는 업체가 30여 개에 이르며
고수익 전문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미국 골프장 연못에는 악어가 살기도 한다.
-스뽀츠 2.0-
O.S.T. / Ocean's Twelve - Lifting The Buil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