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목명 : 구비문학의 세계
학 번 : 201110-
성 명 : 이경옥
연 락 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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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과제유형 : ( 공 통 ) 형
o 과 제 명 : 민담 2편을 선택하고 각 민담이 갖는 의미에 관하여 기존 연구 성과를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시오
제목 :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에 대한 민담분석과 의미
목 차
1. 구비문학의 정의와 범주
2. 설화 속 뱀의 의미 분석
2-1 민간에 전해지는 뱀의 상징성
2-2 민담에 나타난 뱀과 구렁이의 의미
3.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에 나타나는 민담의 구조
4..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에 나타난 인간욕망
1. 구비문학의 정의와 범주
글로 된 문학인 기록문화와 구별되는 말로 된 문학을 의미하는 구비문학의 특징은 어떤 상황 속에서 음성적 변화, 표정, 몸짓을 사용하는 구연되는 문학이며 이 구연을 통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바를 자기의 창작을 보태서 자기대로 재현하여 다시 새로운 구연자에게 넘겨주고 새로운 구연자는 이를 받아서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는 공동적인 창작에 참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한 구비문학은 단순하지 않고서는 기억되고 창작되기도 어렵고 듣고 이해하기도 어렵기에 단순하며 보편적이다. 그리고 양반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지배층과 지식층을 제외한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대다수의 민중이 생활을 통해서 구비문학을 창조하고 즐겨온 민중의 문학이기도 하다.
구비문학의 한 분야인 이야기는 구비성, 서사성, 산문성, 허구성의 특성을 가지며 화자가 전지적 시점에서 설명과 묘사를 곁들여 주체의 움직임을 진술하는데 다른 말로 설명을 곁들인 서사라고 하는 의미를 가진 설화라고 한다.
설화를 분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그림(Grimm)의 설화 3분법으로 신화, 전설, 민담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신화는 전승자가 신성한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작중공간인 신성공간으로서 현실적, 지리적 공간과 다르며 주인공은 뛰어난 자질로 성공하여 신으로 좌정되어 제향을 받는 존재가 된다.
전설은 전승자가 이야기 내용을 사실로 믿고 진지한 태도를 가지며, 작중시간은 구체적 역사적 시간으로 한정되고 작중공간도 구체적으로 실재하며 주인공은 탁월한 능력이 있으나 뜻을 못 이루고 실패하는 인물로서 비장미를 드러낸다.
민담은 전승자가 이야기 내용을 거짓말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작중의 시간도 시제상의 과거라는 것을 나타낼 뿐 구체적으로 한정되지 않으며 작중공간도 구체적으로 어느 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않고, 증거물도 없고 주인공은 보통사람이며 재미를 중시한다. 민담은 듣고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해야 하는데, 이때 전승은 같은 것의 되풀이가 아니라 반드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워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변화를 더 자극한다. 그리하여 민담은 기본적으로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엮어나가기 위한 몸짓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민담을 이야기하고 듣는 것은 지금의 나 또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행위이다.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좋은 날을 향하여 힘껏 나아가고자 했던 의지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삶과 꿈이 알알이 새겨져있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말고 듣는 순간, 사람들은 살아있다. 민담은 우리 선인들의 “살아 있는” 증거다.
2. 설화 속 뱀의 의미 분석
2-1 민간에 전해지는 뱀의 상징성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신화 전설 민담에는 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상징도 다양하다. 뱀은 다리 없이 배로 기어 다니고 구멍 속에 들어가 땅 밑에 살기 때문에 땅과 밀착되어 있다. 이 때문에 뱀은 농경 문화권에서 지신(地神)으로 간주되어 풍요를 상징한다. 뱀은 예부터 가옥의 밑바닥에 살면서 집안의 재산을 관장하는 가신(家神)으로 모셔졌다.
