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겨우살이'와 어머니
겨울의 끝자락에 산사를 찾았다. 나무잎이 떨어진 숲은 멀리까지 훤히 보인다.군더더기 없는 나무는 내밀한 곳까지 드러 낸 순정한 모습이다. 응달진 산골짜기에는 아직도 잔설이 하얗다. 산모퉁이를 돌아 암자로 가는 오르막 길은 천천히 걸어도 숨이 가프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와 위로 올려다 보았다. 가슴이 발그스레한 곤줄박이다.좀 더 가까히 보려고 발 걸음을 떼자 후드득 날아가 버렸다.새가 날아간 참나무 가지에 언뜻 연두빛 뭉치가 보인다. 회백색 가지에 새 집처럼 초록잎을 드리운 '겨우살이'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겨우살이는 삭막한 숲에 생기를 뿜어낸다.
겨울살이는 오리나무와 참나무에 거져 덧붙어 살아가는 기생처럼 더불어 같이 공생을 하고 있다. 땅속에 뿌리를 박고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 받아 살아가는 수고로움도 없이 참나무의 영 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것이 '겨울살이' 이다. 정말로 야비한 식물이다. 참나무가 자신의 생명수를 자신에게 주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스스로 둥지를 키운 듯 겨울산에 여기 저기 푸른 연둣빛 모습을 자랑하며 생의 아무 노력과 고생이 없이 참나무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겨우살이' 는 어쩌면 평생을 어머니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나의 자화상은 아닌지?
어머니께서는 젊은날이나 언제든지 선비셨던 남편의 살림살이에 무관심한 우리 집안의 기둥 처럼 억척같이 살아야만 겨우 자녀들을 키우고 한가정의 유지를 위하기 불가피하게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농경사회에 유일하게 돈이 되는 소나 돼지를 기르고 닭도 기르고,특히 목화를 밭에 길 러 하얀 무명베의 옷을 만들어가는 고생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때로는 누에고치를 기르고 그것을 팔아 돈을 만들고어 가계를 유지 하신다.
잠결에 뒤척이다 보면 희미한 등반불 아래에서 물레를 돌리기도 하시며, 북풍한설의 추위를 이겨 내시고 늘 베를 짜는 '베틀'에 몸을 의지하여 베를 짜는 모습에서 어머니를 발견하곤 하였다. 삯 바느질로 쌀독을 채우시고,무서리가 내리면 어머니는 짬짬이 야산 에서 솔가지를 꺽고, 솔잎을 모아 겨우살이 준비를 하였다. 아궁이에 불을지펴 저녁을 지으시며 온 종일 밖에서 놀아 얼굴이 발그스 레한 나를 '잉거불'앞에 끌어 당겨 언 몸을 녹혀 주셨다. 참나무에 얹어 사는 겨우살이처럼 어머니의 등에 기대어 나는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내가 커서 중학교,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나의 교복은 어머니께서 손수 힘들게 만들었던 무명베에 검정물을 드린 교복이 나의 학창시절의 교복이었다. 여름철에는 교복외에도 시원한 모시옷을 손 수 만들어 주시어 여름철을 지나게 하셨다. 또한 나의 등록금의 마련을 위하여 아침 새벽밥을 일찍 따뜻하게 만들어 놓으시고 ,아랫목의 따뜻한 이불속에 뭍혀 놓고 , 밥상은 상보로 덮어 놓고 ,어머니 는 않보이시고 새벽 바람의 찬 공기속을 이겨 나가시며 나주의 읍내로 행상을 나가신다. 유독 우리 집안의 가을철의 '대봉'의 큰 감나무가 있어 나의 학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었다.
겨울에 나무잎이 떨어져 자신은 헐 벗어도 겨우살이에 초록빛을 안겨주는 참나무처럼 ,자신은 시달 려도 푸른 둥지를 만들어 주려는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의 온 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이고 방풍막이 역활을 하신 어머니셨다.
45세의 늦둥이며, 막네 아들로 유일하게 두신 내가 자신의 삶의 희망이며 그 고생도 어머니 에게 보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우리 아들 잘 되기를 기원하는 '정한수'로 초 사흘마다 조상에게 차려 놓고 새벽에 기원을 드리시는 모습은 ,오늘의 내가 있게큼 하는 정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서서히 겨울이 닥쳐 오고 찬밤이 온 몸을 시리게 하니 불현듯 어머니가 그 리워지기도 한다. 고향에서 가난한 농경사회를 정리를 하시고,유일한 희망인 서울로 아들을 따라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함께 모였지만, 대학도 못 다니고 '인천교육대'의 초등학교의 선생 의 꿈을 이루고져 합격을 하여 교육중에 어머니는 겨울철의 몇 개월의 생의 고통을 받으시고 이른 봄철에 저 세상으로 떠나시고 말았다.
골짜기를 훓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헐벗은 참나무를 올려 본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겨우살이를 안고 있는 참나무의 다솜에 가슴이 먹먹하다. 참나무 군락지를 지나 백연암에 들어섰다.선방의 툇마루 에 햇볕이 그윽하다. 댓돌위에 하얀 고무신 한 컬레가 가지런하다. 어머니가 신던 신발인듯 정겹 다. 따사로운 볕에 끌려 마루에 앉았다. 햇볕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다. 헐벗은 숲에 겨우살 이가 봄인듯 여기 저기서 푸르다. 초록빛 겨우살이는 무채색 산기슭에 싱그러움이 더 한다.
♣ 저는 2021년도 영광스럽게도 '아름문학상'의 대상을 받았으며 ,또한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이 되어 저는 작품을 내는게 아니고 역량있는 훌륭한 분들의 문학상에 제출 하실것을 기대하며 최선을 다하여 공정하고 훌륭한 작품을 선정하는데 일조를 하여 건전한 사회발전에 기여코져 합니다 ---만장봉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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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ㅡ
감사합니다
제2회아름문학 대상타신
만장봉선배님의글 어머님 겨우살이
그리움의 사연글 잘 감상했습니다
작품을 기다리시며 올리신글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지인운영자님 항상수고가 많으십니다
무슨일이든지 아주깔금하게 정리를 하시고 ,내책상위에 있는
대상패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살아 온 세월 만큼이나
만장봉님도 한 세상 사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은 끝이 없는 노래입니다.
모진 세월에
끝없는 만학의 의지가 깊은
만장봉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5060 이 이어주는 연이 있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건강과 건필 하셔요.
콩꽃운영자님하고는 카페 초창기부터 같이 할동을 하였지요
참 지나간 세월을 생각해보니 책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거 같습니다
공직에서 내려온지도 어언 18년이 다 되어 감니다
카페에서 15년은 같이 한거 같습니다 5060의 인연으로 .....
만장봉님께서 이번엔 좋은 작품 선정에 힘써주셔서 감사 합니다
심사위원님들께서 다 들 훌륭하시니 좋은 옥동자를 낳겠지요
우리카페의 자랑이고 자부심입니다 여름철 무더위 건강조심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전혀 수상은 생각도 않했는데 ....
보람과 즐거움 그리고 상금 .....
참 즐겨웠습니다
지고한 어머님의 사랑이 남녘까지 물씬 풍깁니다.
모든 것들은 시간과 바람과 햇볕속에 바래지는데
어머님 만큼은 더욱 뚜렸이 다가와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잘지내십니까?
세월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모진 고난의 모습이 그려짐니다
잊 나이가드르어가니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 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