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의 초록 리본 / 박상기 장편동화 / 사계절
2023. 09. 21. 박선하
잣나무 숲에 사는 호기심 많은 고라니 솔랑은 동생 해랑을 데리고 붉은 산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동생 해랑은 고속 도로를 건너다 죽고 만다. 솔랑은 붉은 산에서 멧돼지 도야를 만나, 보호받고 지내다 도야의 희생으로 다시 잣나무 숲으로 돌아온다.
마지막은 도야의 소원(좋은 뜻을 가진 인간과 마음이 통해 보는 것)이 담긴 초록 리본이 숲 길을 따라 걸려있어,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유해 동물로 지정된 고라니, 청설모, 늪너구리, 들개, 까마귀가 등장해 동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한다.
책을 읽으며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억울해 하는 유해 동물들의 입장에서 읽으려 했지만 몰입이 쉽지 않다. 동물들로 인해 농사를 망쳤으나 하소연 할 곳도 없다는 TV속의 주름진 늙은 농부의 눈물이 먼저 떠올랐다. (나는 인간편이다.)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강하게 드러났다. 나는 드러내어 가르치려는 이야기는 공감하거나 울림이 울리기 어렵다. 작가의 의도는 좋으나, (농부의 눈물을 머리에서 지우고) 다시 책을 읽으며 동물들에게 공감하기 어렵고, 정답을 먼저 듣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인간의 편의만 생각해 만든 도로들로 로드킬은 늘어가고, 도토리며 버섯이며 다 가져가 산짐승들은 오히려 먹이를 구하러 산을 내려오고, 1973년 소득증대와 국민의 단백질 공급원 확보를 위해 정부는 미국에서 배스 치어를, 일본에서 황소개구리를 수입했다. 뉴트리아는 모피와 육류 생산을 위해 수입되었다. 이들은 농사에 엄청난 경제적 손해를 입히며 동.식물의 생태계 파괴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병충해의 방제 작업을 잘 하면, 여름의 덥고 습한 날씨에 해충에 시달리지도 않고, 농작물의 수확이 좋아진다. 잡초도 제때 잘 관리해서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다양한 문제를 예방한다. 농부들의 생계와 유난히 밀접하게 닿아있다. 덩치가 작은 생물보다 덩치가 큰 생물에게 더 큰 죄책감을 가지는 것 같다.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데 목적을 둔 책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해 동물이 뭔지 왜 잡는지, 인간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읽는 이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위해 고민해 볼 수 있는 로드 맵을 제시해 주는 책이 오히려 기다려진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마음에 남는 동물은 누구인가요? 이유는?
*동화동무씨동무 추천도서 토론기준을 보면서 이야기해 보아요.
첫댓글 진짜 잘 썼네요. 감히 생각도 못할 발제문입니다.
책보다 나은 발제문👍🏻
선하샘은 예전에도 책을 넘어서는 발제문을 썼으. 별별수사대가 생각나는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