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게 있는건 시간
뿐이라.. 시간 있을 때 부지런히 다니라는 어느 여친의 말대로 서울 찍고 대구와서 나는 다시 호남모임까지 넘보고 있었다. 대구의
한 친구에게 말을 건넸더니 갈 의사를 보였다. 다만 작은 고모님이 오늘 낼 하시는데 별일 없으면 같이 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곡기를
끊으셨다니 그럼 여태본 경험으로선 사흘을 넘기시기 어려울거라, 나는 내심 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모임 전전날부터 호남의 두 친구로부터 모임에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너무 빨빨거리고 돌아댕겨서 부끄럽다는 내 말에 말도 안된다는 그들..
그중 한 친구와 한참을 대화 끝에 차편때문에 동행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고 말했더니 만약 그렇지못하면 혼자 고속버스라도 타고오라네.. 터미널까지 마중나올 것이며 찜질방까지 동행하고 다음날
다시 터미널까지 모셔(?)주겠다는 바람에 요즘 바람난 나는 결국 보고싶어서 그런다는 그 자겁에 속아 넘어가고 말았다..^^
모임날 아침, 같이 가기로한 친구가 고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에공.. 하루만 더 살아계셨으면 좋으련만....ㅠㅠㅠㅠ 그때부터 나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약속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잘 지키는 성격이라 내가 안가도 호남모임은 아무 탈 없을 것인데(^^) 나는 처음처럼과의 약속대로 아직도 잘 모르는 대구시내를
가로질러 시외버스를 타러갔다. 한시간이나 있어야 전주가는 차가 있단다. 모임은 6신데 전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처음이는 6시에 퇴근인데 나를 픽업하려고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렸고 다시 승용차로 30분이 걸리는 모임장소까지 동행해주었다.
모임후기는 호남리포터 해야가 올리겠지 기대하며 종일
기다렸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네. 나는 어제 새벽 찜질방에서의 사건을 잊을 수가 없다. 후기는 차치하고 찜질방 야기만
쓰고싶다..^^*
서울과 대전친구들은 모두 밤 12시 다 돼서
올라가고 영남권의 단 한명인 나는 돌아갈 차편이 없기에 선택의 여지없이 하룻밤을 보내야했는데.. 어진이가 이삼일 어진이네서 머물자며
같이 갈래냐고 했으나 강진에 들어가면 다시 대구로 돌아오기가 불편할거라는 누군가의 말로 다음을 기약했다. (사실은 어진이네로 갈까도
생각했었기에 여벌의 옷까지 준비해갔음을 이제야 밝히는 바임..ㅎㅎ)
찜질방 입장시엔 분명히 남친 6명, 여친은 나와 호남총무인
비가, 이렇게 모두 8명이었다. 그런데 씻고나서 만나기로 한 삼층에 가니 황실펜션과 백갈매기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이와 비가가 찜질방
내부를 한바퀴씩 돌며 찾아헤맸지만 길잃은 어린 양, 아니 망아지 두마리는 찾을 길이 없었다.
그렇게 찾기를 포기하고 무등산, 처음처럼, 도야지혀니,
뚜비. 비가, 나 여섯명은 구내식당에 앉아 친구들은 맥주와 라면을, 미리별은 잘먹어야 한다며 밥을 시켜주었다.ㅎㅎ (사양않고
먹었음^^) 한시가 되니 구내식당문은 닫기고 우리는 주인 아자씨의 특별배려로 널찍하고 근사한 특별실로 안내되었다.
내가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비가와 나란히 매트위에
누웠는데 한 남친이 중간에 끼어들기 작전을 펼쳤다.(완전 개구장이들의 놀이터이자 재롱잔치였다^^) 자리 옮기기를 세번, 비가와
나는 결국 포기하고 둘이 떨어져 잘 수 밖에 없었다. 무등산을 한 줄에 홀로 남겨두고 그 반대편 줄에 비가와 내가 양쪽 끄트머리에
눕고 뚜비와 혀니, 처음처럼이 우리 두 여자의 보호를 받으며 중간에 누웠다.ㅠㅠ (이건 순전히 처음이의 소행이다.ㅎㅎ)
한시간쯤 흘렀나? 낯선데 가면 잠을 못자는 버릇이 있는
나는 잠이 안왔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던듯., 처음이와 나는 찜질방 내부에 있는 피시클럽에 가서 처음이는 콜라를 사마시며
잠시 있다 들어가고 나는 컴을 열었다.
30분 컴을 검색하고 돌아가니 모두 잠이
들어있었다. 자리에 누우니 이게 웬일인가... 무등산과 비가는 음전하게 자고있는데 옆자리의 남친 셋이 코고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코오오옹~~ 코오오옹~~ 요건 뚜비 코고는
소리 크허허헝~~ 크허허헝~~ 요건 혀니 코고는 소리 으으으응~~ 으으으응~~ 요건 처음처럼의 코고는 소리. 소리의 높이도 모두
달랐다. 기묘한 삼중주였다.
