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란]을 개발하고...1
※우선 이런 글을 올릴 만한 마땅한 곳이 없는 것 같네요. 가장 비슷하다고 느껴 여기에 오리는 점 양해를 구합니다. 오늘부터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지만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적어보렵니다...관심있는 분만 보시길...
***************************** 글쓰기를 시작 하며... *****************************
올해 7월 6일은 내가 기아에 입사한 지 만 10년되는 날이었다... 다 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입사 10주년 기념모임을 미루던 차에 뜻밖에 날아든 비보...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선정되었단다. (신청도 안했는데...) 7월15일이후의 회사생활은 말 그대로 전시상황이다... 아니 차라리 치고받고 싸우는 전시가 더 날것 같다. 삼성의 기아인수 추진사실이 속속 들통나는 가운데, 신임 경제부총리의 강경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고...여기에 몇몇은행장들은 악역을 자처하고...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환율은 급등하기 시작했고...시중 자금은 경색되어 여기저기 중소업체들의 부도여파가 국가경쟁력의 적신호를 보내고... 정국은 대선준비로 혼미를 거듭하고... 이런 현기증나는 현실에서 도대체 나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일까?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더위와의 전쟁을 하며 여름을 다 보냈고...뙤약볕아래서 한여름 햇살을 받으며 여의도,서울역 궐기 대회로 목이 쉬고... 늘상 그러하듯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은 보이지않는 전쟁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쓰러져가는 전우의 시체를 짓밟고 일어서야 하는 처절한 전쟁인 것이다.
소량의 특수 프로젝트의 특성상 회사내에서 반대와 질시,냉대를 무릅쓰고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엘란개발팀(LCA PM)... 이제 회사의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여 기구한 운명에 놓이게 된 것 같다. 개발당시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17명...이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원소속으로 복귀하거나 회사를 떠나고... 며칠전엔 팀장이셨던 전형석 부장님도 감원대상이 되셨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입사 2년된 이종호 사원뿐. 더 이상 팀이 해체되기 전에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스포츠카 역사는 47년이나 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이제 시작에 불과한 이 역사가 불행히 멈춰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대 MR2를 개발한 도요다의 요시다와 그뒤를 이어 풀모델체인지하면서 완성도를 높인 아리마가 요즘 부쩍 그리워진다. 그들의 보다 철저한 실험정신과 스포츠카 본질에 대한 기본 철학은 나에게 큰 감명이 되었었다.
오늘부터 틈틈이 생각나는 주제별로 다소 두서가 없겠지만 하나하나 역사의 스토리를 펼쳐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누군가는 진정 이 글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의 짧은 글솜씨가 다 받아줄 수 있을런지와 마칠때까지 다 쓸 수 있을런지가 염려스럽다.
[★엘란]을 개발하고...2
********************* 엘란과 김선홍회장 *********************
내가 엘란을 처음 접한 것은 본사 원가관리실에서 신제품개발원가를 할 때였다. 아마도 1990년초로 기억된다. 당시 회사에선 세피아를 개발하는 한편, 그 세피아를 기본으로 SLC(SPORTS LOOKING CAR)를 검토하였으나 투자비및 시장성이 문제되어 취소되었다. 그무렵 일본의 마쯔다에선 MIATA(MX-5 또는 EUNOS ROADSTER)가 개발되어 대중적 저가형 소형 로드스터의 새로운 장을 열고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었다. 자본및 기술제휴로 여러 프로젝트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마쯔다 에게 기아의 경영진은(들리는 말론 김선홍회장) MIATA를 한국에서도 생산하겠다고 제의하였으나 일언지하의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MIATA는 영국 LOTUS의 ELAN을 BENCH MARKING하여 가격과 성능을 낮춘 모델로서 진정한 스포츠카로서의 가치는 ELAN과 비교되기 어려운 차라고 볼 수 있다. MIATA에서 발길을 돌린 김회장은 당시 세피아개발에서 설계일부를 용역 수행하는 로터스에 관심을 두게 되고 자연스럽게 ELAN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었다. 이때가 1990년초였다.
스포츠카의 역사는 어찌보면 자동차 산업의 발전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뒤늦게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한국은 대량생산과 저가수출에 힘입어 자동차생산 세계10위권 안에 이미 진입하였으나 스포츠카의 역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스포츠카 문화가 성숙된 나라는 엔지니어들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수준도 높아 차량제작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운전기량의 향상과 올바른 교통문화의 정착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양적팽창에만 주력해 온 한국의 자동차산업. 결국 세계 자동차 사고 1위라는 불명예는 자동차문화의 질적성장이 미흡함 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지도 모른다. 김회장님은 아마도 당신 자신이 타고난 자동차기술자로서 이러한 사명감을 느끼신 듯 싶다. 하지만 당시의 사내외 분위기는 스포츠카에 대해 무척이나 부정적이었고, 게다가 로터스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평가된 투자수익성평가는 최악이었다. 쌍용에서 영국의 팬더사 인수하는 한편 고전적 스타일의 칼리스타를 내놓고 약50대정도 생산한 뒤 중단한 것도 바로 이무렵으로 기억된다. 칼리스타는 스포츠카로서 갖추어야 할 멋과 맛중에서 멋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차가 아닌가 싶다. 당연히 성능에 있어서는 스포츠카에 대한 막연 한 환상만 간직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어가긴 어려웠다. 게다가 수작업(Hand-Made) 차량의 품질에 대한 이해부족과 만드는 사람 들의 장인정신 부족,협력업체의 기반,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 등 으로 인해 실패와 생산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한편,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에선 연구소 승용개발부의 전형석과장을 비롯한 몇사람이 KLS(kia lotus sports car) Project라는 명칭을 붙이고 개발기획안을 작성,로터스및 사내 관련부문과 선행검토를 추진하게 된다. 문제는 수량(생산/판매)이었다. 극히 한정된 틈새시장에 투입하는 차량을 위해 수많은 금형을 새로 제작한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인 것이다. 결국은 약 1년여 기간의 검토끝에 이 프로젝트는 관련부문의 반대에 부딪혀 취소되고 말았다. 검토 중간에 프로젝트 명칭도 KLS가 아닌 LHT(lotus high tech)로 바뀌기도 했었음에 불구하고... 하지만 김회장마저 스포츠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전형석부장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파리-다카르랠리를 추진하며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과 주변 여건을 조성하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1993년초에 스포티지 두대로 참가하여 비록 공식순위에 들지못하는 완주였지만,모터스포츠에 대한 사내외 관심을 형성시키는데는 성공하게 된다.
[★엘란]을 개발하고...3 ****************** 엘란과 닭갈비 ****************** 중국의 삼국지에는 『계륵』이란 말이 나온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몇몇 중역분들이 엘란과 기아모텍 매각문제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한 것 같은데, 아마도 『계륵』 즉,닭갈비와 비유되는 심정일게다. 먹자니 별로 먹을게 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하지만 그건 춘천닭갈비가 나오기 훨씬 오래전 옛날 예기라고 본다. 야채와 사리를 얹어 불판에 올려진 닭갈비는 별 비용이 들지 않으면 서도 훌륭한 술안주겸 저녁식사가 되는 요리다. 즉,엘란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요리법을 제대로 모르는 채 지금까지 흘러왔다고 본다. 아직 엘란에 대해서는 제대로 요리다운 요리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그 사업성을 논한다는 현실이 조금은 아쉬울 따름이다. 엘란은 애시당초 기존방식대로 전국 각 지점을 통해 판매되어서는 안될 상품이었다고 본다. 1500여개 지점에서 년간 1대씩만 팔아도 년간 1500대가 팔린다는 단순사고는 이런 스포츠카에선 통할 수 가 없는 논리다. 지금은 전문점의 시대이고 토탈써비스를 원스톱써비스로 제공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라고 본다. 진정 구매력이 있는 카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하였다면 우선 잘 훈련되고 이 분야에 정통한 몇사람으로 독립적인 예산운영이 가능한 전문매장을 초기에 서울 한 군데,이듬해는 부산,대전을 추가하고 또 이듬해엔 광주, 전주 등 거점을 늘려 갔어야 했다. 그 거점은 굳이 임대료 비싼 시내가 아니어도 좋다. 어차피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파는 차가 아니기에 꼭 필요로 하는 한정된 카매니아와 예비 카매니아들만을 대상으로 홍보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 돈주고 광고할 것이 아니라 드라마,영화,잡지등에 차량만 제공하면 광고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 차는 WOM(word of mouth) 효과가 특히 중요한 차이기에 다른 어떤 차종보다 포커스집단내지 또래집단에 대한 판촉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동차동호회나 전문직종인 모임,연예인,은퇴교수모임,스포츠맨,자유 사업가 등등... 전부해서 10,000대를 판다고 볼 때, 성인남녀 2,000명중 한명이 엘란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그 정도의 시장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다만, 제대로 요리를 못하고 있을 따름이지...