뱀은 용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뱀이 커서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민속체계가 전해지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뱀을 의학, 예술, 시와 연관 시켰으며 극동 아랍 세계는 뱀을 숭배하고 뱀의 상징적 가치를 강조한 반면,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통은 이를 거부하고 뱀을 악마와 동일시했다. 이러한 이미지가 경외심으로 이어져 고대의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뱀은 신으로 신앙되기도 했고, 반대로 악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뱀과 관련된 우리의 풍속을 살펴보면, 전라도 일부 지방에서는 뱀을 진대라고 하는데, 집안에 있는 뱀을 쫓아내기 위해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소위 진대 끌기라는 것을 했다. 아주까리 대궁에 여자들의 머리카락과 짚신, 숯, 고추 등을 매달고, 그 대궁이에다가 뱀 모양으로 새끼를 칭칭 감아 이것을 끌고 집 안팎을 돌아다녔다.1)
또한 부자가 되는 것을 ‘업이 들어온다‘고 하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업 나간다‘고 하는데, 구렁이는 보통 뱀보다 훨씬 큰 뱀으로서 신성시되었던 동물이다. 가정의 수호신으로서 업 신앙이 있는데 업신(業神)으로서 집안의 재물을 지킨다고 믿어졌다. 뱀에 대한 업 신앙은 독이 없는 구렁이에 대한 인간의 선량한 심상이 투영되어 뱀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쓴 <청장관전서>에 “세상에 전하기를 부잣집 광속에는 구렁이 또는 족제비가 있는 데 그것을 업(業)이라 이른다. 사람들이 흰죽을 쑤어 바치고 신처럼 대접한다. ----중략-----구렁이가 집 광 밑에 굴을 뚫으면 광에 있는 곡식보다도 배 이상 더 들어오기 때문에 그 구렁이를 부귀사(富貴蛇)라 한다.---중략----업이 달아나면 집이 따라서 망한다.” 라고 기술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구렁이를 신성시했음을 알 수 있다.
2-2 민담에 나타난 뱀과 구렁이의 의미
한국의 변신설화 가운데 동물의 출현 빈도는 뱀이 가장 높다. 설화에 투영된 뱀의 상징은 고통, 저주, 원망을 나타내는 부정의 의미와 인간 생활에 부와 풍요, 안전을 가져오는 긍정의 의미로서 두 가지의 상반되는 속성을 가진다.
대대로 전해 오는 설화에서 뱀과 구렁이는 인격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인격화한 이야기에서는 뱀을 인간과 같은 속성을 부여하여 인격체로 상대하면서 인간 사회의 갈등관계를 사건으로 엮어간다. 전승집단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인간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므로 흥미분위의 요소가 많이 삽입되며, “뱀의 보은”이란 모티프를 지니는 보은형(報恩型)과 “뱀의 보복”이라는 모티프를 지닌 보복형(報復型)이 있다.
보은형에는 뱀의 생명을 구해 준 선비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뱀의 보은으로 부자가 된 선비>, 굶주린 뱀에게 밥을 나누어 주어 나중에 원님의 딸과 결혼을 하게 해주었다는 <간부 잡아 준 뱀의 보은> 등이 있다.
보복형에는 노인으로 변신한 농사를 망치는 뱀이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돈이라는 소리를 듣고 돈을 복수심으로 돈을 뿌린다는 <돈으로 원수 갚은 뱀>, 뱀이 잡아 놓은 꿩을 먹고 낳은 아들이 뱀에게 잡아먹히게 되자 신부가 구해준다는 <뱀의 구슬과 꾀 많은 신부> 등이 있다.
이처럼 뱀 설화에서는 복과 화의 양면성이 뚜렷하게 공존하며 은혜의 수수행위로 행복을 얻는 보은형과 악한 세력을 제재하다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받는 보복형이 병행한다.
인격화한 이야기는 흥미본위의 요소가 많이 나타나는데, 뱀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 인간사회의 현실적인 고난과 선악의 갈등관계를 형상화한다. 보은형은 인간계의 악과 부조리에서 발생하는 고난과 불행을 거론하면서, 민중을 구원해 줄 영웅상을 인격화된 뱀에게 투영하여 현실에서의 실현 불가능한 신분상승, 부, 사회개혁에 대한 소망 등을 성취한다. 보복형은 인간사회에서 자행되는 강자의 부당한 횡포를 제재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뱀을 악한 인물로 인격화시키고 주인공을 뱀에 대처하는 선량한 인물로 설정하여 선량하고 정당한 행위에 대한 보상심리를 드러낸다.
3.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에 나타나는 민담의 구조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은 동물담 중에서 본격동물담에 해당된다. 본격동물담은 동물에게 모든 인간적 속성을 부여하여 의인화하며 개체로서 행동한다. 인간의 세계에서 행동하며 종종 인간과 함께 등장하여 인간과 우호 또는 적대 관계를 나타낸다. 이런 유형으로 호랑이의 모성애, 지네와 두꺼비, 까치와 구렁이등이 있다.
민담의 각 부분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며 작품 전체를 이루는가 하는 것이 민담의 구조인데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서로 다른 민담들 사이에도 같은 구조가 존재하고 민담이 의미하는 것 또는 그 주제는 무엇보다도 구조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프로프에 의해 개척되고 던데스에 의해서 계승된 것이 순차적 구조인데, 이야기를 순서에 따라서 부분으로 나누고, 부분들의 근본적인 성격과 그 관계의 논리를 파악하자는 것이다. 순차적 구조의 분석은 보다 귀납적이고 경험적이며, 민담의 실제적 연구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를 순차적 구조의 방법을 참고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뱀의 보은>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➀ 소년이 돌에 맞아 꿈틀거리는 뱀을 물에 던져 살려 주었다.