한시간쯤 괴롭게 그 합창을 듣고있었는데 뚜비와 처음이가
혀니의 기세에 잠결에도 눌렸는지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때부터 혀니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한 삼십분.. 나는 수시로 폰을 꺼내어
시간아 빨리 가라를 중얼거리며 몇시인지를 확인하곤 했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휴우.. 이제 혀니도 정숙모드로 들어갔구나.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악!!!! (-_-) 혀니의 간헐적인
코골이였다. 얼마나 놀랬는지 엄떤 아이 떨어질뻔했지비..ㅠㅠ 다시 침묵.. 크아아악!!!
젊은 남녀 두어쌍이 우리방에 들어왔다가 한참 넋을 놓고있더니
결국은 보따리 챙겨 떠났다. 다시 침묵.... 크하아악!!!
아고.. 미쵸.. 놀란 가슴 몇번을
쓸어내렸던지.. 나는 녹음기로 그 소리를 녹음하고싶었다.ㅠㅠ 대여섯번 되풀이했을까? 나는 더워서 홑이불을 덮지않고 살짝 몸에
감고있었는데 누군가 내게 이불 하나를 덮어준다. 뚜비였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우리의 동지인 뚜비마저도 드디어 방을
떠났다. 그때가 새벽 세시.
나는 하릴없이 일어나서 우리 특별실을 나가 찜질방 홀을
가로질러 정수기쪽으로 갔다. 물을 마시고 돌아서는 순간, 얼핏 바라본 홀 가운데 백갈매기가 자고있었다.
자고있는데 깨우는건 뭣했지만 잃어버린 한마리 양을 찾은
반가움에 슬그머니 발쪽을 툭 건드렸다. 부시시하게 눈을 뜬 백갈매기, 화장을 다 지우고 맨얼굴이었던 나를 그래도
알아보았는지, 누구세요 묻지도 않고 일어나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얌전하게 내 뒤를 따라왔다.
아침에 자랑해야쥐.. 호남친구들이 못찾은 갈매기 한마리
내가 찾아냈다고...ㅎㅎㅎ
뚜비가 나간 자리도 있었지만 무등산 옆에 빈자리가
많으니 거기 누우라고 눈짓을 해준후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오지랍도 넓지.. 기냥 가만 자게 냅둘걸.. 혀니의
요란한 천둥소리에 우리의 가냘픈 백갈매기 잠못자면 이 죄를 어이할까나... 그래도 할 수 엄써.. 우리는 죽으나사나 똘똘 뭉쳐야 할 말들의
합창반이 아니던가.ㅎㅎ 끝내 황실펜션은 못찾았지만 그래도 외롭게 홀로 있던 갈매기를 찾았으니 내 눈썰미도 대단한기야.ㅎㅎ
잘 자야할건데.. 내심 신경이 쓰여 갈매기쪽을
바라보니 벌떡 일어난다. 음마! 쟈가 혀니 코고는 소리땜시 나갈라능가? 슬쩍 보니 방 한켠에 쌓아둔 열 몇장의 매트위로
올라가더니 거기 턱하니 드러눕는다. 먼 일이래? 몽유병이야? 저기서 굴러 떨어지믄 으짜꼬.. 나는 철없는 남친들의 잠자리까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모른척 .. 조금있다 다시 눈을 떠보니 갈매기가 방안을 어슬렁거린다. 왔다리갔다리.. 잠자는 친구들
얼굴을 하나하나 딜다보며... 그러더니 맨 바깥쪽에 있던 내 옆에 매트를 처억 깔더니 드러눕는게 아닌가..
우찌 이런 일이~~~ 오른쪽엔 처음처럼, 왼쪽엔
백갈매기.. 나는 이런적이 없어서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숨막히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건 또 먼일인가? 잠시후
백갈매기가 울기 시작했다.
코호호홍~~ 코호호홍~~~~ 미쵸미쵸..^*^..
@@@@@
그때부터 아침까지 혀니와 백갈매기의 기막힌 이중주인 듀엣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처음이는 간헐적으로 오오오옹~ 오오오옹~ 하는 화음까지 넣고있었다.
크허허헝 오오오옹 코호호홍 크허허헝 오오오옹
코호호홍 ~~~~~~~~~~~
그런데 참 이상하지? 잠은 못잤지만 우리 남친들 삶의
고단한 족적같은 느낌이 들면서 시간이 갈수록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들 피곤했던게지..
그러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잠도 안자고 야사시한 조명등 아래에서 나는 혼자 자꾸
쿡쿡거리며 웃음이 나왔다..ㅎㅎㅎ
다음날 식사를 같이 하러 온 호남지역장 한바우와 합류하여 늦은
아침을 먹고 우리는 헤어졌다. 어디어디 구경시켜준다며 갈랴느냔 친구들의 자상함에 깊이 감사하면서.. 그리고 비가 아니었다면
나혼자 늑대들을 오찌 다 감당했겠누.. 이쁜 비가에게 내 우정을 보내면서,.,, 마중부터 마무리까지 날 확실하게 채김지겠다는 약속을
잘 지켜준 처음처럼! 돌아가는 고속버스 표까지 끊어줘서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모임에서 만났던 모든 친구들에게 반가운 맘
전하면서~
그리고 함께 밤을 지켜준 호남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말들의 코골이 대합창~ 크허허헝~~
코호호홍~~ 으으으응~~ 크허허헝~~ 코호호홍~~ 으으으응~~ ~~~~~~~~~~~
그 밤을 절대로 잊지못할거야.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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