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평생 소 돌보시느라 메여 계시다가 자유를 찾으신 기념으로
형곤형님 내외분 가시는 여행길에 저와 화선이가 따라 붙어서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왔습니다.
형님이 2월 29일 오전 진주의 한 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어서 병원 들렀다가
곧바로 제주도로 가는 가장 빠른 배편이 있는 장흥으로 갔습니다.
설은수 씨에게서 네비게이션 빌려 달았지만 처음 가는 길이라 서둘러 가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항구에 도착해서 국수 한 그릇 먹고 느긋하게
오후 3시 반 배에 차도 싣고 제주도 성산으로 떠났습니다.
배를 타는 일이 익숙지 않아서 그리 큰 파도는 아니었는데도 속이 메슥거려
조금 힘들었습니다.
두 시간 가량 걸려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배 이름은 ‘오렌지호’, 불량 카메라에 흔들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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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서귀포로 몰아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수희식당’에서 갈치조림, 해물뚝배기, 성게미역국 등을 고루 시켜 제주도에서의
첫 식사를 맛나고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물론 설은수 씨에게서 빌린 ‘나비’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찾을 꿈도 못 꿀 일이었지요.
그 후에도 집에 돌아 올 때까지 그 ‘아가씨’는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도움을 주었답니다.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합니다.
빌려준 사람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처음 2박을 예약한 중문관광단지 앞의 ‘그랑빌’이라는 펜션에 짐을 부리고는 반찬거리를 준비하러 마트에도 들렀습니다.
첫날 밤은 낙지 데쳐서 형수님이 준비해 오신 초장에 찍어 막걸리 한 잔하고 잤습니다.
3월 1일 여행 둘째 날은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흐리기만 해서
다행히 구경하는데 지장 없었습니다.
소박하게 전날 사놓은 매운탕거리로 지리를 끓여 아침을 먹고,
처음 구경 간 곳은 ‘쇠소깍’입니다.
바닥에서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민물 개천과 바다가 만나는 연못 같은 곳인데
희뿌옇게 푸른 물의 색깔과 검은색의 바위가 환상적으로 멋지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쇠소깍 절경을 배경으로, 쇠소깍 해변 그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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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소는 바로 부근의 ‘정방폭포’입니다.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몇 안되는 폭포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를 떠나 멋진 장관이었습니다.
흩날리는 물보라에, 돌 낭떠러지에 붙어있는 나무며, 풀들이 처음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해녀들이 마련해놓은 바위로 된 식탁에서 해삼과 멍게도 맛보았습니다.
*정방폭포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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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이중섭미술관’에 들렀습니다.
이중섭의 작품은 기대한 것보다 적어서 아쉬웠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괜찮았습니다.
역시 제주도는 따뜻한 곳이라 이중섭이 살았다는 집 앞에는 매화가 피어 향기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이중섭미술관 안의 ‘공식 사진 찍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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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여미지식물원’에 갔습니다.
먼저 여러 나라 정원들을 유람차로 돌아보고, 실내에 들어가 낯선 나무와 풀들을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며 구경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망대까지 올라가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펜션도 보였습니다.
*여미지식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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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간 곳은 1,6일에 장이 선다는 모슬포 ‘대정오일시장’에 갔습니다.
장에 가서 맛난 것들 먹으려 했는데, 장의 크기도 작고 먹거리도 마땅찮아서 모슬포항 옆에 있는 ‘항구식당’에 가서
제주도에 가면 먹어봐야한다는 ‘자리돔구이’와 ‘회덮밥’을 먹었습니다.
자리돔은 크기가 작고 가시가 많기는 해도 부드럽고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는 제주 서해안을 돌았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가 ‘절부암’을 만났습니다.
단층이 차곡차곡 멋지게 쌓인 절벽입니다.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는 단층이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 듯했습니다.
*절부암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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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돌다가 풍력발전기가 무리지어 있는 곳을 지났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꽤나 낭만적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무섭도록 크고 돌아가는 소리도 굉장했습니다.
*풍력발전소 옆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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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날의 마지막 볼거리인 ‘협재해수욕장’입니다.
바닷물 빛깔이 장난이 아닌 곳이지요.