[★엘란]을 개발하고...4 ********************* 김선홍회장님과 나 ********************* 내가 김선홍회장님을 처음 본 것은 봉고신화로 떠들썩하던 시절인 1982년 T.V.에 출연하여 인터뷰하실 때였고, 두번째는 당시 기아산업 사장이던 그 분이 모교방문하시던 길에 우리 과(기계설계학과) 빈 강의실에서 자동차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강연하시던 모습이었다.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나 발전현황,기술수준,공학도들의 역할,21세기 전망등을 말씀하시던 그 분은 무척 야무지면서도 재치가 있는 분으로 기억되었다. 그 때 받았던 기아에 대한 이미지가 가슴속에 남아서인지는 몰라도 그 뒤 4년뒤 제대와 더불어 기아에 입사하게 되었다. 특히,군시절 장교통합숙소에서 절친하던 선배가 제대후 기아에 먼저 입사한 뒤 내 제대무렵 기아에 대해 할 일이 무척 많은 회사라고 조언해 준 것도 하나의 큰 동기가 되었다. 삼성처럼 이미 체계가 잡히고 매사에 관리가 빈틈없는 회사와 달리 기아는 급격한 외적성장에 비해 곳곳에 관리부재와 기획추진력의 빈곤이 눈에 띤다 하였다. 하긴 면접시 교통비조로 나누어주던 낡고 너덜너덜한 5천원짜리 지폐에서 처음 그걸 느꼈고 연수받으며 툭하면 시간계획이 안맞아 하릴없이 대기하는 시간이 종종 발생하는 걸 보고,"그래 이 곳이구나...여긴 내가 할 일이 많은 곳이구나..."싶었다. 그 뒤에도 사내에서나 사외에서 먼발치로 회장님을 이따금 만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런 평범한 만남이 아닌 다소 독특한 만남은 1992년 가을 비서실장에게서 전화를 받고 난 뒤였다. 회장님이 보자신다. 그 얼마전 나는 회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며 몇날 몇일 생각끝에 회장님께 편지를 써 보냈었다. 회사의 양적성장에 비해 관리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질적성장에 대한 필요성과 6.28사태 이후 관리자계층의 자신감결여 현상,종업원주주제의 새로운 변화 모색 필요, 정보관리뿐 아니라 사내외 문화관리에 대한 관심등을 주 내용으로 한 편지였다. 하지만 한시간가량 회장님과 나눈 대화는 전혀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김우중회장과 비행기함께 타고 가며 나눈 이야기며 헤드램프 디자인의 추세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주로 하셨다. 아마도 이미 서로 공감하는 아픈 부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일개 대리인 나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는 쪽으로만 생각하셨던 것 같았다. 그 뒤 엘란개발팀에 합류하여 개발을 추진하는 동안 이따금 회장님 모시고 보고회도 가졌었고, 업무를 진행하는 중간에 곳곳에 배어있는 스포츠카에 대한 회장님의 열정과 왜 이런 프로젝트가 필요한 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의 기아모텍인 서해공업에게 이 차의 생산을 맡기며, 서해의 사운을 걸고 하라는 말씀과 이것이 서해공업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씀의 의미도 이해가 된다. 당시 그룹내에서 골치덩이였던 서해공업을 회장님은 Motor Technology 즉,소량 특수 차량 제작기술과 엔지니어링이 강한 회사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기아사태가 있기 일주일 전 품의서 결재를 받기 위해 회장실에 들어갔었다. 회사의 운명이 촌각에 놓인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만든 엘란을 제대로 파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며 유영걸사장에게 지시를 내리시고 다음 모델은 벤츠의 SLK를 주목하라고 하셨다. 그렇다. 엘란은 스포츠카에 대한 맛을 처음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이제 진짜 우리 기술로 스포츠카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시작은 회장님이 하셨지만 그 다음을 누군가가 계속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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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란]을 개발하고...5
************************** 엘란, 아무나 타는 차? **************************
엘란, 아무나 타는 차가 분명 아니다. 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차이기에... 또한 아무나 만드는 차도 아니다. 왜? 모두의 무관심과 냉대속에서도 스포츠카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없다면 결국 포기하게 되니까... 그런 차는 결국 아무나 팔지도,아무나 고치기도 어려운 차인 것이다. 『Car Mania』. 사전대로 해석하면 『자동차광』이고,광은 나쁘게 말하면 『미친놈』인 것이다. 그렇다. 미치지않고는 만들수 없고 미치지 않고는 사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같이 미칠 수 있는 사람만이 팔기도 하고 고쳐주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미친다는 것은 중독성과 전염성이 강한 것 같다. 곁에 가까이 있다보면 맛을 느끼게 되고, 일단 맛을 느끼게 되면 쉽게 끊기도 어려워지는 법이다. 그러나, 역시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일게다. 콜린채프만의 백야드빌더 정신과 엘란이 길거리 건달을 위해 만든 차가 아니라는 개발 철학을 이해한다면...
엘란은 나름대로의 멋과 맛이 있는 차다. 따라서 엘란의 고객을 크게 분류하다보면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 멋보다는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엘란동호회의 김현민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본다. 물론 이들도 멋을 즐긴다. 하지만, 엘란의 멋보다는 맛을 즐기는 걸 훨씬 선호하게 된다. 오직 관심이 차에 가 있을 정도의 중독성도 심한 편이다. 다음은 맛보다는 멋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개 나이가 많은 편이다. 엘란을 타면서부터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씀도 하신다. 젊은 층에도 이 부류는 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젊은층 중에 이 부류는 대개 자기돈으로 구매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세번째가 맛과 멋을 반반씩 나누어 즐기는 부류이다. 아마 나도 여기에 해당되지 않나 생각된다. 엘란동호회에도 꽤 많은 분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하이텔 엘란동호회와 어울리면서 또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엘란보다는 P/C통신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엘란동호회를 구성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세가지 유형은 참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즉, 수단은 비슷하지만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고 그렇다고 함께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서로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인 엘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동호회를 보다 활성화시키려면 이런 세부류를 나름대로 소모임화내지는 분과화해주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글로써 접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특정장소에서 목적을 갖고 모여보면 이러한 성격의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두들 엘란을 사랑하고 엘란을 나름대로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기나름대로의 엘란을 즐기는 방법을 계발하고 연구할 수 있게 동호회들은 성격을 잘 조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엘란,진짜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다. 주위의 비난도 선망의 시선도 감내한 마당에 보다 더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겸손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차라고 본다. 이런 소리도 아무나 하는 소리가 아닐 지 모르지만...
[★엘란]을 개발하고...6
********************** 스포츠카에 대하여 **********************
도요타의 2세대 MR2를 개발한 아리마 가쯔토시는 일본의 스포츠카 역사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스포츠카를 "speciality car나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거주성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경주용차가 일반 도로를 달리는 데 필요한 법률요건을 부여 해서, 스타일과 동력성능을 특화시킨 차이며 두 사람이나 그보다 많이 타는 자동차로써, 주문생산 스포츠카와 양산 스포츠카로 크게 분류된다. 양산 스포츠카는 Luxury, Medium, Light weight 스포츠카로 분류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나아가서 "스포츠카는 기분을 전환하고, 운전 그 자체를 즐기는 차다. 따라서 일상생활과 일에서 자아가 해방되고, 무념의 상태에서 본질의 자신 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근처를 한 바퀴 달리고 나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기분을 느끼는 자동차가 스포츠카라는 것이다. 즉, 마음의 휴식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스포츠카의 운동성능에 대해서도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스포츠카는 경주용차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경주로(circuit) 를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경주용차는 운동신경이 특별히 뛰어나고, 눈치빠른 사람 중에서 철저히 훈련을 받은 특정의 운전자에게 맞춰 서스펜션 튜닝이 고려되어 있지만, 스포츠카는 어느정도 훈련을 받은 불특정 다수의 보통 사람이라도 경주로를 안심하고,매끄럽게 달릴 수 있어야 하며, 전문운전자는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몸을 통해 지구와 우주(뉴톤의 운동법칙)를 느낄 수 있는, 일상을 벗어난 다른 차원의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MR2: midship engine rear drive의 첫글자와 2인승의 의미)
[★엘란]을 개발하고...7
******************** 엘란의 소프트 탑 ********************
엘란을 개발하면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프트탑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개발초기에 연구검토용으로 로터스 엘란을 2대 도입하여 그중 한대를 몰고 남부순환도로를 가다가 비를 만났는데, 처음엔 괜찮은 듯 하더니 이내 a-pillar 쪽에서 물방울이 2,3초에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완전 새차도 이러나 싶다. 나중엔 점점 양이 누적되니 왼쪽바지가 젖기 시작하여 결국엔 팬티까지 젖고 말았다. 과연 이런 차를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할 까 심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일년에 한두번 비오는 날 무리하게 끌고 나갔다가 비에 젖는 두려움때문에 국내최초의 스포츠카를 만들어야 한다는 회장님이나 전부장님의 신념을 무너뜨릴순 없었던 것 같다.