➁ 몇 해 뒤 소년이 장가를 가게 되었다.
➂ 혼인 전날 꿈에 뱀이 나타나 보답을 하겠다며 머리에 기름을 닦지 말라고 한다.
➃ 신랑이 옷을 벗다가 잘못하여 등잔불이 엎어지며 머리에 기름이 묻었다.
➄ 뱀의 말이 생각나 닦지 않고 그냥 잠들었다.
➅ 괴한에게 신부가 죽임을 당한다.
➆ 신랑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➇ 가운데 구멍 뚫린 버들잎을 점쟁이들이 점괘로 풀어 범인을 잡는다.
단락 ➀에서 뱀의 고난과 행운이 소년의 행운으로 이어지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소년은 서당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에게 돌을 맞고 있는 뱀의 목숨을 구해주는 걸로 나온다. 이 대목에서 눈 여겨 볼 수 있는 것은 길에서 어울려 놀고 있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소년은 공부를 하러 가는 중이었고 이것은 곧 소년의 성실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올곧은 배움을 실천하는 선한 이미지를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단락 ➁는 성실한 소년이 별 무리 없이 자라서 혼인에 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단락은 비로소 뱀이 등장할 차례임을 알려 준다 단락 ➂은 뱀이 보답하기 위하여 소년이 장가가기 전날 꿈에 나타나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알려준다. 이 부분은 민간전승에 따른 뱀의 영험함을 나타내주고 있다. 단락 ➃, ➄, ➅은 뱀의 충고를 잘 새겨들은 소년이 무사히 위험을 넘기고 목숨을 건진다. 이들 단락에서 이야기가 끝났더라면 뱀의 보은으로 소년이 목숨을 건져서 일단락 될 것 같으나 소년 대신 죽은 신부의 죽음은 소년에게 또 다른 고난을 몰고 온다. 단락 ➆에서 소년은 신부의 죽음을 해명하지 못하고 다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이러한 소년의 목숨을 구하는 방식이 또 다시 뱀의 신통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락 ➇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바람에 구멍 뚫린 버들잎이 원님의 세수대야에 떨어져 이상한 예감을 느낀 원님이 팔도의 점쟁이를 불러 점괘를 풀게 하여 절의 승려인 유엽환을 찾아 소년의 누명을 풀어주게 된다.
단락 ➆➇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는 다른 각편을 고려해 볼 때 구연자가 흥미를 더하기 위해 적극적인 창작과 변화를 꾀하였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 <뱀의 보은>은 전형적인 보은형 민담으로서 소년의 고난과 행운이 연속적인 대립 부정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은 <호랑이의 보은>에서도 나타나는데 호랑이의 경우 목숨의 위급함 보다는ㅏ 신체 일부분에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호랑이 목에 걸린 가시를 촌양반이 빼주었더니 산짐승일지라도 은혜를 갚는데, 이러한 짐승들이 못된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은형의 서사구조는 1) 뱀의 고난 -> 2) 주인공의 시혜 -> 3) 주인공의 고난 -> 4) 뱀의 보은 -> 5) 주인공의 잘됨의 순서로 축출된다.
같은 본격 동물담의 범주에 드는 <구렁이의 복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➀ 할아버지가 구렁이를 쏘아 죽이고 꿩을 살려 주었다.
➁ 얼마 후 할머니가 아들을 낳았다.
➂ 아들이 자라 장가가는데 구렁이의 아내가 나타나 혼례를 올리고 난 뒤 죽이기로
했다.
➃ 첫날밤 구렁이를 찾아가는 신랑을 신부가 뒤따라간다.
➄신부의 애원을 들은 구렁이가 신랑은 꼭 잡아 먹어야겠다고 한다.
➅ 구렁이가 신부를 딱하게 여겨 둑에 있는 세 개의 구멍을 가리킨다.
➆ 첫째 구멍은 쌀, 둘째 구멍은 옷이 나오고 셋째 구멍은 죽음을 주는 구멍이라 한다.
➇ 신부가 셋째 구멍에다 대고 구렁이를 죽여 달라 해서 구렁이는 죽고 신랑 신부는
아들딸을 낳고 오래도록 잘 살았다.