그런데 여기는 바다를 보려면 주차장에서 좀 걸어야하는데, 오전에 여미지에서 너무 걸어 힘들어 하시는 형수님을 생각해서
주차장에서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는 옆의 ‘금능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물론 여기도 바닷속의 조개껍질과 산호조각이 부숴져서 만들어진 새하얀 모래와 그 모래가 비치어 에메랄드빛인 바닷물이
까만 현무암 바위와 대비되어 어우러져 환상 그 자체의 풍경입니다.
*금능 금모래 해수욕장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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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안도로를 돌고 돌아 숙소가 있는 중문으로 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중문관광단지 옆에 있는 ‘e조은식당’입니다.
많은 유명인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그 큰 벽마다 가득합니다.
제주도의 특산물인 ‘옥돔구이’와 ‘한치물회’를 먹었습니다.
옥돔이 비싸고 크기는 커도 제 입에는 ‘자리돔’보다 못합니다.
둘째 날 밤은 소라를 삶아 또 막걸리 한 그릇했습니다.
전날도 그랬지만 안주의 양이 넉넉해서 당분간은 생각이 안날만큼 정말 실컷 먹었습니다.
눈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형님이 술을 많이 마시면 탈이 날까하는 걱정에,
평소에 통 안드시는 형수님이 남은 막걸리를 꿀떠억 마시기도 했습니다.
3월 2일 여행 세째 날 아침은 전날 남은 지리를 된장 고춧가루 넣어 만든 매운탕으로 간단하게 먹고 나왔습니다.
밤새 내린 비가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간간이 내렸습니다.
이날 여정은 가까운 주상절리를 구경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펜션에 비치되어있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좋은 곳이 두 군데가 있었습니다.
먼저, 잘 알려져 있는 ‘대포(지삿개) 주상절리’부터 찾았습니다.
TV화면에서 익히 보던 풍경입니다.
눈으로만 보는 화면과는 달리 온 감각으로 느끼는 신기한 모양입니다.
*지삿개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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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갯깍 주상절리’로 옮겼습니다.
새로 생긴 길을 ‘나비 아가씨’가 몰라서 한 바퀴 돌아서 찾아갔습니다.
‘지삿개’보다 좀 더 걸어가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몽돌 자갈길도 좋았고,
크기도 더 크고, 터널처럼 뚫린 모양이 웅장했습니다.
*갯깍 주상절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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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과 서쪽 해안 구경을 마치고 산 넘어 북쪽 제주시 쪽으로 갑니다.
한라산을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 구름이 잔뜩 끼어 좋은 구경은 못했지만 도로가 잘 되어있어 운전하기는 편했습니다.
2일, 7일은 함양도 장날이지만, 제주시도 장날입니다.
전날 모슬포장에 좀 실망했지만, 제주장은 그래도 제주도에서 가장 큰 곳이라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모슬포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컸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이 별로 없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해물탕거리입니다.
한 바퀴를 다 돌아 이것저것 구경하고 결국 해삼(붉은색 홍삼)을 넉넉히 사서 나왔습니다.
점심은 그 유명한 ‘연우네‘에서 먹었습니다.
겉모습은 어수선하고 후줄근해 보였지만 빈자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은 자리를 잡기위해 눈동자를 굴려야할 정도였습니다.
메뉴는 미리 알아본 대로 ‘연우네 4인상’을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분주한데도 정갈하게 음식이 나왔습니다.
밑반찬 하나하나까지 아주 훌륭했습니다.
큰 놋그릇에 비벼 나눠먹는 채소 비빔밥에, 감자전에, 도토리묵, 찹쌀들깨옹심이+녹차들깨수제비까지 푸짐하고 맛깔나는,
제겐 제주도 최고의 밥상이었습니다.
비가 조금씩 뿌려서 많이 걸어야하는 곳은 갈 수도 없고 해서 제주도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함덕서우봉해수욕장’에 들렀습니다.
흐린 날인데도 바닥의 하얀 모래가 비쳐 봄하늘빛의 바다와 까만 바위섬을 잇는 다리가 멋집니다.
꽤나 부는 바람에도 전혀 파도가 없을 정도로 바닥이 워낙 얕아서 어린 아이들 물놀이하기에 정말 좋은 곳입니다.
