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체험한 사람들만이 부활의 참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어려운 고난속에 있는 중국동포(조선족)들의 편에 서서 당신이 고난받고 부활하셨듯이 여러분이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으로 빛을 향해 나아갈 것을 권고하고 계십니다.”
20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6동 서울조선족교회 3층 예배실. 서경석 목사가 부활절을 맞아 200여명의 중국동포들에게 ‘부활의 신앙’을 역설하고 있었다. 중국동포들은 고단한 삶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예수님의 부활이 고통받고 있는 자신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되새기며 이내 밝은 표정으로 예배실을 나섰다.
서울조선족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의 75%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와서 새롭게 신앙을 갖게 된 이들이다. 이들에게 교회는 영혼의 안식처일 뿐만 아니라 차별과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이다. 서울조선족교회는 예수를 믿는 동포들의 신앙공동체이면서 동시에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15만 중국동포들의 인권과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든든한 지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저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동포들은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전도가 되는 것입니다.”
서 목사는 조선족교회가 동포들의 복지와 인권에만 관심을 갖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복음 말씀을 전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실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육체적 치료라고 한다면 이들을 신앙으로 인도하는 것은 영혼의 치유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조선족교회는 지난 1999년 6월 창립시 20여명의 성도로 시작해 현재 정기출석자가 약 3000명에 달하는 견실한 교회로 성장했다. 성도가 이처럼 급속도로 늘어난 데는 사랑으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중국동포에 대해 관심을 갖고 헌신적인 사역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동포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어려움을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으로 감싸고 치유하는 보살핌을 통해 선교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신앙을 심는 일은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편에 서서 일하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동포들이 교회가 하는 일들을 보고 “예수를 믿겠다”고 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길림성 서란이 고향인 김성해(23)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생활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교회에 오면 안정이 되고 편안한 느낌”이라며 “또 동북아교육센터에서 컴퓨터를 비롯해 직업기술도 배울 수 있어 생활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매주 무료의료진료,인권상담,체불임금상담,구인구직안내 등의 복지활동과 중국동포들을 위한 제도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 목사는 현실을 도외시한 정부의 중국동포 정책이 있을 때마다 죽음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 동포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해왔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중국동포들을 위한 취업관리제가 도입됐고 내년부터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일부 업종에서 시범 실시될 예정이다. 조선족교회는 특히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동포들을 위해 인권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권이란 인간의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기에 목회와 별개일 수 없습니다.”
이같은 목회 철학에 입각해 지난해부터 각 교구별로 인권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조선족인권센터’를 두어 총괄 조정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교회의 2003년 표어는 ‘믿음,소망,사랑이 넘치는 교회’이다.
조선족교회의 비전은 동포들에 대한 전도를 통해 이들을 중국선교의 첨병으로 삼는 것이다. 특히 지린성(吉林省),랴오닝성(遼寧省),헤이룽장성(黑龍江省) 등 동북3성 복음화의 전진기지를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해 6월 창립 3주년에 맞춰 동북아신학원을 개설했다. 동북아신학원에 입학해 2년간 공부한 동포들은 중국으로 돌아가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가 되어 동북3성에 있는 200만 동포를 위한 교회를 섬기게 된다. 이는 민족복음화라는 차원에서 볼 때 동북3성과 인접한 북한의 복음화를 위한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동포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본 교회와 직접적이고 긴밀한 연계성을 갖고 선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국동포 성도들에게 전자우편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매주일 예배후에 교회내 컴퓨터실에서 전자우편 활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조선족교회는 동포들에 대한 목회활동의 일환으로 교구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교회의 모든 일을 연변(緣邊·이은규 목사),랴오닝(哈爾濱·윤완선 목사),하얼빈(哈爾濱·김사무엘 전도사),무단장(牧丹江·김명실 목사),지린(吉林·봉제득 전도사),청년부(최황규 목사)의 6개 교구로 나누어서 활동하고 있다. 서경석 목사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지구촌나눔운동 사업위원장 직을 겸하고 있어 교구별로 전담교역자를 둠으로써 동포들이 목회적 관심과 돌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6개의 작은 교회의 연합교회인 것이다. 2001년 9월에는 안산조선족교회를 창립,반월공단 시화공단 등에서 일하는 동포들을 돌보고 있다.
서울조선족교회는 현재 1·2·3부 예배에 중국어 예배까지 4차례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러나 매주 30∼50명의 동포들이 교회를 찾는 등 성도의 증가속도가 빨라 예배를 늘려할 처지이다. 지난 2000년 12월 당시 세들어 있던 지상 3층,지하1층의 갈릴리교회 모든 건물을 동포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헌당했다. 하지만 증가속도를 지금의 교회공간으로 담아낼 수 없어 교회재건축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사회정의를 위한 활동에 뒤처지지 않게 신앙적으로도 뜨거운 교회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개인의 영혼 구원과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 개혁운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까요.”
서 목사는 인터뷰가 끝나기가 바쁘게 여기저기서 목사님을 찾는 동포들의 손길에 이끌려 멀어져갔다(02-857-7257).
김재중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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