Soft Top은 Hard Top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미국에선 Convertible Top 이라고도 한다. 하지만,최근 벤츠의 SLK에선 전동식 Hard Top이 적용되어 이러한 구분도 모호해진 것 같다. 이렇게 지붕을 열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차 모두를 "오픈카"라 칭하고, 때론 컨버터블,까브리올레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마쯔다가 유노스 로드 스터를 유행시키면서 "로드스터"가 대명사처럼 불리우기도 했다. 1920년대 초기의 소프트탑은 좌우측에 차체와 연결되는 파이프를 세우고 그 위로 캔버스를 씌운 형태로 마치 천막을 쳐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엘란의 소프트탑은 발표당시인 1987년엔 최고수준의 소프트탑이었다. 항공기 캐노피 소재의 알루미늄합금의 특수링크를 이용한 관절효과로 비교적 튼튼하게 만들어졌고 풍절음과 누수도 상당한 개선을 보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 BMW Z3나 BENZ SLK등 양산스포츠카의 등장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소프트탑 전문업체는 미국,일본보다 독일,영국이 강한것 같다.역시 스포츠카의 역사와 비례되지 않나 싶다. 미국의 BESTOP이나 BMW Z3용을 만드는 ASC, 엘란용의 영국 TRIM TECH, BENZ SLK용을 만드는 독일의 KARMAN 등이 대표적인 메이커다.
기아 엘란의 경우는 초기엔 완제품을 영국에서 수입했고, 지금은 전부품 을 수입해서 동연산업이란 업체가 조립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국내에는 스포츠카용 부품을 생산할 만한 전문 부품업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역사가 없어 그만큼 이런 분야의 기반 시설이 없다는 것은 엘란 개발에 있어서 가장 큰 제약 조건이었다. 동연산업도 현재 부품을 수입해 단순조립만 하는 실정에서 연구인력 조차 갖추고 있지 않기에 현 엘란 소프트탑의 구조개선이나 국산화, 그리고 차세대 소프트탑등의 개발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엘란개발을 통하여 소프트탑을 검토한 결과 엘란은 누수에 있어선 최근 기술로 볼 때 상당히 취약함을 느낀다. 차체의 재질및 공법,웨더스트립의 재질및 구조,창유리의 고정구조,삼각창의 구조,소프트탑 의 체결방식 등등 수많은 조건이 다 맞물려 고려되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한편 최근에 나온 모델이면서도 Z3나 SLK와 같은 양산모델이 아닌 엘란과 같이 소량 핸드메이드 방식의 차인 로버의 MGF나 로터스 엘리스같은 차들은 엘란 소프트탑보다 값싼 방식을 택하고 있다. 누수나 풍절음은 그만큼 더 불리하고...아마도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국시장을 겨냥한 모델과 전통과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영국과의 차이가 아닐런지... 한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소프트탑 전문 메이커가 탄생하기 위해선 적어도 엘란같은 오픈카가 한국모델로 다섯가지 정도는 나오는 시점이 되어야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때가 오긴 오는 건지 몰라도...
[★엘란]을 개발하고...8
********************************** 스포츠카가 주는 네가지 즐거움 ********************************** (THE 4-FUN OF SPORTS CAR)
*** 1. FUN TO LOOK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스포츠카의 스타일링은 10년이 지나도 싫증나지 않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어떤 스포츠카들은 몇십년이 지났어도 그 스타일링 나름대로의 개성과 멋으로 아직까지도 호사가들의 애호를 받는다. 엘란은 이제껏의 로드스터뿐 아니라 최근의 모델에 비해도 손색없는 스타일을 지녔다. 아마도 그것은 플라스틱 차체라서 가능한 깔끔한 선처리에서 비롯된 것 일게다. 좌측휀더와 앞,그리고 우측 휀더까지가 전부 한 판넬이다. 뒤도 마찬가지이고, 플로아 판넬을 보면 가히 입이 벌어질 정도이다. 이런 커다란 판넬을 ONE PIECE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 차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어찌보면 납짝엎드려 웅크린 듯한, 마치 도약을 준비하는 개구리 같은 모습이고, 달릴때의 형상은 땅바닥을 움켜쥐는 독수리 발톱같은 형상 이다. 바디 허리 부분은 마치 코카콜라병과 같이 여인의 허리를 연상 시키고 낮게 드리워진 COWL POINT와 A-PILLAR의 경사각은 날렵한 이미지 를 연출한다. GOOD DESIGN MARK를 획득한 알루미늄 휠은 독수리발톱의 강인함을 돋보이게 하는 형상으로 시중에서 유사품을 찾기 어려운 개성있는 스타일이다. 스포츠카는 이러한 전체와 요소요소의 스타일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과 가벼운 흥분을 느끼게 한다.
*** 2. FUN TO DRIVE 드라이브 자체의 즐거움을 준다.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한 운전이 아니다. 어차피 운전의 즐거움은 운전자 자신만이 느끼게 된다.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타고 갈 때 운전자 이외에는 사실 차타는 게 고역이 된다. 게다가 승용차나 버스는 실용성에 그 주안점을 두고 거기에 편리성을 더한 차다. 스포츠카는 이와 정반대로 실용성과 편리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운동성능을 보다 더 충실하게 높인 말 그대로 "드라이빙머신"인 셈이다. 엘란은 아마도 로드스터중에선 최고의 핸들링을 느끼게 할 것이다. 국내 실정을 감안하여 로터스엘란보다 핸들링성능을 낮추고 승차감을 높이긴 했지만...
*** 3. FUN TO OWN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스포츠카를 소유했다는 자체가 무언가 가슴 뿌듯함을 제공하게 된다. 더우기 희소성이 높은 스포츠카일수록 그러한 즐거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오래된 모델이나 아주 소량밖엔 생산되지 않은 모델을 내 자신이 소유 하고 있다는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외국에선 이따금 스포츠카를 여러가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을 후손 이나 친지에게 물려주고... 국내에서 49대 생산하고 중단된 쌍용의 칼리스타도 요즘 중고로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소유한 사람들이 쉽게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 4. FUN TO BE RECOGNIZED 남에게 인식되는 즐거움. 스포츠카를 타려면 약간의 스타의식이 필요하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다. 교통체증이나 신호대기라도 걸 리게 되면 대개의 사람들이 한두번이상 더 쳐다보게 되고, 자기네끼리들이 수근수근대며 화젯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이 정도되면 웬만한 사람도 어지간히 얼굴이 달아오르기 마련이고, 시선 머물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신경이 쓰인다. 또, 가는 곳마다 차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게 된다. 그래서 혹시나 차에 손상이 생길 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러한 남들의 주목이 유쾌하지 못하게 느끼지는 사람이라면 몇번 타보고는 계속 타고 다니는 것을 주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매스컴의 인기스타의 경우를 보라.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도, 사람을 만날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제약되고 불편한 삶을 살게 된다. 이 정도까진 아니니까 그래도 나은 편인 셈이다. 엘란이 국내에 시판되고 나서 간간이 고객들의 차를 보면 유럽이나 일본 에서 보기 힘든 썬팅차량이 많다. 왜 썬팅을 할 까...역시 이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불법썬팅의 부당성과 안전위험 성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떳떳하게 엘란을 운전할 수 있는 스타의식이나 용기가 필요하다고 보며, 안으로 숨기고 움츠리면 움츠릴수록 점점 스포츠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극복되기 어려운 법이다.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자랑할 필요는 결코 없다. 오히려 겸손과 양보를 배워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엘란]을 개발하고...9
***************** 엘란과 뽕짝 *****************
엘란에 달려 나오는 오디오는 일본 alpine사와 합작한 국내업체 기아전자가 개발하여 납품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전부 개발하는 것은 cost적으로 큰 loss가 되기에 1-din type의 것을 찾으니 국내엔 없고 일본 alpine의 구형모델이 엘란의 audio hole size에 맞기에 micom과 tunner등을 수입하여 기아전자가 완성한다. 개발하면서 개인적으론 audio를 기본장착하는데 반대하는 쪽이었다. 그 이유중 하나는 국내에도 audio는 취향대로 선택하는 option품이란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카 매니아 중에는 의외로 오디오매니아도 많기 때문에 어설픈 정품 audio로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기에 일본처럼 취향에 맞는 시중품으로 개조하기 쉽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개조를 위해 조금이라도 고객에게 가격으로 merit를 주자는 것이다. 결국은 영업본부의 마케팅전략상 필요하다고 하여 현재의 오디오가 기본으로 장착되었으나 내가 보기엔 10명중 3명정도는 개조를 원하는 것 같다. (난 지금도 그것이 과연 올바른 마케팅 전략인지 이해가 안된다) 이번에 elan stage-Ⅰ을 개발하면서 현재 테이프와 라디오만 있는 오디오뿐 아니라 라디오에 테이프대신 cd player와 amp 그리고 woofer speaker를 high version에 기본장착하게 된다. 그대신 개조를 즐기는 사람을 위해 low version은 audio가 option이다.