*함덕 서우봉 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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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날의 마지막 코스인 ‘우도 잠수함’ 타기입니다.
성산포에서 배로 우도에 들어가 잠수함을 타고 물밑을 구경하는 코스입니다.
난생 처음 타보는 잠수함입니다.
비용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이왕 멀리 제주도까지 왔으니 별난 체험도 한 번해보자고 했습니다.
잠수부가 뿌려주는 먹이 따라 몰려드는 자리돔 떼, 물결에 부드럽게 나부대는 산호, ...
그런대로 볼만도 하고,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우도 잠수함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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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숙소를 다음날 배를 타는 성산 근처에 ‘해피휴’펜션으로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단층 독채로 마치 주인이 살려고 지어놓은 듯한, 제대로 지어진 집이었습니다.
직접 측량까지는 해보지 않았지만 33평이라 했습니다.
커다란 두 개의 방과 넓은 거실에 산뜻한 인테리어와 바다가 내다보이는 풍경까지 덤으로 주어졌습니다.
펜션 관리하는 사람의 자세한 안내로 큰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를 준비해서 된장찌개로 평화로운 저녁을 즐겼습니다.
제주오일장에서 준비해온 해삼을 이날도 한없이 먹고 좋은 집에서 참 편안하게 잘 잤습니다.
여행 나흘 째 마지막 날 3월 3일, 숙소 앞 전망대에 나가서 세찬 바닷바람 씌고 들어와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날 시작은 ‘섭지코지’입니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제법 붑니다.
주차장에 내려 드라마 ‘올인’을 찍은 교회당 건물로 가는 길이 멀지는 않지만 바람 때문에 수월치가 않습니다.
좀 장난스런 교회당 건물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형곤형님은 며느리 줄 선물도 샀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화선이도 하나 얻어 걸치는 영광을 봅니다.
*섭지코지, 공갈 예배당, 올인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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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장흥으로 돌아가는 배 탈 시간이 남아있어 ‘성산일출봉’으로 갑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갈 시간은 모자라서 옆에 있는 전망대로 가서 구경하고 내려왔습니다.
*성산 일출봉 옆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람과 함께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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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면 반드시 먹고 와야 될 것 같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오조해녀의집’의 전복죽을 빠뜨릴 수 없어 찾아갔습니다.
배도 별로 고프지도 않았지만, 제법 세게 부는 바람으로 인한 멀미 걱정에 두 그릇만 시켜 넷이서 나눠 먹었습니다.
전복향이 잘 배여 나와 좋았습니다마는 저는 멀미가 염려되어 맛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딱히 다른 데 가기도 그렇고 해서 여객부두에 미리 가서 멀미약을 하나씩 사먹고 기다리다가
장흥으로, 뭍으로 돌아오는 배를 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상당히 배가 흔들렸습니다.
우리는 가장 덜 흔들려 안전하다는 뒷좌석 가운데 줄에 앉아 졸기도 하면서 왔습니다.
미리 준비를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봉투를 들고 뛰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장면과 효과음에도 동요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미리 먹어 두었던 약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사히 뭍으로 돌아와서 근처에 있는 ‘장흥토요시장’에 들렀습니다.
장흥에 유명한 땅콩과 표고버섯을 사려했으나 생각보다 비싸서 별 것 사지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배멀미 걱정에 채우지 못한 속을 벌교에 들러 ‘꼬막정식’으로 채웠습니다.
자주는 못가지만 겨울철에 한 번씩 먹으러 들리는 곳입니다.
역시 음식은 전라도입니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뛰어납니다.
순천-남원을 거쳐 함양에 돌아오니 벌써 날이 어두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벼러 오던 여행을 무사히 즐겁게 마쳤습니다.
형곤형님과 형수님은 다음에는 서해안도 가고, 동해안도 한 번 가자고 하십니다.
아마 여행을 가보시니 다녀볼만 하신가 봅니다.
화선이는 여행 떠나기 전에 감기로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살도 몇 키로나 빠지고, 떠날 때까지 회복이 온전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여행하면서 기력을 완전히 회복하고 빠졌던 몸무게까지 원상태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형님, 형수님, 화선이, 저 모두에게 좋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분들이 마음 써 주시고 기도해주신 덕이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