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주택 후보지 계동 홈플러스 시작 전부터 좌초 위기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2. 9. 22.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시가 새롭게 추진하는 '상생주택' 공모 후보지 중 한 곳인 노원구 중계동 홈플러스 부지가 시작 전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상생주택 공모에 참여한 부지 사업자는 37층 고층으로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인근 주민들이 주변 아파트 높이가 15층에 불과해 조망권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지는 2년 전에도 지상 37층, 1200여가구 규모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추진되면서 진통을 겪은 곳이어서 주민들의 반대가 더욱 거세다.
9월 21일 노원구 중계2·3동 주민센터에서 '중계동 홈플러스 부지 상생주택 건립 관련 주민 간담회'가 열렸다. 홈플러스 부지 사업자는 지난 5월상생주택 공모에 접수했고, 지난 8일 서울시에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부지 사업자는 부지면적 8366㎡에 지하 7층~지상 37층, 579가구 규모의 상생주택을 건립한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일반 상업지역으로 용적률 799%, 높이 114.4m를 적용받는다는 가정에서다. 주택은 전용 59·84㎡ 크기의 중대형 공동주택을 분양하고, 일부는 서울시와 협의해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상생주택은 민간이 소유한 토지를 빌려 공공주택을 지어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 새로운 사업 형태다. 크게 민간 토지 전체를 공공(서울시)이 임차해 공공주택을 건설·운영하는 '민간토지 사용형'과 민간개발사업의 공공기여를 주택으로 받고 토지는 서울시가 임차하고 나머지 주택은 민간이 분양 또는 임대사업을 하는 '민간공공 협력형'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홈플러스 부지는 민간공공 협력형에 해당한다.
이 부지는 2년 전 청년주택 사업이 추진됐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이 흐지부지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인근에 홈플러스와 같은 상업시설이 거의 유일한데 사라지면 불편함이 큰 데다, 이미 공동주택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30층 넘는 고층에 1200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업자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대형마트와 상업시설을 함께 조성하고 가구수는 절반으로, 소형 청년 임대주택에서 중형 분양주택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주민 60여명은 저층 주거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을 뿐더러, 개발에 따른 이익은 민간사업자가 오롯이 가져가는데 주민들이 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느냐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첫 민간공공 협력형 상생주택으로 추진 중인 이마트 상봉점 부지는 지하 7층~지상 28층, 공동주택 254가구와 오피스텔 190실이 공급되는데 이중 장기전세주택은 12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업자가 분양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주민은 "주변 상황이나 주민들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고 상명하달식으로 결정하는 행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생주택 추진 계획을 결사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의 의견을 들은 우원식 국회의원(노원구을), 오승록 노원구청장, 서준오 서울시의원 등도 반대키로 의견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에 재건축 단지가 많은데 재건축을 하면 기부채납을 통해 임대주택은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며 "무리하면서까지 상생주택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모를 통해 상생주택으로 추진가능한 부지를 선별한 것일 뿐, 사업자로부터 계획서를 받거나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