오디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이번엔 엘란과 어울리는 음악에 대해서 내 나름의 느낌을 적고자 한다. 사실 음악에 조예가 없는 나로선 단지 모든 장르의 음악이 다 좋다. 처음엔 흘러간 팝송으로 추억을 되새기며 엘란의 투박하고 심플한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면에선 재즈가 더 훌륭 하지 않나 싶다. 한동안은 늘상 신세대 노래를 즐기느라 테이프도 제법 많이 샀다. 격렬한 댄스뮤직에 엘란을 오픈하고 달리다보면 주위의 시선이 제법 따가움을 느끼게 한다. 저렇게 늙은 야타족도 있나 하는 눈초리다. 엘란을 타고 다니는 동안 룰라며 노이즈,클론,삐삐밴드, H.O.T.,DJ DUCK 등 무수한 군상들이 진짜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간 사라지고...정말 하루하루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가수들이 등장한 것 같다. 그 덕분에 나는 아직은 누구처럼 UP를 "엎"이라고도 US를 "유에스" 라고도 하지는 않는다.
엘란과 뽕짝. 어찌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르처럼 보인다. 내가 아는 고객중에 명지대 교수를 은퇴하시고 환경조각가로 활동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 분이 올해 66세던가? 머리도 희끗희끗한 이 분은 주로 뽕짝 테이프를 듣고 다니신다. 일본에서도 로드스터를 타면서 연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아마도 티뷰론이나 셀리카처럼 세련된 차를 타면서 뽕짝을 듣는 건 상상하기 힘들 것 같지만, 로드스터 엘란을 타면서 즐기는 뽕짝은 그 나름대로 어울리는 듯 싶었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뽕작을 그것도 앰프,우퍼까지 동원된 CD로 즐기며 다닌다. "청춘을 돌려 달라"며 우퍼스피커에서 꽝꽝 울리는 뽕짝의 재미 를 붙이다보니, 덕분에 엘란동호회에서는 웃음거리가 되었는진 몰라도... 엘란과 음악의 장르. 어찌보면 엘란은 평화와 여유를 의미하는 차이고, 이 모든 장르의 음악을 포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편협된 장르의 음악만을 고집하고 편식을 즐기는 것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가며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석양의 노을이 빠알갛게 물드는 자유로에서 한강의 철새떼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어울리는 음악을 아직 찾지 못한걸 보면, 역시 난 음악에 조예는 없는가보다.
[★엘란]을 개발하고...10
******************* 엘란과 판매가격 *******************
개발초기에 내가 이 팀에 합류하자마자 맨처음 한 일은, 이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전혀 없으니 중단하는게 좋다고 보고서 쓰는 일이었다. 아무리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해도 1년에 40억은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검토가 나왔다. 최고경영진에게 검토결과를 사실대로 보고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일부에선 노력하면 최소한 적자는 안본다고 보고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 판단엔 어림없는 프로젝트이다. 단지, 여기서 발생된 손실은 기아의 이미지향상을 위해 쓴다고 생각하면 몰라도... 하지만 회장님은 스포츠카에 대한 결심에 변함이 없었다. 또 박제혁부사장님(현재 사장)은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듯이 때론 문화생활도 정신건강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엘란과 같은 스포츠 카는 기아인에게 그리고 카매니아들에게 나아가서 모든 국민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와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현재 엘란의 정확한 원가는 집계조차 힘들 것이지만, 개략적으로 보면 재료비가 1400만원에, 인건비가 600만원, 기타경비가 400만원정도 예상 된다. 그러면 기아모텍의 제조원가가 2400만원정도 한다는 예기다. 여기에 기아의 투자상각비와 판매비를 더하면 총원가가 3000만원정도고 부가세와 특소세등을 합하면 4000만원의 소비자가격이 나온다. 원래 로터스 엘란의 영국에서 가격이 4000만원이 넘고(27000파운드), 미국에서의 가격이 3600만원(40000달러)인 점을 감안해도, 국내의 특소세를 감안할 때 기아의 엘란은 한 대당 1000만원내지 1500만원을 싸게 파는 셈이다. 물론 로터스 엘란을 그대로 수입할 경우엔 국내 소비자에겐 그만큼 더 거리가 먼 차가 되었을테고...
좋게 보면 회사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이고, 나쁘게 보면 사치스런 발상이다. 최근 기아사태로 전반적인 경영실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엘란의 자선사업같은 형태는 심판대에 올려지는 운명이다. 기아모텍과 기아자동차,기아자동차판매의 세 회사간의 거래금액자체가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밖엔 없다. 즉,기아모텍에서 비싸게 사서 소비자 에겐 싸게 파는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가격구조의 역전현상을 경영실사단 에겐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엘란]을 개발하고...11
********************** 엘란과 전담매장 **********************
한국은 자동차판매에 있어선 세계적으로 독특한 시장이다. 급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제조메이커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양적팽창을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판매량 늘리기에 혼신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차량할부가 늘면서 이러한 직접판매방식은 자금회전률이 낮아 경영에 커다란 압박이 되고 있다. 최근 판매회사 분리와 딜러제도 도입등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속히 정착되어야 할 부분이다.
외국에선 거의 대부분 나라들이 딜러제가 정착되어 있다. 제조메이커는 이 딜러들을 중점관리하게 된다. 모든 고객을 관리하는 것 보다 관리의 효율성은 훨씬 향상이 되지만, 반면 고객과의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고객의 목소리를 다양한 채널과 보다 발전된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동일한 사양의 차라면 전국 어딜 가도 판매조건이 거의 동일하다. 간혹 영업사원이나 지점장이 별도로 특별조건으로 파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 대부분 개인적인 것이거나 회사 영업본부에 별도 요청에 의거 승인을 받는 경우뿐이다.
하지만 외국에선 가는 곳 마다 판매조건과 애프터써비스의 질이 달라 진다. 즉, 고객과의 nego권이 각 딜러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 딜러의 규모도 천차만별이라 구멍가게식의 조그만 점포만 운영하는 경우부터 전국에 체인망을 갖고 있는 대규모 기업형태도 있다. 경정비를 겸하는 데도 있고, 정비시설이 없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중정비도 가능한 곳도 많다. 중고차매매나 렌트,보험취급도 물론 한다. 한 메이커 제품만 취급 하는 단일딜러가 있는 반면 여러회사 제품을 취급하는 복수딜러도 있다.
승용차를 주로 취급하거나 상용차 또는 스포츠카만 전문으로 하는 딜러도 있다. 한국에서 전자제품이나 오토바이 판매하는 방식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엘란과 같은 정통 핸드메이드 스포츠카는 세계 어딜 가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파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일본에 수출된 비가토도 주로 스포 츠카만 전문으로 파는 딜러들이다. 일반차를 파는 딜러들은 엘란을 파는데 써 먹는 게 아니라 전시효과로 주로 이용하게 된다.
엘란을 제대로 팔려면 현재와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고 본다. 엘란은 지금 회사에서 팔고 있는 게 아니라 고객이 사려고 찾는 거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팔고 나면 골치아픈차더라는 인식아래 딴 데 가서 사라고도 한다. 수백만원하는 밍크코트는 아무데서나 아무나 팔기 어려운 법이다. 가와사끼나 할리 데이비슨의 천만원 가까이 하는 오토바이는 아무데서나 취급하지 않는다. 고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엘란을 개발하면서 이런 판매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차 역설하였지만, 기존방식의 조직에서 모두가 그걸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엘란은 전담매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엘란만 전시해놓고,인테리어도 거기에 맞게 꾸미고,스포츠카 관련 잡지나 용품도 판매하고,이른바 클럽하우스 개념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및 예비고객에겐 멤버쉽 카드를 주고 정기적 간행물을 보내고, 유료및 무료의 드라이빙스쿨을 운영하고 전국의 엘란동호회를 대상으로 전체적 행사이벤트 를 지원하고...