단락 ➀에서 할아버지는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꿩을 보게 되고 활을 쏘아 구렁이를 죽이고 꿩을 살려준다. 이 단락에서 할아버지가 꿩을 구해줌으로서 팽팽한 긴장이 해소되는 듯 보이나 할아버지와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구렁이의 죽음은 다분히 앞으로 닥쳐올 불행이 예감된다 할 수 있다. 단락 ➁에서는 꿩의 보은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오랜 숙원이었던 아들을 낳게 된다. 노부부의 자식이 없는 결핍이 해소된 것이다. 그러나 단락 ➂에서 죽은 구렁이의 아내가 나타나 장성해서 장가를 가려는 아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이는 아들에게는 죽음이라는 위기에 처해있는 결핍의 상황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아들은 "지금 내가 장가를 가는 길이니 내가 가지 않으면 신부집에서 야단이 날 것이오. 또 나를 기다리는 신부가 딱하니 혼례를 올리고 올 때에는 죽어도 좋다."고 부탁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단락 ➃에서는 구렁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첫날밤을 치른 신랑이 몰래 집을 나서는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신부가 신랑을 미행하고 사연을 듣고 좋은 수가 있다며 구렁이를 찾아간다. 신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은 신랑의 목숨이 위태한 결핍과 자신의 남편을 잃을 결핍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단락 ➄에서는 신부의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렁이는 신랑을 꼭 잡아 먹어야겠다고 한다. 신부의 해결 노력이 허사가 되는 듯이 보이나 단락 ➅➆에서 구렁이는 신랑 없이 살 신부를 가엾게 여겨 백 년 동안 먹고 살 수 있도록 마련해주겠다며 세 개의 구멍을 가르키며 첫째 구멍에서는 쌀이 나오고 둘째 구멍에서는 옷이 나오며 셋째 구멍에서는 죽음이 나온다는 걸 알려준다.
이 단락에서 구렁이가 남편의 복수를 위해 신랑을 꼭 잡아 먹겠다는 의지는 결코 양보하지 않는 대신 신부의 평생 살 방도를 마련해 주는 것은 구렁이의 인격화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을 남편이 없는 결핍을 절실히 느꼈을 구렁이가 같은 여인네로서 동병상련의 감정이입을 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단락 ➇에서는 결국 신부의 기지로 셋째 구멍에 대고 "구렁이를 죽여 달라."고 외쳐서 구렁이를 죽게 하고 남편을 살려서 아들딸까지 낳고 오래도록 잘 살았다는 것으로 결말 짓는다. 인간인 신랑과 신부의 모든 결핍은 해결이 된 반면 구렁이는 의도하는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한 채 결핍의 상태로 끝나 버려 결국은 의도한 복수는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암구렁이의 행동이 민중들의 인식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다시 말해서 남편을 죽인 사람에게 아녀자가 남편의 복수를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마지막에 암구렁이는 하늘로 승천하여 용이 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암구렁이의 행동이 감히 미물이 인간을 해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암구렁이는 죽거나 사라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보복형의 서사는 뱀의 횡포를 제재하여 약자를 구해주다가 뱀의 보복으로 위기에 처하나, 결국 위기를 모면하고 오히려 잘된다는 이야기인데, 1) 뱀의 횡포 -> 2) 주인공의 뱀 퇴치 -> 3) 뱀의 보복 -> 4) 주인공의 위기 모면 -> 5) 주인공의 잘됨의 구조를 지닌다.
<구렁이의 복수>는 다른 설화유형에 비해 변이의 폭이 작은 편이다. 특히 구렁이의 시도가 원한 제공자의 아들이 장가가는 첫날에 이루어진다는 점은 어느 각편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런 유형으로 <구렁이와 꾀 많은 신부>를 들 수 있다. 이 민담의 서사 단락도
<구렁이의 복수>의 단락 ➀에서 ➄에서 보이는 각 화소의 특징은 대부분 비슷하며 다만 뒷부분의 단락에서는 <구렁이의 복수>가 세 개의 구멍을 가르쳐 주었다면 <구렁이와 꾀 많은 신부>에서는 구렁이가 구슬을 뱉어주면서 사용법을 알려주어 신부가 그 구슬을 이용해 구렁이를 역습하여 제치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많은 세월을 통해 민중들의 진솔한 생활철학이 쌓여 이루어진 설화는, 다른 주변 설화와의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형성, 변이되는 문학양식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4..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에 나타난 인간욕망
민담에서 여러 가지 동물들은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가지고 등장한다. 동물은 인간 이하의 존재로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인간과 동등하게 취급되어 결혼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간보다 우위의 존재가 되기도 하는 등 민담에서의 활동 영역을 실로 광범위하다.
