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노래 한 곡] 오세영의 시 <2월>, 김태군의 노래 <흔들리지 않도록(2월의 노래)>
2월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세영 시집, <천년의잠>, 시인생각, 2012)
[감상]
저는 2월 산행을 가장 좋아합니다. 2월에는 땅밑, 물밑에서 생명이 약동하는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주 추운 날일 때에도 2월의 기운은 한겨울의 기운과는 다릅니다. 흰눈이 온 대지를 덮고 있어도 2월의 산하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뜨거운 싹을 아주 천천히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월이면 산에 올라 나무와 풀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다 죽어가는 것 같은 나무들의 겨울눈에 살짝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힘들지?"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어린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천천히 바깥나들이를 준비하는 것처럼 2월의 산하에 기거하는 뭇 생명들은 그렇게 봄 외출을 준비합니다.
첫 시작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초등학교 입학이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저는 나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리를 다친 것을 핑계로 한 학기 동안 줄곧 결석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힘듭니다. 출가해서 행자생활할 때도 힘들었구요. 첫 선방안거도 제법 힘들었습니다. 나무와 꽃의 겨울눈은 한겨울을 견디며, 시절인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2월이 되면 드디어 출발선상에 서는 것입니다.
출발선상에 선 스케이트 선수들, 육상 선수들,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렇게 겨울눈은 올림픽 선수들처럼 출발선상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인은 2월의 현상은 '눈덮인 겨울'이지만, 본질은 '봄의 임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벌써'라고 말하지만, 겨울눈의 입장에서는 '아직'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꽃필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산수유며, 진달래며, 개나리이기에 가끔 따뜻한 겨울날이 여러날 계속되면 참지 못하고 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2월을 '벌써'로 보내지 말고 '바야흐로'로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벌써 두 달이나 지나가버렸어'라며 아까워하지 말고, '바야흐로 봄의 약동이 가슴 깊이 느껴지는 계절'로 2월을 한껏 즐기는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노래 한 곡] 흔들리지 않도록 (2월의노래) - 작사,곡 이선목, 노래 김태군
https://youtu.be/KI_KTArPu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