전담매장은 굳이 임대료 비싼 강남등의 도심이 아니라도 좋다. 그 돈으로 일산 신도시등의 외곽에 더 넓은 장소를 갖추는 게 낫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나 예비고객 모두가 부담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이른바 원스톱 써비스와 토탈 써비스가 가능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면, 그곳에서 엘란을 구경하고,시승해보고,계약하고,차를 인도받고, 회원가입도 하고,드라이빙스쿨 신청도 하고... 또, 이따금 들러서 차량점검도 받고,경정비도 하고,세차및 주유도 가능 하고,관심있는 스포츠카 관련 책이나 용품도 사고,평소 안면이 있는 동호회 회원들과 대화도 나누고, 각각의 동호회 운영소식도 접하고 올해의 행사나 이벤트 일정도 살펴보고,모터스포츠 소식과 그 선수들도 만나고... 이런 관심있는 모든 일들이 이 전담매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전담매장이 처음엔 전국에 하나정도 그리고,해마다 한개씩만 늘어 나면 된다. 소문만 나면 결국엔 고객및 예비고객이 이곳으로 모이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엘란과 관련된 판매나 써비스에 있어서 sales manager와 service manager에게 결정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미 차에 대해선 나름대로의 전문가들이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본사나 본부에 묻고 승인받아가며 일하는 들러리 방패막이식 운영은 절대 곤란하 다. 즉,전담매장과 전담팀에게 나름대로 주어진 범위내에서 독자적 운영권 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벤처기업처럼...
아마도 이런 원스톱,토탈 써비스는 비단 엘란과 같은 스포츠카에만 필요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들어 현대나 기아가 오토프라자형태의 대규모 매장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써비스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스포츠카는 이런 일반차 보다 더욱 앞선 판매및 써비스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스포츠카가 지향하는 정신인 셈이다. 스포츠카의 앞선 기술이 결국 일반차로 접목되듯이...
최근의 기아사태로 인하여 점담매장의 설치는 더더욱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요구가 강하면 강할 수록 회사는 거기에 관심과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크고 작은 엘란동호회의 결성과 적극적인 활동이 아쉬운 상황이다. 엘란는 제조매이커가 80%를 만들었다면, 카매니아들이 20%를 만들어 가야 하는, 진정한 뿌리가 있는 스포츠카인 것이다. 승용차개조해서 스타일이나 성능을 흉내내는 차하고는 근본이 다르고, 개발의 기본철학이 다르다고 본다.
[★엘란]을 개발하고...12
************************** 스포츠카의 개발 기술 **************************
엘란을 담당한 지 이제 3년반밖에 안된 나로서 스포츠카의 개발기술이란 이런거다라고 말하기는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엘란을 개발하며 여러 스포츠카들을 검토하면서 내 나름대로 느낀 점만을 말해보고자 한다.
스포츠카의 개발기술은 한마디로 "튜닝(Tunning)과 맷칭(Matching)의 기술"이라고 본다. 특히,상품성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양산형 스포츠카와는 달리 백야드빌더 정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통 스포츠카는 더욱 그러하다. 초창기 스포츠카가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집 뒤뜰의 차고겸 작업장에서 우리나라 장안평 같은 곳에서 사 모은 각종 자동차의 쓸만한 중고품과 나름대로 스포츠카 특성에 맞추어 설계되고 제작된 샤시,바디등의 부품들이 모여져 차를 꾸미게 된다. 엔진과 미션,차체와 샤시,램프와 미러,시트및 인테리어 부품들 모두가 제각각이지만 이를 조화롭게 맷칭시키고 적절한 운동신경을 갖추게끔 잘 튜닝을 하여야 한다.
엘란을 개발하면서 이런 점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소량생산방식의 로터스 설계부품과 대량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진 기아 설계부품과의 맷칭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예를 들어, 슬러시 스킨을 우레탄과 발포하여 만든 엘란의 도아트림은 통상 기아가 쓰는 인젝션(사출) 도아트림과 비교하여 작업성이 까다롭고 불량률도 많을 뿐 아니라,검사에 합격된 제품을 써도 나중에 후변형이 많아 다른 부품과 맷칭이 잘 이루어 지지를 못하고 있다. 개발 막바지에 많은 설계변경을 통하여 품질육성에 매달려야 했으나, 근본적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개발하기 전에는 품질육성에 한계를 느꼈다. 물론 로터스도 그걸 잘 알고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엘란같이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면서 보다 나은 품질을 위해 비싼 금형개발비를 주고, 금형 한벌로 30만개이상 생산할 수 있는 사출방식을 택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이러한 튜닝과 맷칭작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기아처럼 거대한 조직과 시스템이 가동되는 회사는 오히려 커다란 장애를 안게 된다. 즉,개인별 업무가 기능별로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를 개발하는데 있어선 어느 특정부품만의 전문가보다는 보다 더 넓은 영역의 다방면의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 다시말해서 프레임과 타이어,브레이크 등 담당자가 전부 구분되어진 것 보다는 이러한 샤시계통의 토탈 엔지니어가 필요한 것이다. 또, 기초설계,상세설계,시작,실험,개발 등으로 업무가 구분되기보다 이러한 업무를 모두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더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이것은 개발비용의 절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된다.
엘란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을 절감한 바 있지만, 그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은 다시 기능별 세분화 된 업무를 맡아 다른 프로젝트에 종사하고 있다. 엘란은 사실 시작에 불과한 프로젝트였고, 그러한 스포츠카의 개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이 당초 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거대한 조직속으로 다시 흡수융해되어 사라지고 마는 듯 하여 안타깝다. 기아자동차가 엘란과 같은 프로젝트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기 어렵다 면, 차라리 향후 기아모텍이 주도가 되어 엘란 다음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나아가 스포츠카의 전문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의 스포츠카 역사를 위해선 더 바람직하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그러려면 소프트탑의 기술도 기아모텍이 직접 주도하고 연구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소프트탑의 불모지나 다를 바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 1997. 9.18. cys-12 )
[★엘란]을 개발하고...13
******************************** 엘란개발팀 팀원들의 현주소 ********************************
최근의 사태를 겪으면서 내 자신도 인생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꼈다.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엘란도 판매가격은 2750만원이지만, 이중에 특소세,부가세등의 세금이 658만원이다. 고객이 등록하면서 내는 세금까지 고려하면 엘란 한 대가 국가에 내는 세금은 약 1000만원은 된다. 이런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중 몇사람이 53년이나 된 기아의 운명을,나아가 한국 자동차산업과 국가경제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볼 때도 몇십년간 자동차에 젊음과 열정을 나아가 인생을 바쳐온 사람들이 심한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만들었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사명감으로 일해온 많은 엔지니어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안겨 주었다. 수레바퀴만 전문으로 커 온 기아, 사십년간 자동차산업에 전적 으로 몸담아 온 김선홍회장. 한국 자동차산업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그가 취임 6개월밖에 안된 경제부총리나 은행장 몇몇에 의해 운명을 맡겨야 하는 서글픈 현실. 그들이 과연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세계 선진 자동차 메이커와의 싸움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오늘따라 엘란 개발 초기에 내가 참여하고 난 뒤 우리 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내 곁을 떠난 순서대로...
