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추억의 마니, 바람이 부는 여름날 오후
[추억의 마니]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잔잔한 일본 풍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지브리라면 액션? 로맨스? 평점 - ★★★★ (8점)
지브리의 마지막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추억의 마니]는 사실 이 사실만으로도 극장에 가서 봐야만 할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금 20대랑 30대 중에서 어릴 적 [모노노케히메]나 [이웃 집 토토로]를 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고, 그 고유의 정서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니 말이죠. [추억의 마니]는 마음의 문을 닫은 한 소녀가 양어머니에 친척집에 요양 차 내려간 후 특별한 친구를 만나 마음을 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부분 자체가 그 동안의 지브리 애니메이션하고는 다소 다르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만났던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은 늘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마찬가지였는데 이번 [추억의 마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녀의 외로움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다가오기에 더욱 아름답고 서럽습니다. 이 소녀의 외로움을 왜 세상이 알아주지 못하는 걸까? 화가 날 정도로 서럽습니다. 이 외로움이 영화에 고스란히 묻어나거든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안나가 주인공이기에 다소 답답하지만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항상 외로웠던 우리 모두의 청소년기랑 참 닮은 영화라고 할까요?
추억의 마니 (2015)When Marnie Was There 8.3
글쓴이 평점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소녀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보니 그다지 화려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환상 속의 마니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참 묘하게 아름답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친구가 되어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뭐라고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사려 깊게 묘사되어 있거든요. 그러면서도 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지? 하고 감을 잡지 못할 정도로 영화는 많은 것을 숨깁니다. 과연 두 소녀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말이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사랑 받아야 한다는 거죠. 그저 사랑 받고. 아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괜찮아.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는 망가지지 않을 거라는 거. 그게 바로 [추억의 마니]가 이야기를 하는 부분일 겁니다. 지금 당장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원망하는 그 아이조차도. 어느 순간은 그 마음을 알아차릴 거라는 거. 아무리 흔들리고 외롭더라도 그 순간이 혼자가 아니라는 거. 외로운 한 소녀가 주인공인데 왜 제 마음이 치유가 되는 걸까요? 마니, 그리고 안나. 이 두 소녀가 우정을 쌓아가는 것을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외로움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두 소녀의 우정은 그 자체로 환상적입니다.
다른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게 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기에 더욱 묘하고 낯설기도 합니다. 딱 한 장면으로 기억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기도 했거든요. 지극히 현대적인 배경.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브리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홋카이도의 바다가 반짝이고, 그 위에는 달이 떠있습니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모두 맛깔나게 그려지고, 풍경은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 동안 판타지적인 요소가 담긴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달려가는 느낌이 다소 강한 편이었는데, [추억의 마니]는 그렇게 동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사랑스럽습니다. 내가 가장 외로운 이 순간 누가 내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 그 행복한 질문. 그리고 나는 달라. 나는 사랑 받지 않아. 라고 말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그 어떤 아이도 사랑받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아이는 미움 받을 이유가 하나 없죠. 그 가장 간단한 사실을 동화로, 환상으로 그려내는 [추억의 마니]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라면 사실 지루하다고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잔잔한 느낌의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화려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빛나는 영화입니다. 누구랑 보더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추억의 마니]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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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부분 하나 ? 마니와 안나의 뱃놀이 둘 ? 마니와 안나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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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ungdo: 풍도 원문보기 글쓴이: 권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