이 가운데 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있어 경이로운 동물이었다. 또한 다리도 없는 미끈한 것이 지상과 물위를 기어 다니는 모습에서 인간은 두려움과 이질성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가 경외심으로 이어지 예부터 뱀이 신성시되기도 하고, 반대로 추함과 악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뱀은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동물 가운데 하나였다.
<뱀의 보은>에서 소년이 아이들에게 돌을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한 뱀을 구해서 물에 던져 살려 주었다는 것은 설화 속에서 뱀이 물과 깊은 관련이 있는 동물임을 말해준다.
수신으로까지 널리 신앙되기도 했는데, 가뭄에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의 대상이 되는 용신이 사는 곳은 뱀이 사는 연못이나 물속과 같은 습지가 대부분이다.
곧 소년이 뱀을 물속으로 던져 살게 해 준 것은 민담 전승자의 대부분이 민중 집단인 백성들의 풍년기원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승자 집단의 생활방식은 농업을 중심으로 영위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물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구렁이의 복수>에서 남편의 복수를 하기 위해 방죽에서 소년을 기다리고 있는 암구렁이도 농업생활과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물의 신으로서 신앙되었던 뱀은 농업의 신이기도 했는데 결국 물의 신 또는 농업신은 생산의 신이고 생산은 바로 여성과 직결되므로 뱀의 여성적 역할은 물의 신이라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암구렁이가 세 개의 구멍 중 하나에서 ‘쌀’이 나오게 하는 것도 물의 신 농업의 신과 무관하게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민담 속의 주인공은 늙거나 노인이거나 소년 등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보편적인 인물이나 선량한 양심을 가진 자들이다. 뱀과의 우호적인 만남은 주인공이 고난에 처했을 때 고난 극복 기회가 마련되는 발판이 된다. <뱀의 보은>에서 신부를 죽인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은 신랑은 능력 부족으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세력이 요청되는데, 그것이 뱀의 보은으로 가능해진다.
뱀은 언어, 문자, 수행능력과 인간적인 윤리의식을 발휘하고, 앞일을 예견하여 적절한 방비책을 제시하는 등 고도의 지능과 초능력을 소유한 비범한 존재로 인격화되어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끊임없이 권력을 가진 자로부터 수탈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소망은 이러한 신이한 뱀의 존재가 자신의 수호신이 되어주길 바라는 소망의 발현이 뱀의 보은을 통해 투영된 것이다. 이는 악에 대처하는 선량한 민중과 억울하게 핍박받는 민중을 구원하려는 영웅화된 뱀과의 굳은 결속을 의미한다.
또한 <구렁이의 복수>에서 처럼 뱀은 약자를 괴롭히는 포악한 자로 등장 하는데 역시 뱀의 보복의 대상이 되는 자들은 <뱀의 보은>에서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핍박받는 보편적인 인물들이다.
암구렁이는 인간사회의 윤리관으로 무장된 인격적인 사고에서 보복의지가 발동하고, 그 행위 또한 인격의 모습으로 주인공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 사실적으로 실현한다. 점차 보복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으로 고조되었을 때 신부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사태는 반전된다. 이
이것은 선량하고 정당한 뱀 퇴치 행위에 대한 전승집단의 보상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바로 사회내의 악한 무리를 축출하려는 민중들의 합세라고 볼 수 있다.
결말은 주인공이 과거에 급제하거나, 뱀이 준 구슬과 뿌린 돈으로 부자가 된다. 이처럼 뱀의 보복이 좌절되고 오히려 유익한 결과를 얻는 것은 주인공에게 합세한 민중의 승리의 댓가로 볼 수 있다.
<뱀의 보은>과 <구렁이의 복수>는 뱀을 인격적인 존재로 유인하여 인간과 대등한 관계로 인간계를 조명한다. 여기서는 선, 악의 갈등양상을 끊임없이 반복시켜, 인간계의 바람직한 질서 선의 우위 확보를 구축한다.
인격화한 이야기는 흥미 본위의 요소가 많이 나타나는데, 뱀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 인간사회의 현실적인 고난과 선악의 갈등관계를 형상화 한다. 보은형은 인간계의 악과 부조리에서 발생하는 고난과 불행을 거론하면서, 민중을 구원해줄 영웅상을 인격화된 뱀에게 투영하여 현실에서의 실현 불가능한 신분상승, 부, 사회개혁에 대한 소망 등을 성취한다.
보복형은 인간사회에서 자행되는 강자의 부당한 횡포를 제재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뱀을 악한 인물로 인격화 시키고 주인공을 뱀에 대처하는 선량한 인물로 설정하여 선량하고 정당한 행위에 대한 보상심리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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