* 정재홍 대리...기초설계 출신으로 엘란 최초개발부터 참여. 나와는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고, ROTC로 병기교육도 함께 받고 입사동기기도 하다. 엘란 엔진룸과 플랫폼 설계등을 영국 에서 로터스와 함께 6개월간 일했다. 자원퇴직후 뉴질랜드 로 이민가려다 실패후 삼성자동차 연구소에서 과장으로 근무중.(함께 2개월 근무)
* 최인철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금형설계 출신. 개발팀에 파견 합류하였으나 차량개발보다는 계속 금형설계 분야에서 일하고자 퇴직후 대우자동차 금형생기에 재입사.(함께 3개월 근무)
* 김진영 대리...실험 출신. 내장설계를 담당하게 되었으나 설계경험이 없어 도면 보는 것 조차 힘들어 함.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 퇴직후 속셈학원 운영. 그후 내장설계파트는 후임 자가 한동안 없어 개발일정이 6개월 정도 지연되어 영원한 블랙홀이라는 별명이 붙음.(함께 4개월 근무)
* 심영보 대리...엔진설계 출신. 과장진급 누락후 영업부문으로 전보 희망하여 수원지역본부로 전보.(함께 5개월 근무)
* 박종관 과장...기초설계 출신. 개발팀의 엔지니어링 분야를 이끌며 설계구상및 사양결정을 맡다가 기아인터트레이드로 전보발령되어 현재까지 자동차분야의 수출입업무를 담당하고 있음. (함께 5개월 근무)
* 손용희 사원...내장설계 출신. 파견후 김진영대리 후임으로 내장품 설계를 담당하였으나 수행해내지 못하고 복귀희망하여 현재 상용차 내장설계를 맡고 있음.(함께 3개월 근무)
* 이연희 사원...파트타이머 신입사원으로 안양여전 다님. 팀의 행정 사무및 회계업무를 담당.졸업후 인천 송도에서 출퇴근 하기 어려워 사퇴. 잠시 무역회사 근무하다가 기아모텍 이우진 부사장이 비서로 재채용되어 1년간 다니다 퇴직후 결혼.(함께 6개월 근무)
* 최봉순 대리...플라스틱 생산기술 출신. 로터스의 차체및 플라스틱 생산기술 연수받고 기아모텍 생산준비를 지원하다가 퇴직후 엔지니어링 회사 근무.(함께 1년 2개월 근무)
* 정선곤 대리...기아모텍 차량연구부. 94년 10월 개발팀에 합류후 샤시의 프레임을 담당.95년 10월 기아모텍 복귀후 1PP,2PP(pilot production)및 MP(mass production)을 지원하고 현재 과장으로 근무중.(함께 1년 근무)
* 성지용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파견나와서 파워트레인과 전장품 설계및 개발을 담당하고 복귀함. 엘란 신차발표회때는 전시차 안내요원과 3일간의 서울,부산 거리홍보때 나와 함께 고생을 많이 한 다방면에서 재주가 뛰어난 편임. 요즘은 드디어 소망하던 빨강 엘란의 오너가 되어 하이텔 엘란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중.(함께 1년 근무)
* 김영일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 파견나와서 김태형대리와 함께 샤시의 브레이크,핸들,체인징파트를 담당.복귀후 대정부 인증업무를 담당하였음.(함께 1년 근무)
* 김재유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 파견나와서 서용규대리와 함께 타이어,액슬,마운팅,서스펜션을 담당하다 복귀후 품질 관리를 담당하다 사퇴. 1년뒤 세무공무원 시험 합격하여 현재 세무소 근무.(함께 11개월 근무)
* 김민수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 파견나와 기술관리업무를 연수 후 메인챠트,설계변경등의 데이타베이스 전산화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퇴직.(함께 3개월 근무)
* 정준교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 파견나와 내장분야를 담당. 복귀후 얼마안가 퇴직하여 LG산전에서 근무.(함께 3개월 근무)
* 안기옥 사원...기아모텍 차량연구부. CAD가 전공인 여직원. 파견나와 정준교사원과 함께 내장설계를 담당하다 복귀후도 계속 내장설계를 맡음.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기아연구소의 내장설계 담당자와 극비리 연애끝에 성공. 금년 10월 진주에서 결혼하기 위해 사퇴.(함께 3개월 근무)
* 서용규 대리...샤시설계 출신.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 기아입사. 타이어,액슬,엔진 마운팅,서스펜션의 개발을 담당하다 원소속으로 복귀.(함께 1년 근무)
* 김태형 대리...샤시설계 출신. 브레이크,핸들,체인징파트를 담당 하고 원소속으로 복귀.(함께 1년 근무)
* 박인송 대리...플라스틱 부품 설계 출신. 쌍용자동차에서 칼리스타 바디설계를 담당했었음. 엘란 차체및 외장부품을 담당. 엘란 생산 준비가 임박할 무렵 자진사퇴후 보험개발원 에서 근무중. 엘란판매후 보험수가 산정 업무도 담당 하여 엘란과 계속 연관되기도 함.(함께 1년 2개월 근무)
* 천경우 부장...엔진설계 출신. 박종관과장 후임으로 엔지니어링 분야를 총괄함. 전형석부장 파견후엔 PM(project manager) 을 대행함. 엘란 판매개시 몇달뒤 Sephia-Ⅱ 프로젝트를 맡아 현재 개발완료하고 판매개시함.(함께 2년 근무)
* 오정숙 사원...이연희사원 후임으로 파트타이머.행정사무및 회계 업무를 담당하다가 천경우부장과 함께 일함. 현재는 해외 생기부에 전보발령되어 근무중.공주병이 조금 악화되어 공주암 증세가 있는게 다소 아쉬움.(함께 1년 근무)
* 김병섭 사원...신입사원으로 입사.파워트레인및 샤시분야의 개발 종합관리를 주로 담당.해외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음. 최근 SLC(spors looking car)팀이 신설되면서 스카웃되어 감.(함께 2년 6개월 근무)
* 조영남 사원...영국 유학시절 로터스 견학후 엘란에 관심을 가짐. 귀국후 기아의 엘란을 생각하고 입사하여 1년간 전부장과 함께 기아모텍에 파견되어 생산준비를 지원함.팀복귀후 시장품질및 생산판매현황을 관리하다가 크레도스 풀모델 체인지팀 신설로 최근에 자리를 옮김.집이 일산이라 나와는 아직도 카풀중임.(함께 2년 8개월 근무)
* 전형석 부장...엘란개발의 총체적인 주역.기초설계 출신.여러 차종의 개발Concept 설정및 기초설계를 담당한 전형적인 기술자임. 기술적 호기심과 엔지니어로서의 집념이 강하고 일에 대한 애착도 강함. 생산제조와 비즈니스 분야에 경험이 적고,문제해결쪽보다는 문제제기와 문제연구에 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다소 아쉬움. 여러차례에 걸쳐 스포츠카의 개발을 검토하고 제안하였으나 번번히 중단되다가 결국 회장님 지시로 로터스의 엘란을 기아모델화 하는데 성공함. 여러 설계자및 기아모텍 파견자들을 이끌고 로터스와 함께 개발을 추진하고,설계가 끝난뒤엔 기아모텍에 1년6개월간 파견되어 생산관리및 품질육성을 지도함. 현재 연구소장인 김재만상무와는 오래전부터 개발추진방식에 의견차이가 있었던 탓인지, 금번 기아사태로 인한 감원대상에 포함되어 20년간 자동차개발에 몸담아 온 기아를 사퇴당하고 현재 실직상태임. 요즘 근황은 댁에서 설겆이도 해가며 쉬면서 인생을 새롭게 돌아보는 중이며 가까운 시일에는 부부동반 으로 유럽을 여행할 생각이라 함.(함께 3년 5개월 근무)
"엘란개발팀 팀원들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막연히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실로 오래 걸릴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만났다 헤어진 것 같다. 위에 열거한 사람들은 우리 팀에 일시적으로나마 합류하여 오직 엘란 개발에만 전념했던 사람들이고,이밖에도 관련되는 수많은 부문의 수백명이 엘란의 개발에 부분적으로 참여를 하였다. 엘란고객이 일년이 지난 오늘 까지 불과 5백여명인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싶다. 엘란과 같은 차는 개발/생산/판매/써비스 등 전분야를 망라한 소수정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도...
돌이켜보니, 우리팀엔 내가 합류하여 근무한 3년 5개월동안 모두 23명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중에 전보되거나 원복되어 근무하는 사람이 12명이고, 11명은 자의또는 타의로 퇴직을 하고...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이종호사원 둘 뿐이다.
