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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무대(?)로 하다 보니 10여 년 전에는 일 년에 35000∼40000Km 정도 다녔는데
몇 년 전부터는 45000Km∼50000Km 가량. 전보다 집에도 더 자주가고 현장 출장 또한
반경과 횟수가 다양해진 탓이다. 한편 해가 갈수록 차에 타면 쉬 졸음이 오는 탓에
아내의 걱정이 크다. 그리하여 출장길에는 아내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고(운전 분담)
작년부터는 아들도 가끔 출장길에 따라 나선다 아내가 아들을 대리기사로 붙여준다.
어제는 아들과 강원도 횡성군 둔내에 다녀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F4E9335974C1AC29)
첫 만남부터 집을 완공하는 단계까지 - 내가 일하는 방식이 약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는 집주인들과의 길고 깊은 교감이다.
어제 만난 분은 서울에서 자랐으나 정선에 본적을 두었고, 할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의사로 그리고 아버지는 큰 목장을 하셨단다. 덕분에 할아버지와 아버지하고 연결된
수많은 추억이 있고, 마치 이끌리듯 여생을 두 분 특히 아버지의 길을 따르고 싶어
오래 동안 목장지를 찾아다녔으며 ‘땅이 사람을 부르는(세 번의 인연)’현 토지를
구입, 최근 서울생활을 전부 정리하고 새 삶의 터전을 닦고 계시다.
7만 여 평에 이르는 목장용지. 오랜 세월 방치되어 야산처럼 변했으나 거의 완만한
지형지세. 현지인이 전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부토지, 잡목으로 우거진 야산, 우사와
관리사...올해 가을 낙엽이 떨어지고 나면 다시 한 번 현장을 방문해서 집터 위치를
잡기로 했다. 살 집을 먼저 짓고 천천히 만들어 가려고 굴삭기와 도자면허까지 취득.
손님들 묶을 공간까지 넉넉한 집을 지을 계획이며, 보통은 살아갈 집을 이야기하는데
이분은 특이하게 ‘죽을 집’을 지으려고 한다는 표현을 하셨다.
살다가 (살던 집에서)죽어 갈, 그런 집을 짓고 싶다.....
2.
작년부터 막내딸 덕분에 전에 없이 문화생활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 며칠 전에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키다리아저씨>를 관람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AD71335974C1AE31)
혜화동로타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이화동... 문예회관, 샘터사옥, 동숭아트센터,
은행나무, 비둘기, 오감도, 뜰아래채, 데미안, 달밝때의춤, 할아버지집, 혜화동성당,
모퉁이돌미술학원, 혜화여고 옆 신혼집과 아내(둘째며느리)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부부를 축하하기 위해 몇 시간동안 기다리다(핸드폰이 없던 시절) 돌아가셨다는
아버지가 과일바구니를 들고 한 편에 앉아 계셨을 집 앞 구멍가게... 아내와의 추억이
방울방을 떨어지는 거리를 큰딸 막내딸과 걷는다. “저기는 엄마를 기다리거나 바래다
줄 때 잠시 들렸던 찻집이야!”“문예회관은 간판이 바뀌었네. 샘터는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나?.....”다행이도 마로니에 공원일대와 골목길 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세 모녀와 함께 빵집순례 후 극장객석에 앉았다. 대형공연장과 달리
대략 300석 가량의 소극장은 주인공들의 표정과 숨소리까지도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다.
여주인공의 연기와 노래는 무척 훌륭했고, 극의 마지막 순간들은 울컥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알고 있는 키다리아저씨의 줄거리가 이랬나? 내가 그 책을 읽기는 했던 걸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52E335974C1AF22)
지하철 혜화역. 신혼 무렵 아빠가 신사동으로 출근하기 위해 혜화역에서 전철을 탈 때
푸시맨이 등을 밀었다는 이야기를 막내에게 해 주니 “아...진짜?”하며 신기해한다.
큰딸은 서울에 남기고 우리는 고속버스를 탔다. 집까지는 앞으로 한 시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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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길고 긴 旅程...
첫댓글 그 여정에 든든한 동행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긴 장마로 문화 휴식이 여유로와 보입니다!!~~~^^*
예, 긴 장마 덕분에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
조만간 가 뵙겠습니다. 올해도 좋은 휴가계획 잡으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