* 이종호 사원...서울대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졸업후 신입 사원으로 팀에 배치됨.초기에 병역특례로 군대를 안갔다와서 그런지 좌우로 정렬(?)을 잘 못하곤 하였으나 지금은 잘 함. 초기엔 각종 데이타관리와 내장,외장부품의 개발관리를 했고, 국제스포츠카 학술세미나와 신차발표회 등의 이벤트의 기획과 진행에 참여함.(함께 2년 7개월 근무)
* 나?(최윤수과장)...서울대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ROTC 병기장교를 마친 뒤 기아에 입사.본사 C.C.C.(원가관리실)에서 각종 프로젝트의 Cost Control를 5년간 하고, 연구소에 내려와 설계원가부 창설멤버로 있다가 엘란개발팀에서 3년 5개월째 근무중임. 포드자동차및 마쯔다자동차와의 프로젝트를 주로 참여하였음. 평소 신차종 개발을 주도하는 Projet Manager가 꿈이었으나 생각보다 너무 일찍 개발팀에 왔다는 느낌임. 그것도 자동차의 꽃이라 불리우는 스포츠카 개발팀에... 차기 독자 모델에 대한 추진 방향이 불투명해진 요즘 내 자신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는 바람에 솔직히 스트레스가 쌓이는 중임."명퇴"도 아닌 "감퇴"가 될런지도 모르니까... (흑흑흑~ T__T)
( 1997. 9.18. cys-13 )
[★엘란]을 개발하고...14
************************ 차종개발의 기본목표 ************************
하나의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개발의 기본철학이라고 본다. 누구나가 수긍할 수 있는 개발의 근본취지이자 향후 개발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소신 과 든든한 믿음의 뿌리가 바로 이 철학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를 만들것인가하는 개발의 기본Concepts과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으로서 설계구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구체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목표를 먼저 설정하게 되는데, 어떤 차종이든 크게 나누어 F-T-C-Q-W라는 개발의 5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1)Function...상품성 그 차의 격에 맞는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부분으로서 기능 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의 경쟁차와 비교하여(bench marking) 결코 상품성이 뒤떨어지는 모델을 개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수많은 상품성 대상 항목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차의 당초 개발컨셉에 해당되는 항목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사양을 결정하고,중점적으로 실험육성하게 되는 것이다.
2)Timing...일정 아무리 좋은 모델도 그 시장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시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Timing을 적절히 맞추어 개발하여 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그때 그때 마다의 개발단계에서 각각의 모든 행위들이 일정 목표를 갖고 유기적으로 움직여 주어야만 한다. 먼저 기회를 선점하지 못하고 남의 뒷북만 쳐서는 결코 일인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3)Cost...원가 모든 기업활동이 그러하 듯 치열한 경쟁에선 남보다 좋은 상품을 남보다 싸게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자동차 개발도 개발초기부터 그 차가 시장에서 얼마에 팔릴 수 있는 가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추기 위한 원가의 목표를 설정하고, 다시 이 원가를 비목별로, 부문별,부품별로 구체화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을 한다.
4)Quality...품질 상품의 궁극적인 성패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아무리 상품성을 갖추고,싸게 판다 하여도 수시로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허구헌 날 수리한다고 하면, 역시 "싼 게 비지떡" 이란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게다가 싸지도 않다고 하면 이건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5)Weight...중량 이것은 차량의 성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는 항목이다. 동력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연비,배기가스 등등의 모든 성능들이 바로 이 중량에 의해서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이러한 차종개발의 5대 기본목표는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항시 염두에 두고, 기능,일정,원가,품질,중량을 형평성있게 고루 보며 체크 해야 한다. 이 다섯가지는 서로 서로 다른 항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이다. 지나치게 품질만 강조하다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이 나오기 어렵고,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만 강조하다보면 원가나 품질면에서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알던 일본의 개발주사들은 대개가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調和(Harmony)"를 꼽았다. 영국이나 미국의 Project Manager 들은 "Communication"이라고 했다.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개발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수시로 터놓고 대화를 나누고 그 차의 기본철학과 목표를 이해하고 공감대와 혼연일체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과거 세피아를 개발하면서 최초의 기아 독자모델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참여하였다. 그 당시 개발의 key word는 "BEST IN CLASS"였다. 동급의 최고를 만들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이 반영되어 좋은 부품(또는 성능)은 아주 좋으나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부분도 있어 결국 어딘가 Unbalance하고 Unmatching된 부분도 많았다.
차를 평가하기 가장 좋은 부분을 나는 엔진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의 최근 신차들의 엔진룸을 보라. 한국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엔진룸 한곳에는 수많은 부서와 담당자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훌륭한 커뮤니케이션과 문제해결기술이 갖춰진 자동차는 어딘가 복잡해보이면서도 깔끔하고 잘 정돈된 한편 A/S性 까지 잘 고려되어 있다.
차를 개발한다는 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마찬가지다. 모두들 악보를 보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 는 것이다. 피아노나 바이얼린 어느 혼자서 악보만 고집해서는 훌륭한 연주가 나올 수 없는 법이다. 모두가 호흡을 맞추고 자신의 소리를 낮추고 지휘자를 따를 때 비로소 좋은 연주가 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데 익숙하지가 못한 것 같다. 이따금 자기 목소리를 너무 키울 때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 오케스트라가 대중화되지 못해서인지...
SEPHIA-Ⅱ를 개발할 초기에 나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우리 실무진들은 이 점을 많이 강조했었다. 그래서 KEY WORD도 세피아처럼 "BEST IN CLASS"로 정하여 모든 설계자가 제각기 자기 부품은 최고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려고 "WELL BALANCE"로 정했었다. 결국 개발이 끝나고 판매가 시작된 지금 보면 진짜 중형차같은 느낌을 주는 실내공간과 성능을 갖추었다고 본다. 세피아에 비하면 훨씬 짜임새있고 잘 Matching된 것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엘란은 솔직히 로터스가 개발한 차다. 그것을 다시 로터스와 기아가 함께 일부를 기아사양화 하였고 또, 일부는 로터스 사양 그대로 국산화만 했을 뿐이다. 그러한 개발은 제약조건이 너무 많아 한정된 영역내에서만 control이 가능하게 되어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 1997. 9.20. cys-14 )
[★엘란]을 개발하고...15
************** 18-PANEL **************
차량개발에 있어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챠트로 활용되는 것중에 PANEL CHART라는 것이 있다. 기아는 포드,마쯔다와 협력관계를 시작하며 이 PANEL CHART 기법을 도입하였는데 처음에는 13-PANEL로 시작하여 지금은 항목이 점차 추가되어 엘란의 개발에는 18-PANEL CHART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일반인들에겐 별 관심없는 내용이겠지만, 자동차 개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겐 매우 중요한 정보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항목만 열거해 보겠다. 참고로 이 PANEL CHART는 풀모델 체인지의 경우는 발매하기 4년전에,마이너모델 체인지의 경우는 2년전엔 작성되어져야 한다.
1.일정(Timing) ------------------ 개발초기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의 주요한 이벤트들의 목표일정을 정하고 관리한다. 여기에는 스타일링 확정,MECHA차량 제작,1단계시작차 제작,2단계 시작차 제작, E.S.O.(engineering sign off), 설계마감, P.P. (pilot production), S.O.P.(start of production) 등의 이벤트와 그밖의 주요 회의,출장등의 일정목표를 설정관리한다. 엘란은 최초 목표일정보다는 6개월 지연되어 발매가 되었다.
2.기본제원(Pakage Hardpoint) -------------------------------- 전장,전폭,전고,휠베이스,트레이드,최저지상고를 비롯하여 카다로그 상에 표시되어지는 각종 제원이 개발초기에 이미 목표로 설정되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설계기준치로서의 의미와 인증치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실제로 생산된 차량에서는 각종 오차에 의해 수치는 차마다 다소 달라지게 되는 데 각각의 수치는 공차범위(±?mm)를 설정하여 관리한다. 엘란은 로터스 엘란과 기본제원을 같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최저 지상고는 국내실정을 감안 10mm정도 높이는 설계를 했다.
3.중량(Weight) ------------------ 차량의 기본적인 운동성능과 연비,배기가스 등을 위해서는 별도 항목으로 중점관리해야 하는 것이 중량이다. 사람을 뺀 공차중량과 승차정원을 감안한 총중량등이 있다. 엘란의 경우는 로터스보다 다소 낮은 1070kg이다.
4.상품성(Functional Images) ------------------------------- Ride,Handling,Performance feel,Driveability,Brakes 등등의 차량이 제공하는 일반성능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통 Bench Marking 차종을 여러대 선정하고 이를 함께 비교평가하는 Image Trip을 통해 수치로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각 항목의 기준차량의 점수를 100으로 정하고, 상대적으로 육성목표를 항목별 수치로 설정한다. 엘란의 경우는 역시 로터스 엘란의 것을 기준(100)으로 삼았고 핸들링 보다는 승차감을 위주로 다소 보완하였다.
5.동력성능(Performance) --------------------------- Max. Power, Max. Torque, 발진가속(0→100km/h)등의 주로 파워트레인에 의한 성능을 정한다. 엘란의 경우 발진가속 7.8초에 최고속도 210km를 목표로 육성하였으나, 아직 스포츠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한 국내시장 특성을 감안하여(스포츠카=슈퍼카), 영업적 측면에서 각종 오차를 감안하여 7.4초,220km로 표기한 바 있다. 이 항목은 사실 법규나 인증에선 표기조차 하지 않는 단순 세일즈 포인트로서의 역할일 뿐이다.
6.연비(Fuel Economy) ------------------------ 시내주행및 90km/h 정속주행 연비등을 목표관리한다. 엘란은 당초 10.0km/ℓ의 시내주행연비를 목표로 하였으나,개발과정에서 높게 조정하여 최종 환경부 공식연비는 11.8km/ℓ로 5군에서 보통수준이다. 즉,승용차기준의 보통연비라는 말이므로 스포츠카치곤 제법 높은 연비인 셈이다.
7.배기가스(Emissions) ------------------------- 각종 환경에 유해한 배기가스 물질에 대한 규제치로서 HC,CO,NOx 등의 배출량을 목표로 설정한다. 엘란의 경우는 규제대비 60%이하의 수준으로 비교적 환경보호에도 신경을 쓴 편이다. 하지만,급가속,급감속 등의 과격한 운전은 이보다 더 높은 수치의 배기가스로 환경을 오염시킬 테지만...
8.안전(Safety) ------------------ 20여가지의 안전규제 관련 테스트항목을 통과해야 하기에 상당히 인증을 취득하는데 어려운 항목이다. 국내 안전인증규제는 이제 북미,유럽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강화되어 있다. 엘란은 특히,에어백을 option으로 하는 바람에 에어백없는 기본차로 정면,후면등의 예비충돌실험을 수차례 실시하였고, 정식인증에서 에어백없이도 단번에 가볍게 통과되었다.
9.조합성(Complexity) ------------------------ 통상 스포츠카는 단일차종으로 다양한 모델을 구비하는 일반차와는 달리 대개 한가지 또는 두가지 모델에 몇가지 옵션이 있을 뿐이다. 기본 모델을 구분하는 항목에는 사양지역(국내용,북미용,유럽용 등등), 바디형태,엔진종류,트랜스미션종류등과 Grade(예: Pride CD/EF/DM/FS) 구분등에 의해 나누게 된다. 엘란은 당초부터 한가지 모델이었으나, 시판된 후 고객의 요구가 많아 하이버젼과 로우버젼 두가지로 국내를 나누고,일본수출용 사양도 한가지 추가하였다.
10.사양(Features) --------------------- 각각의 모델별로 Air bag,Power steering,Audio,Alloy wheel등의 주요 장비에 대한 세부사양의 적용여부를 기록 관리하게 된다. 엘란의 경우도 14페이지 분량의 List에 약 600여개의 항목이 기록되어 있다.
11.품질(Quality) -------------------- 각 회사마다 고유의 평가기준에 의거 품질을 체크하고 이를 수치로 표시하여 관리한다. 엘란도 각각의 개발단계마다 만들어진 차량에 대한 품질평가를 실시하였으나,일반 철판으로 만들어진 대량생산차량 과는 그 특성이 달라 평가기준 자체가 부적합한 것이 더러 있기에 개발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한편, 본 항에서는 품질목표뿐만 아니라 품질보증(Warranty)까지도 관리하는데, 기아의 타차 품질정채과 맞물려 실현되진 못했지만, 지금도 나는 엘란 같은 스포츠카는 경주의 김현민씨 같은 열광적인 카매니아를 위해 기간은 동일하게 2년이라도 거리만큼은 4만km가 아닌 무제한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투자(Investment) ----------------------- 연구개발비,용역비,외주개발비,금형비,설비투자비 등의 투자관련 항목의 비용을 목표관리하게 된다.
13.가격(Pricing) --------------------- 각각의 지역별,모델별 판매가격의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한다. 엘란은 개발 초기부터 2000만원대의 스포츠카를 목표로 하였다. 결국 2,750만원의 판매가가 되었지만, 좀더 많은 고객의 확보를 위한다면 다소 높게 책정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14.생산대수(Volume) ----------------------- 이 부분이 개발초기에 예측하기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엘란과 같은 정통 스포츠카를 국내에 처음 내놓아야 하는 입장에서 적절한 생산/판매대수는 참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계절적 으로 민감하고, 경기변동과도 크게 영향을 받는 엘란의 총판매량을 "만대"로 목표를 정했다.
15.변동비(Vaiable Cost) --------------------------- 통상의 일반차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중에 하나로써 자작재료비, 외주재료비,도입재료비,노무비,경비 중에서 변동성 비용에 대한 목표 관리이다. 목표를 설정해놓고 각각의 단계마다 실적을 평가해 본다. 엘란같은 프로젝트는 사실 재료비의 원가를 맞춘다는 것이 현실적 으로 많은 제약조건에 의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16.수익성(Profitability) ---------------------------- 경상이익률,한계이익률,국산화율,재료비율,공용화율 등의 각종 원가 관련 지표를 설정관리하는 부분이다. 엘란의 국산화율은 당초 70% 목표에서 실제로는 85% 수준까지 올려 많은 국산화를 이루어 냈다.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새로 개발하느니 차라리 수입을 하는게 더 도움이 되는 것들 뿐이다. 엘란의 경우도 여타 스포츠카가 보여주듯이 그 차종 자체로는 절대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다. 더우기 로터스엘란보다 싼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보면 한국의 스포츠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밑거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7.정비성(Serviceability) ----------------------------- 써비스의 용이성을 말하며, 엘란의 경우는 로터스와 마찬가지로 일반 승용차에 비하여 그 차량의 스타일과 성능을 위해 상대적으로 정비성이 불리하다.
18.손상성(Damageability) ---------------------------- 접촉사고시에 어느 정도의 Damage를 입는가 하는 것으로 북미에선 특히 소비자단체나 보험기관에서 Polr Test등을 통하여 보험 수리비와 연계하여 평가하는 테스트가 보편화되어 있다. 엘란의 경우 특별히 이 항목에 대하여 평가육성된 것은 없지만 드라이버의 안전성까지 고려한다면 확실히 우수한 차라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목표를 관리하는 챠트를 두고 개발한 엘란은 당초 일시적 으로 중단되었다가, 1993년 9월부터 재개되어 팀이 구성된 1994. 4월부터 이러한 Panel Chart를 설정 관리하였다. 비교적 재미는 없는 글이지만 기록을 위해 남겨 둔다.
( 1997. 9.22. cys-15.txt )
[★엘란]을 개발하고...16
****************************** Specialist 와 Generalist ******************************
현대사회는 정보화사회이며 다원화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컬럼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러한 사회일수록 Specialist보다는 Generalist의 필요해 진다고 한다. 마치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하며, 춤도 잘추는 말그대로 탤런트처럼... 하지만,내가 보기엔 결국엔 그것도 연예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의 Specialist가 아닌가 싶다.
자동차에서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동차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우린 분명 Specialist 라고 볼 수 있다. 또,기아 안에서도 스포츠카에 있어선 우리 팀원들이 Specialist일 것이다. 하지만, 엘란에 관계된 사람들중에서도 엘란에 전체적인 것을 Handling하는 나같은 Generalist가 있고, Tire나 Brake 담당자처럼 그 특정 분야에 대한 Specialist가 있다. 엘란과 같은 스포츠카의 명맥을 이어가려면 결국 이 양자의 사람들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간에 Specialist와 Generalist는 적당하게 공존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또한, 개인에게 있어서도 어떤 점에 있어선 Specialist가 되어야 하고, 또 어떤 점에 있어선 Generalist가 되는 양면성을 갖추어야 될 것 같다. 결국 "something about everything"과 "everything about something"은 개인이나 조직에 있어서 공존되어야 할 부분 같다. 최근의 사회적 현상을 보며 요즘 부쩍 그러한 느낌이 된다. 과거 신입사원 연수때 대선배 한 분이 바로 이 "something about every -thing"이냐, "everything about something"이냐를 선택해서 살라고 말씀 하실 때 나름대로 감명받고 그 뒤,후배신입사원들에게 나도 자주 이런 말을 했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Know-How"보다 "Know-Where"의 시대가 아닌가!
첫댓글 재미있고 의미있는 자료군요
제가 이 글을 정독으로 모든 글을 읽었을 때에는 고마움과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빨게졌습니다.
엘란을 탄생시키기위해 많은 돈과 시간 열정 피와 땀방울이 있었기에 이렇게 엘란을 접하게 된게 아닐까 싶어요
무슨 말을 한다해도 얼마나 위로가 되시겠어요
다른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 ! !
우리가 해야 할일은 앞으로 엘란이 공도에서 많이 다닐수 있게 보존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엘란을 탄생 시켜주신 김선홍회장님과 전형석부장님 서광모반장님 최윤수과장님 김성민씨 그리고 엘란을 위해 고생하신 모든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엘란은 새차도 비가 새는 차 ㅠㅠ
잡고 있는데 힘이 드네요....ㅠㅠ
다시 읽어도 좋은 글입니다~ ^^*